[민변][성명]주민등록번호 임의번호, 늦출 수 없는 20대 국회의 과제

2016-09-13 37

[성 명] 주민등록번호 임의번호, 늦출 수 없는 20대 국회의 과제

 

지난 8월 23일 진선미 의원 등 12명의 국회의원이 주민등록번호 부여시 생년월일·성별·지역 등 개인의 고유한 정보가 포함되지 아니하는 임의번호를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일부개정 법률안(진선미 의원 등 12인)을 발의하였다. 우리 모임을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는 같은 날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20대 국회가 임의번호 도입으로 주민번호 개선 과제를 완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현행 주민등록번호 체계의 핵심적 문제들>

그 동안 주민등록번호의 핵심적 문제는 평생 변하지 않는 불변성, 영역의 제한 없이 모든 영역에서 사용되는 범용성, 생년월일·성별·지역 등 개인의 고유한 정보가 내재된 체계 자체의 위험성 등이었다. 정부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수집·보관·이용을 제한하는 형태의 정책을 주로 추진하였는데 이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4년 한 단체가 페이스북에 생일과 출신 학교를 공개한 11만 5615명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5만 2000여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현재 도래한 빅데이터 시대에는 전문가 수준의 해킹 없이도, 민간 영역 기업들의 ‘정보 유출’ 없이도, 이처럼 쉽게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낼 수 있다. 2015년 하버드 대학 정보프라이버시 연구실의 스위니 교수팀은 2가지의 암호해독 방법으로 처방전에 암호화된 한국 주민등록번호 2만 3163개를 모두 성공적으로 알아내기도 하였다. 이 팀은 연구 결론으로 생년월일, 성별, 지역, 검증번호 등이 없는 무작위 임위번호였다면 자신들이 해독하는 것이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끄럽게도 한국의 현재 주민등록번호 체계는 전 세계 보안전문가들에게 일종의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제한적 변경 가능 이후 다음 방향은 임의번호 부여>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고질적인 주민등록번호 체계의 문제의 해결을 위한 많은 논의가 있었고, 임의번호를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4개나 제출되었다. 2015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 등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1968년 최초의 주민등록증 발급 이후 나날이 발생하고 누적되어가는 개인정보 문제에 대한 개선 입법의 기회를 입법자에게 제공하였다. 하지만 2016년 5월 19일 국회는 주민등록번호를 제한적으로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하는데 그쳤다. 시민사회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개정안에 목적별 자기식별체계 도입, 임의번호로 구성된 새로운 주민등록번호 체계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피력한바 있다. 국회는 당시 부대의견으로 정부에 대해 향후 주민등록제도의 지속적 검토와 발전 방안 마련을 주문하였는데, 이 과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다음 국회도 명심해야 할 사명이었다. 따라서 임의번호를 부여하는 주민등록법 개정 논의는 20대 국회가 피해갈 수 없는 과제였고, 위 개정안 발의는 그 과제를 구체화시킨 것에 다름 아니었다.

<초점을 상실한 비판과 국민의 압도적 지지의 간과>

그런데 최근 위 개정안에 대한 엉뚱한 공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성 식별번호를 없애는 것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그것이다. 현재 기독교 단체들 위주로 이러한 공격을 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입장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국민 다수의 의사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2009년도 이루어진 주민등록번호제도 개선방안 인식조사에서 국민들의 77.2%가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성별과 출생년월일, 출생지역 등을 알 수 있는 것에 대해 ‘원하지 않는데도 내 정보가 노출되어서 신경이 쓰인다’고 응답하였다. 우리 모임은 위와 같은 비논리적·반기본권적 관점이 우리 사회에서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단호히 밝히면서, 위와 같은 입장을 취한 분들이 다시 한 번 주민등록번호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만 초점을 맞출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 이런 논쟁을 지속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기본 인권을 후퇴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주민등록번호에 관한 대부분의 학술연구는 하나 같이 정부와 국회에 제도의 개선을 간절히 촉구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정부로 하여금 정보인권에 대한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위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주민등록번호의 개선은 우리 사회의 혁신적·창의적 변화를 추동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주민등록번호 임의번호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20대 국회의 과제이다. 국회는 초점을 잃은 비이성적 공격에 동요하지 말고 위 개정안을 조속히 의결하라.

 

 

201691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정 연 순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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