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교육청소년위, 아동인권위 공동성명]
서울시의회는 청소년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서울특별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개정안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2016. 5. 26. 서울에서는 청소년 인권 분야에서 무척이나 상반된 두 가지 풍경이 펼쳐졌다. 헌법재판소는 이 날 학원의 심야 교습시간 제한에 관한 근거 규정인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제16조 제2항 전문과, 위 법률조항에 근거해 학원의 심야교습시간을 정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등 4개 지역의 조례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대하여 해당 지역들의 조례가 청소년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등 정당한 입법 목적과 심야교습시간 제한이라는 적정한 수단을 갖추고 있고, 청소년의 학습권과 학원의 영업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기본권 침해를 인정할 수 없으며, 다른 지역 및 다른 대상들과의 평등권 침해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합헌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16. 5. 26. 선고 2014헌마374).
반면 서울시의회에서는 박호근 의원(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회)이 주도하여 추진하는 ‘서울특별시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이하 ‘서울시 학원 조례’)개정 작업을 위한 공청회가 있었는데,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초등학생의 학원 교습 시간을 9시로 줄이는 대신, 고등학생의 학원 교습 시간을 11시로 연장하며, 학원들이 주1회 휴업일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민변은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학원 조례를 위와 같이 개정하는 것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극도로 경쟁적인 교육제도에 우려를 표시하며 경쟁을 감소시키고 아동권리협약 제29조 제1항에 언급된 교육의 목적 및 목표에 맞게 교육정책을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UN 아동권리위원회의 3차례 권고(1992, 2003, 2011년)에도 반하는 것임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현행 서울시 학원 조례에 따르더라도 고등학생은 현재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학원에서 교습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교습시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 2015년 11월 여론조사기관 ‘지앤컴퍼니’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원의 심야영업규제 시간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참여자의 78.3%가 밤 10시 이전으로 응답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학원 교습 시간 제한에 대한 시민 사회의 공감대는 서울시의회의 발상과는 전혀 다르게 형성되어 있다.
개정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박호근 의원이 들고 있는 논거는 모두 설득력이 없다. 우선 일부 학교에서 실시하는 강제 자율학습과 학원 교습 시간 간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나, 서울 외 다른 지역과의 차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애초에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입법 취지 자체를 몰각하는 주장이다. 야간 강제자율학습이나 다른 지역의 밤 11~12시 학원 교습 허용은 청소년 인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정책으로 철폐 및 개선의 대상이지 서울시가 참고할 모범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여러 차례 결정문에서 지역 간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 ‘조례에 의한 규제가 지역 여건이나 환경 등 그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인정한 이상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라고 설시하며 ‘차별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교습시간을 제한하면 사교육 수요가 고액심야과외로 몰릴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고액심야과외를 철저히 단속하여 이를 금지해야지 고액심야과외를 막기 위해 아이들의 학원심야교습시간을 늘리자는 주장은 인권침해를 인권침해로 막자는 주장에 불과하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밤 10시로 제한하는 지역의 심야 사교육은 12시까지 허용하는 지역에 비해 32.6% 감소하였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 등을 살펴보면, 학원 교습시간 제한이 또 다른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우려 또한 별 근거 없는 억측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청소년의 발달단계에 따라 고등학생의 학원 교습 시간을 밤 11시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청소년기에 권장되는 수면 시간이 8-10시간이라는 의학적 상식에 어긋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그 실효성이 의심될 뿐이다. 진정 청소년의 ‘발달단계’를 고려한다면 입시위주의 비정상적인 교육제도에서 청소년들이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상식’을 바탕으로 학원 교습 시간을 줄일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의 본분일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의회는 고등학생의 학원 교습 시간을 늘리려는 시도를 즉시 중지하고, 청소년의 휴식권을 더욱 두텁게 보장할 수 있도록 학원 교습 시간을 더욱 줄이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서울시 교육청에서 연구 중인, 일요일 등의 공휴일에 학원이 의무적으로 쉬도록 강제하는 ‘학원 휴일 휴무제’ 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행 학원법 제16조 제2항 전문에서는 학원의 교습시간을 조례로 정할 수 있다고 위임하고 있을 뿐 그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서는 전혀 정해주고 있지 않아, 이번 서울시의회의 경우처럼 앞으로 얼마든지 그 규정 취지를 몰각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민변 아동위원회와 교육위원회는 국회와 정부에 위 학원법 조항 또는 학원법 시행령에 학원교습의 한계 시간 범위, 공휴일 휴무 원칙 등을 명시한 다음 위반 시 벌칙 규정을 신설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그 한계를 준수하여 교습시간 규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할 것을 촉구한다.
민변은 청소년들에게 주 70~80시간의 ‘학습 노동’을 ‘노력’의 이름으로 강요하는 정책 당국의 과오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 학원 조례 개정을 즉각 중단하고 청소년 휴식권 보장을 위한 다른 대안을 제시하라.
2016. 6. 1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 위원장 김영준
아동인권위원회 위원장 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