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언론은 피해아동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취재 및 보도를 중단하라.
최근 인천 학대피해아동 사건과 관련하여 여러 언론들은 사건의 전말과 피해아동의 상황에 대해서 연일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또한 신의진 의원 등 관계자들 또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사건의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많은 의견과 대책을 제시하고 이러한 내용으로 각 언론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각종 보도가 쏟아지고 국민적인 분노가 넘쳤으나, 실제로는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학대 사건을 처리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허탈할 정도로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고, 이 사건 또한 이미 제기된 수많은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신의진 국회의원 등이 직접 나서서 사건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는 것은 사건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재발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언론의 취재, 보도 행태 및 일부 관계자들의 정보 제공 행위는 그 의도와 달리 피해아동에게 또 다른 피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우선 언론들은 피해아동의 체형, 얼굴, 옷차림, 걸음걸이 등 피해아동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담긴 피해아동의 발견 당시 슈퍼마켓의 CCTV영상을 형식적인 모자이크 처리만 한 채 그대로 거듭 재생하거나 이를 캡처한 화면을 배경으로 사용한 보도를 반복하고 있으며, 피해아동이 타고 내려왔다는 가스관, 세탁실의 외부창문, 다세대주택의 외관을 촬영하여 보도에 사용하여 피해아동에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여과 없이 제공하고 있다.
또한 신의진 의원은 피해아동에 대한 의료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아동을 직접 상담한 후 피해아동과의 심리 상담 내용을 피해아동이 그린 집, 크리스마스 트리 등의 그림과 함께 언론에 공개하였고 이는 피해아동의 심리상태를 추측하는 내용과 함께 그대로 보도되었다. 이를 주요 내용으로 하여 신의진 의원은 각 방송 및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였고 이는 각종 언론사들을 통해 수차례 보도되었다. 이에 더 나아가 모 언론사는 병원에서 치료 중인 피해아동과 직접 인터뷰까지 시도하여 그 내용을 기사화하기도 하였으며, 피해아동에게 가명을 붙여 자극적인 기사들을 더 쉽게 찾아보도록 하는 등 언론사들의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졌다. 이러한 관계자와 언론의 행위에는 피해아동을 위한다는 목적만 무성할 뿐, 정작 피해아동 본인의 최선의 이익이라는 가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제35조 제1항은 아동학대범죄의 수사 또는 아동보호사건의 조사․심리 및 그 집행을 담당하는 자 및 의료법에 따른 의료인 등 관련자의 비밀엄수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35조 제2항은 신문・방송사・그 밖의 출판물의 발행인과 관계종사자들이 피해아동을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을 신문 등 출판물에 싣거나 방송매체를 통하여 방송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동법 제62조 제1, 2항에 따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이는 피해아동에 대한 특정정보가 일반에게 누설되는 것을 막아 피해아동의 보호와 회복을 위해서 엄수해야 하는 책무를 규정한 것이며, 언론의 공공성과 파급력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어서 아동학대사건 보도에 있어서는 피해아동의 치료와 회복을 위하여 피해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을 법이 엄중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무분별한 정보 제공과 언론 보도 및 취재는 아동학대법 위반 소지가 있음을 우리는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이러한 언론들의 과도한 취재 및 보도 행위로 인해 위의 CCTV영상, 사진 등의 정보가 종합되어 피해아동의 신상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추후 피해아동이 자신에 관한 CCTV영상 등을 검색 등을 통하여 접하게 되었을 경우 심리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으며, 현재의 과도한 관심과 이후 잦아든 분위기 간의 낙차로 인하여 피해아동이 다시 위축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등 예상되는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 그런데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언론과 일부 관계자들이 그 책무를 망각한 채 ‘관심끌기’에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세상의 무관심 아래 방치되었던 피해아동의 치료 및 회복을 위해서는 사회의 관심이 필요할 것이나,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현재의 지나친 언론 등의 관심’은 아동에게 있어 무관심 이상의 학대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 사회가 피해아동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또 다른 학대를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언론보도 등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 피해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진정으로 고민하였는지를 되짚어 볼 시점이 되었다. 이에 각 언론사들에 대하여 과도한 취재 및 보도에 대하여 스스로 자제와 고민의 노력을 보여 줄 것과 본 사건을 포함한 향후 아동학대사건에 있어 공동의 아동학대 보도지침을 제정하는 등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또 다른 아동학대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2015. 12. 2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위원장 김 수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