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퀴어문화축제 행진 금지통고를 즉각 철회하고 퀴어문화축제의 안전한 개최를 보장하라
퀴어문화축제는 올해로 16회째를 맞이하여 2015. 6. 28. 서울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 성소수자와 지지자가 모여 자긍심을 드러내며 한국 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하고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도록 요구하는 전 세계적인 행사이다.
그런데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015. 5. 30.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 제8조 제2항(중복집회) 및 제12조 제1항(교통소통을 위한 제한)을 이유로 퀴어문화축제 행진에 대하여 금지통고를 하였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에게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함을 명백히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는, 현대사회에서 의사표현의 통로가 봉쇄되거나 제한된 소수집단에게 의사표현의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의제 자유민주국가에서는 필수적 구성요소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것은 관용과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다원적인 ‘열린사회’에 대한 헌법적 결단”이라고 판시하였고(헌재 2009. 9. 24. 2008헌가25), 대법원은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고,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다.”라고 판결하여(대법원 2011.10.13. 선고 2009도13846 판결), 민주국가에서 집회․시위의 자유의 중요성에 대하여 천명한 바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금지통고 사유는 헌법과 집시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위법하다. 첫째, 중복집회라는 사유와 관련, 퀴어문화축제는 집시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720시간 전인 2015. 5. 29. 00:00경 서울지방경찰청에 가장 먼저 집회신고를 하였다. 그런데 서울남대문경찰서가 법적 근거가 없이 집시법에서 정하고 있는 720시간 전보다 며칠 전인 2015. 5. 21.이라는 자의적인 기준을 만들어 집회신고자들로 하여금 경찰서 밖에서 수일동안 밤샘 줄서기를 강요하는 위법한 방식으로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봉쇄하기 위한 목사들의 집회신고를 먼저 접수하여 퀴어문화축제가 중복집회라는 이유로 금지통고를 하였는바, 이는 명백하게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조치로서 위법하다.
둘째, 교통 불편을 초래한다는 사유와 관련, 집시법 제12조 제2항은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에는 금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해당 도로와 주변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5. 6. 28.에 예정된 퀴어문화축제 행진 경로 중 대부분은 일요일에 차 없는 거리에 해당하며,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부터 종로, 청계천, 신촌 등 서울시내에서 매년 평화롭게 행진을 하였으며,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초래한 적이 없다. 따라서 교통불편을 근거로 한 금지사유도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퀴어문화축제는 수 년 동안 평화적인 집회 및 행진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동성애 반대운동’을 하는 일부 개신교 목사들이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봉쇄하기 위하여 허위, 가장 집회신고를 하는 등 퀴어문화축제를 저지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이들은 2014년에는 퀴어문화축제의 평화적 행진을 집단적인 위력으로써 방해하여 집시법위반으로 처벌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성소수자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불법적인 폭력행위로서 민주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오히려 퀴어문화축제 행진을 금지통고한 것은, 한국 사회에 부정적인 신호가 되어 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바이다.
올해 퀴어문화축제의 안전한 개최 여부는 한국사회의 민주적 다양성과 소수자 인권 존중, 관용의 정신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본 위원회는 퀴어문화축제를 폭력적으로 방해하려는 반동성애 단체와 이들의 편을 들어 퀴어퍼레이드 행진을 금지한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모든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며, 퀴어문화축제가 안전하게 개최되도록 연대해 나갈 것이다.
2015. 6. 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 장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