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정부는 론스타 중재심리 장소와 날짜를 공개하고 국민 참관을 허용하라!
론스타가 대한민국을 한국의 법원이 아니라 워싱턴의 국제 중재에 회부하여 5조 원대의 배상을 요구하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이 알고 있는 유일한 정보는 첫 번째 중재 심리가 5월 15일부터 10일간 워싱턴에서 열린다는 것뿐이다. 심지어 어느 장소에서 열리는지도 모르며, 전문가들의 참관도 불가능하다.
이 심리절차에서는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 전광우,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증인으로 소환되었다는 소문이 있다. 과연 론스타는 무엇을 근거로 우리 대한민국을 상대하여 무려 5조 원을 청구하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 이 사건은 어떠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게 될지, 이러한 터무니없어 보이는 사건이 앞으로 반복되지는 않을지, 1인당 10만 원씩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대한민국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그러나 위 변론기일은 열린 자리가 아닌 밀실에서 닫힌 채로 비공개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론스타에 관련된 10년간의 어떠한 자료도 중재절차에서의 비밀성 엄수 명령으로 인하여 공개할 수 없다며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론스타의 ‘론’자만 들어가도 어떠한 정보도 공개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투명성은 투자중재 관련 서류들과 투자중재 심리 절차를 될 수 있으면 모두 공개하여 누구나 그 절차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적인 이념이다. 더욱이 최근 유엔 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는 ‘투명성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여 중재절차에서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상세한 규범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투명성 규칙 제6조 제1항은 ‘증거 제출이나 구두 변론을 위한 변론기일은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일반적인 투자중재 정보를 될 수 있으면 서면까지도 원본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투자자가 영업비밀 등의 유출을 우려하여 비밀성 엄수 명령을 요청하더라도 최대한 공개하는 방식으로 협의하고 있다. (2013. 10. 아포텍스 사건(Apotex v. US, ARB(AF)/12/1) 등) 즉, 투명성을 통한 국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스타리카의 경우 2015. 4. 20. 스펜스 사건(Spence v. Costa Rica, UNCT/13/2)에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를 통해 인터넷으로 영어와 스페인어로 변론기일을 생중계한 바도 있다.
투자중재 사건도 국가가 투자자를 상대로 투자조약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정으로 잘못이 있는 것인지를 따져보는 구조이므로 행정소송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행정소송은 공개재판이 원칙이므로 무슨 일이 있기에 국가가 잘못했다고 주장하는지를 변론기일에 방청하여 누구나 알 수 있으며, 판결문을 통해 그러한 주장이 타당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정리된 결과를 알게 된다.
이와 달리 기업에 국가 공공 정책을 법원이 아닌 국제 중재에 회부할 특권을 주는 것은 사법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정부의 비밀주의는 국민의 알권리를 본질에서 해치고 있다.
특히 최근 또다시 이란 회사인 엔텍합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새로운 투자중재 사건을 제기하였다는 점에서, 이는 단 한 번 앓고 지나가는 홍역이 아닌 고질의 만성 홍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이에 민변은 우리 정부에 요구한다.
1.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과 투자보장협정(BIT)에서 기업의 국제중재회부 특권(ISDS)을 폐지하라.
1. 정부는 론스타 사건의 중재신청서 등 관련 서류를 일체 공개하라.
1. 정부는 론스타 사건의 중재심리가 열리는 장소와 시간을 특정하여 공지하여 이를 방청하기를 원하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든지 방청할 수 있도록 하고, 누구나 제한 없이 변론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한국어 통역을 제공하라.
1. 비밀주의의 뿌리가 된 론스타 사건의 비밀성 엄수에 관한 절차명령 제5호의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고, 이러한 비밀성 엄수를 누가 요청한 것인지, 그리고 그 범위를 명확하게 밝히라.
2015년 4월 29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 송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