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4.16 세월호 참사 1주기 민변 성명서 -대통령은 위헌인 시행령을 폐기하고 진상규명 약속을 지켜라-

2015-04-15 21

4.16 세월호 참사 1주기 민변 성명서
– 대통령은 위헌인 시행령을 폐기하고 진상규명 약속을 지켜라 –

 

4.16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봄을 마주하는 우리의 마음은 죄인이다. 진상규명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아직도 진도 앞바다에는 침몰한 세월호가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들과 함께 남아있다. 진상규명을 위해 일해야 할 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가 제출한 엉터리 시행령에 손과 발이 묶였다. 아이를 잃은 부모는 첫 기일을 앞두고 광화문에서 단체 삭발을 했다. 참담하다는 말도 부족하다. 우리 모임 역시 그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반성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원인과 문제점을 파악해 정확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최선의 예우이자 남겨진 자들의 의무이다. 정부는 진상규명이 다 끝난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세월호 진상규명은 단지 사고 원인에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침몰 이후 지금까지 드러난 정부의 부실한 대응에 대한 조사와 이에 대한 문책, 세월호 참사와 비극적인 대형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근본원인에 대한 진단과 대책마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독립된 조사기구인 특별조사위원회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엉터리 시행령을 만들어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시행령은 특별조사위원회의 모든 운영을 정부에서 파견한 공무원에게 맡기고, 조사위원회 인원과 조사범위도 대폭 축소하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국민의 생명을 구하지 못하고, 사고를 참사로 만든 가장 큰 책임이 정부에 있음에도 이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일을 정부에서 파견한 공무원에게 맡기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오히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반드시 감추어야 할 무엇이 있다는 강한 오해를 불러오기 충분하다.

  

게다가, 정부 시행령은 행정절차법 및 국회법에 따른 입법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행정절차법 제42조와 국회법 제98조의2는 대통령령을 입법하기 위해서는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만약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국회는 주무장관에게 이러한 내용을 통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해양수산부장관은 이러한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고, 국회를 무시하여 졸속으로 입법예고 하였다.

  

무엇보다, 이번 정부 시행령은 위임명령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만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도록 그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의 모법인 4.16 세월호 특별법은 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의 규칙으로 정하도록 규정(제15조 및 제18조)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중립성 및 업무의 독립성과 객관성이 필수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특별조사위원회의 성격에 비추어 그 운영과 활동에 정부를 포함한 상급기관이나 다른 외부기관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한 특수한 입법목적에 따른 것으로, 이에 위배하여 사무처의 조직 및 운영을 위원회의 규칙이 아닌 시행령에 규정하면서 사무처의 조직 및 운영을 정부에서 파견한 공무원에게 전담하게 하는 이번 시행령은 위임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그 자체로 위헌이다.

  

나아가, 4.16 세월호 특별법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발생원인, 수습과정, 후속조치 등의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함을 명시(제1조)하고 있음에도, 시행령에서 그 대상을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한정하고 있는 것 역시 집행명령의 범위에 벗어나 헌법 제75조를 위반하여 무효이다.

  

정부는 위헌 · 위법한 시행령을 즉시 폐기하고, 세월호 인양을 포함하여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에 국한하지 않고, 안전사회로 가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한 점 의혹도 없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 참사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지켜지지 못한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겨우내 추울까 유골함에 털모자를 씌워주었던 엄마는 다시 찾아온 봄꽃 향기에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난다. 몸이 먼저 기억하는 깊은 아픔이다. 1년 전 오늘, 뒤집어 지는 배를 바라보며 온 국민은 정신적으로 깊은 상처를 받았다. 유가족들의 아픔과 온 국민의 상처를 진정으로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 뿐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5. 4. 1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한 택 근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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