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성명] 김재기 열사의 죽음에 분노한다. 금호타이어는 노동자의 주검 앞에서도 도급화를 추진할 것인가?

2015-02-17 614

[성 명]

김재기 열사의 죽음에 분노한다.

금호타이어는 노동자의 주검 앞에서도 도급화를 추진할 것인가?

 

어제(2015. 2. 16.) 오후 9시8분 경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지회의 대의원인 故 김재기님이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본관 앞에서 분신하여 사망하였다. 고인이 차량에 남겨 놓은 유서에는 “제가 죽는다 해서 노동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 금타(금호타이어)만은 바뀌어졌으면 하는 제 바램입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고, 유서와 함께 “도급화 결사저지를 위한 조합원 서명 결의서”도 남겨져 있었다.

 

유서의 내용과 고인의 활동 내역을 토대로 살펴보면, 고인은 회사의 도급화 방침에 맞서 싸우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고인의 죽음 앞에 비통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노동조건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던 한 노동자가 끝내 죽음을 결심하고 이를 결행한 현실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 아울러 그런 상황이 초래되는 것을 저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

 

회사는 직무 597개 중 521개의 직무를 이미 도급으로 전환해 놓고서도 추가로 48개의 직무를 도급으로 전환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작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하였고 2010년 단체협약에는 2014년까지 도급화를 완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도 위와 같이 무리하게 도급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제조업에서 도급이라고 하는 것은 불법파견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그 점은 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숱하게 확인되었다. 따라서 회사의 도급 전환이라고 하는 것은 불법파견의 감행임이 분명하다. 고인은 그러한 불법에 저항하다가 끝내 자기 목숨까지 던진 것이다. 또한 도급화는 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와 노조의 무력화,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낳는 주범이다. 지금 SK 브로드밴드와 LGU 플러스의 도급 노동자들이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파업을 행하고 소속 노조원 두 명이 전자광고탑 위에 올라가 농성하는 것도 도급이라는 이름의 노동자 착취를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어서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도급화로 인해 진짜 사장이 은폐되는 간접고용의 폐해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간접고용은 마땅히 철폐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긴급하게는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차별 금지와 고용승계가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이런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내용이 빠진 ‘비정규직 종합 대책’은 비정규직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옥죄는 대책에 불과하다.

 

고인은 유서의 마지막에 “노동자가 주인 되는 그날까지 저 세상에서 저도 노력할께요”라는 내용을 남겼다.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의 가장 최소한의 모습은 ‘직접 고용’과 ‘상시 고용’이 실현되어져 있는 것이다. 회사는 고인의 주검 앞에서도 도급전환을 추진할 것인가? 회사는 이제라도 그 무모한 불법의 기획을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고인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며 고인의 뜻을 실천해 나갈 것임을 다짐한다.

 

2015. 2. 1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강 문 대

첨부파일

20150217_민변노동위_성명_김재기 열사의 죽음에 분노한다. 금호타이어는 노동자의 주검 앞에서도 도급화를 추진할 것인가.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