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위/성명서] ‘우이독경’FTA, 한호주, 한캐나다,한중국,한뉴질랜드 FTA 타결발표에 대한 성명

2014-11-21 443

[성명서]

 

‘우이독경(牛耳讀經)’ FTA

 

– 한·호주FTA, 한·캐나다FTA, 한·중FTA, 한·뉴질랜드FTA 타결 발표에 대한 성명

 

 

최근 정부는 일련의 FTA(한·호주, 한·캐나다, 한·중, 한·뉴질랜드)에 대해 그 타결을 발표하였다. 가히 속전속결을 방불케 한다. 현재 FTA는 단순한 관세·비관세장벽의 철폐라는 의미를 넘어서 국내 시장에 대한 공적 규제의 제한을 의미하게 되었고,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헌법 질서와 이를 통해 구성되는 공익 등 핵심적인 국가영역이 통상이라는 사적 이해관계가 작동하는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위 일련의 FTA 중 한중FTA를 제외한 다른 FTA들이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자유화후퇴방지조항(Rachet Mechanism)과 서비스시장의 네거티브 리스트(Negative List) 방식 개방은 상호결합·작용하여 단순한 시장개방이 아닌 포괄적인 국가 규제권한 제한의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 정책 결정의 방향을 일률적으로 개방이라는 한 방향으로만 고정하는 것은 미래의 변화하는 사정 및 공익적 필요에 부합하지 못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자·국가소송제(이른바 ISD)는 정부의 공공정책을 투자자가 직접 분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여 해당 국가정책이 협정위반으로 판단될 경우 무력화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고, 더욱이 이러한 위험은 각국 헌법이 인정하는 재산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광범위한 ‘간접수용’조항과 그 개념이 불명확한 ‘공정하고 형평한 취급(FET)’조항에 의하여 더욱 배가되고 있는데, 위 일련의 FTA들은 모두 이러한 ISD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동안 정부는 한·미 FTA 등 각종 FTA에서 공공정책이 모두 자유무역협정 상 의무들로부터 유보되어 있어 공공정책 자율권은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고 홍보하여 왔으나 이러한 유보로도 FTA투자편의 간접수용보상의무나 공정하고 형평한 취급의무(또는 최소기준대우의무)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어 론스타 ISD 제소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조항을 근거로 정부의 공공정책을 ISD에 회부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이처럼 위 일련의 FTA들이 NAFTA 및 한미FTA의 틀을 그대로 추종하여 공공정책과 공익이라는 핵심적인 국가영역을 사적 이해관계의 작동대상으로 변모시킬 위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러한 일련의 FTA에 대한 공론화, 국민여론의 수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내에서의 토론 등 헌법과 법률이 요구하는 적법한 절차를 실질적으로 거치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이를 밀실행정의 대명사로 삼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통상절차법 상의 예외조항을 무기로 이를 철저히 무시하여 국회를 그야말로 꼭두각시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

 

그간의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하여 위 일련의 FTA들 모두 일관하여 시장개방으로 현저히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 일부 대기업들을 제외하고 특히 농민, 축산낙농업인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어려운 경제적 상황으로 내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부 피해업계와의 최소한도의 면담기회제공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완수한 것으로 스스로 평가하고 위 FTA의 타결 및 국회비준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중FTA의 경우 우리나라와 교역규모면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문화적으로 극히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중국과의 FTA로서 경제적 영향뿐만 아니라 정치적 영향까지도 신중히 고려되어야 하고, 중국이 사회주의국가로서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과 법제도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고 법제도적으로 한국보다 투명성, 개방성에 있어 뒤처져 있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식료품의 안전성,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문제 등 상호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맞춰 서둘러 진행됨으로써 ‘더 이상 조정의 여지 없는’ ‘실질적 타결’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하여 우리 국민이 이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처럼 중차대한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하여 협상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국민여론 수렴 및 공론화를 통하여 무엇이 가장 국가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방안인지를 국민과 함께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국회를 꼭두각시화시키고 있는 현행 통상절차법은 필히 개정되어야 할 것이고, 국회는 자유무역협정의 비준에 앞서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고 무엇이 가장 전체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협정안 인지를 심사숙고하여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의 자유무역협정은 정부가 강조한 예상경제효과가 명백한 것인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가사 그러한 경제효과가 존재한다 하여도 기본적으로 이는 특정경제부문의 이익에 부합하고 다수의 사회적 약자계층을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하는 현상을 동반하게 되며 이는 현재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양극화, 사회적 정의 실현 등의 중차대한 과제를 해결하여 주지는 못한다.

 

더욱이 각국간의 자유무역협정이 단순한 경제적 관계를 넘어서, 문화적·정치적·평화적 문제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면 정부로서는 지금이라도 폐쇄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무역협정 논의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무엇이 가장 전체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국가정책인지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2014. 11. 21.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  서상범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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