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월호법 타결은 절충적인 여야 타협의 결과, 진상규명은 이제부터다.

2014-11-02 761

[논평]

세월호법 타결은 절충적인 여야 타협의 결과, 진상규명은 이제부터다.

 

4. 16.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99일 만에 세월호 특별법은 정부조직법과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법)과 함께 여야 합의로 타결되었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6개월가량 표류해온 것은 성역 없는 조사와 수사에 제동을 걸고자 했던 집권여당의 반대와 악의적인 왜곡에 기인한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지연은 근거 없이 유가족들에 대한 특혜 시비를 유발시켜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주고 갈등을 증폭시켜왔다는 점에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요구된다.

어제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은 일정한 양보를 통한 절충의 결과로 볼 수 있다. 17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진상조사위원회(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을 개시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과 절차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특별법 제정 국면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이다.

첫째, 그 절충의 과정에서 보면, 국민 530만명이 서명한 세월호 입법청원안에 대한 심의가 한 번도 정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절차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530만 명이 청원한 입법안에 대해 한 번의 정식적인 심의조차 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는 정당의 당리당략을 국민의 의사에 우선시키는 행태로서 국민을 대표해야 하는 국회의 책무를 방기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의회민주주의의 위기를 반영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둘째, 세월호 특별법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과 관련하여, 유가족이 추천한 상임위원이 특별조사위원장을 맡고, 내부 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처장(부위원장 겸직)은 여당에서 추천하도록 함으로써 진상조사위원회의 인적 구성에서 정치적인 균형을 맞추려 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역으로 뒤집어보면, 마음먹기에 따라서 사무처장의 사무 전반에 대한 통제 권한을 통해 진상규명의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진상조사위원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조사절차와 관련하여, 군사상 비밀과 공무상 내지 업무상의 비밀을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하고 있고, 참고인 혹은 당사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의 경우에도 정당한 이유 없는 2회 이상의 출석 거부에 대해서 단지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애초 제안은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그침으로써 진상조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료제출과 진술조사에서, 강제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과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국정원 등 주요 국가기관의 자료제출 거부 등의 비협조로 인해 상당수 의문사 사건이 진상불능 상태에 빠져버린 경험을 고려하면 이를 단순한 기우로 치부할 수는 없다. 세월호 참사는 청와대를 비롯하여 국정원,국방부를 비롯한 권력기관 다수가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들 주요 권력기관이 군사상 혹은 공무상의 비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출석을 거부할 때 과연 과태료 1,000만원으로 강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진상조사위원회 내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여 조사의 실효성을 높이려했던 노력이 무산된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셋째, 진상조사와 맞물려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할 ‘특검’의 임명 과정을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특검의 수사대상(수사범위)도 여전히 본회의 의결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하고, 수사기간 또한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라 최대 90일(1회에 한해 90일 연장 가능)로 제한된다는 점에서도 진상조사와의 유기적 연계성을 어떻게 살릴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세월호 구조 실패를 개인들의 일탈·위법행위로 결론을 내린 검찰의 수사결과를 고려할 때, 구조 실패에 대한 구조적인 원인과 그에 따라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더욱 험난해 보인다. 그러한 점에서 특검의 수사대상(수사범위)과 수사기간, 그리고 조사와의 연계성을 제대로 살려내는 문제는 매우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오랜 시간 끌어왔던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논란은 여러 아쉬움을 남긴 채 통과절차를 남겨두고 있다.지금까지는 진상규명을 위한 틀(기구)과 권한에 대한 규정을 만드는 절차적 문제였다면, 이제부터는 진상규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실체적 단계로 국면이 넘어가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경계해야 하는 것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으로 진상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을 개시하므로 국민들은 그 진행상황을 지켜보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공적 기구인 진상조사위원회의 철저하고도 성역 없는 조사를 위해 활동상황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내부의 방해와 정치적 외압에 대해 함께 싸워가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견제하며 추동할 국민적 대응기구를 만드는 것도 그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진상조사위원과 조사관 임명 등 진상조사기구의 인적 구성과 예산 문제를 둘러싼 힘겨루기는 진상규명의 향방을 가늠할 첫 관문이 될 것이다. 시급히 국민적 관심과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월호 참사는 진상규명와 책임자 처벌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존재에 의문을 가지게 한 사건으로 국가적 성찰과 대개혁을 요구하는 절체절명의 사건이다. 따라서 세월호 사건을 하나의 조사대상으로 축소시키는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세월호 참사를 불러온 부조리하고도 위험한 대한민국의 정치사회적 구조와 국정기조를 바꾸어낼 국민적 행동을 조직하고 대안세력을 형성해나가는 실천 활동을 위한 새로운 출발지점에 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올바른 진상규명과 416이전과 다른 안전한 사회를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야 할 때이다.

 

2014. 11. 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한 택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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