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국민참여재판 무력화’ 속내 드러낸 법무부의 국민참여재판 개정안을 반대한다.

2014-06-23 1,221

[논 평]

‘국민참여재판 무력화’ 속내 드러낸

법무부의 국민참여재판 개정안을 반대한다.

 

법무부가 지난 12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①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에서 배제하고, ② 검사에게 국민참여재판 신청권과 배제결정권을 부여하며, ③ 재판부는 공소사실 이외에 검찰 주장의 요지도 배심원들에게 설명해야 하고, ④ 법원의 배심원 평결 배척사유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영역에서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여 사법민주화에 기여하고 있다. 2008.이래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하여 기존의 법관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치관과 사고를 재판에 반영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투명하게 재판을 진행함으로써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 법무부의 개정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민과 피고인을 위한 권리로서 보장된 국민참여재판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찰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으로 제도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모임은 법무부의 개정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첫째, 개정안은 국민참여재판의 확대라는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오히려 그 대상을 축소하여 국민의 사법참여라는 제도 자체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이는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정치적 표현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되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일련의 사건에서 잇달아 무죄가 선고되자 법무부가 이를 막으려는 의도이다. 법무부는 아마도 위 사건들이 만일 국민참여재판이 아니었다면 유죄가 선고되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실제 재판에서는 법무부의 이 같은 판단과는 달리 직업판사의 판결보다 배심원의 평결이 더 합리적이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안도현 시인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경우 배심원들의 무죄 평결에도 불구하고 1심은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배심원 평결과 같이 무죄를 선고하였다.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경우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표현의 자유를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 것인지는 직업법관의 경험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눈높이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국민참여재판이 필요하다. 따라서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제시키려는 법무부의 개정안은 시민의 건전한 법감정과 판단을 무시한 비민주적이고 법조엘리트주의적 발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둘째, 검사에게 국민참여재판 신청권과 배제결정권을 부여하여 검찰의 권한을 강화한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인 피고인의 권리로서 보장된 것이기에 다른 당사자인 검사가 일방적으로 제한 할 수는 없다. 검찰은 국민참여재판 신청권을 활용하여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반대하는 강력범죄 등을 여론 재판의 도구로 이용할 수 있고, 반대로 검찰의 무리한 기소나 정치적으로 논란이 된 민감한 사건의 경우 배제결정권을 악용하여 국민의 참여자체를 봉쇄할 수도 있게 된다. 따라서 검사의 국민참여재판 신청권과 배제신청권을 부여한 개정안은 국민참여재판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다.

셋째, 개정안은 변호인이 최후진술에서 새로운 쟁점이나 사실관계에 관한 의견을 낼 경우 검사도 이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재판부는 공소사실 이외에 검찰 주장의 요지도 배심원들에게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 역시 피고인의 권리와 방어권 보장보다는 검찰의 주장을 더욱 관철시키려는 것이다. 재판장의 설시 중에는 이미 공소사실의 요지와 적용법조가 포함되어 검사의 주장이 그대로 들어 있음에도 검사 주장의 요지를 재차 포함시키려는 것은 검사의 주장을 이중으로 설시하는 것일 뿐 아니라, 재판부의 배심원에 대한 설시까지 관여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는 것으로 재판부의 권한 침해이자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할 소지가 있다.

넷째, 개정안은 ‘배심원의 평결 내용이 논리법칙 또는 경험법칙에 위반되는 경우’와 ‘평의 ․ 평결의 절차 또는 내용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을 배심원 평결 배척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유가 매우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배심원 평결이 법관의 법감정과 일치하지 않는 모든 경우에 배척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사실상 배심원 평결을 장식화하고 무의미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그 밖에 배제결정의 요건을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거나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사건’이라고 하여 매우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기준을 나열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므로 배제요건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법무부의 국민참여재판 개정안은 지난 6년 동안 시행해온 결과를 토대로 국민참여재판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건전한 법감정과 판단을 무시함으로써 국민참여재판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려는 것과 다름없다.

법무부는 시대의 요청에 반하고 국민참여재판의 본질에도 반하는 국민참여재판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여야 할 것이다.

 

2014년 6월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한택근

첨부파일

[논평] ‘국민참여재판 무력화’ 속내 드러낸 법무부의 국민참여재판 개정안을 반대한다.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