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검찰은 국민의 검찰임을 포기한 것이다.

2014-06-03 1,803

[논 평]

검찰은 국민의 검찰임을 포기한 것이다.

검찰(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 제6부, 서봉규 부장검사)은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이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아들 이시형 씨 등 모두를 한 차례 소환 조사 없이 무혐의 처리했다. 또한,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도 국세청의 고발이 없었다는 이유로 역시 불기소 처분했다. 한 마디로 검찰 스스로 수사기관임을 포기한 것이다.

이 사건은 2011. 5.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낼 사저와 경호시설 부지를 동시 매입하는 과정에서 국비가 지원되는 경호시설 부지 매입가는 높게 책정하고, 이 전 대통령 일가가 지불해야 하는 사저 부지 매입가는 낮게 책정해 국가에 9억 7200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였다. 당시 검찰은 처음 수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에도 청와대 경호처 직원과 이시형씨에 대하여 각각 무혐의 처분을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의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던 국민적 의혹이 일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12. 특검이 출범하여 재수사를 하였고, 당시 특검은 청와대 경호처가 이시형씨를 대신하여 부지 매입 대금을 부담한 것에 대하여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경호처 직원들을 기소하였다. 나아가 이시형씨의 증여세 포탈 혐의도 파악했으며, 이 전 대통령이 부지 매입 과정 전반에 관여했다는 배임의 정황 역시 발견하였다. 그러자 당시 청와대는 특검의 미진한 수사에 따른 수사기간 연장요청을 거부하였고, 결국 특검은 ‘대통령은 재직 중 소추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공소권 없음을 결정하고 사건을 종결하였다.

특검의 기소와 관련해 작년 법원은 위 경호처 직원들에 대하여 모두 유죄의 확정판결을 선고하였다. 따라서 이번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지난 2012. 특검의 수사 결과 및 법원의 유죄판결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여러 정황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과 그 아들에게 이득을 얻게 하고 국가에 무려 9억 7천여 만 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혔다는 의혹이 진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사의 단서가 포착되었으면 수사기관은 반드시 수사를 해야 하고, 관련자를 소환하여 조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아무도 소환하지 않은 채 1년 넘게 기록을 방치하다가 세월호 참사 국면과 지방자치 선거를 틈타 이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하여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최소한의 수사조차 하지 않고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소추권이 없어 특검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영역인 만큼 검찰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혔어야 했다. 검찰은 법이 정한 직무를 명백히 유기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2008.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당시 거의 매일 수사결과를 언론에 공표하고 서울로 소환하여 대대적으로 ‘망신주기’까지 하였던 전례가 있다. 지금의 검찰은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이기 때문에 그렇게 예우하는 것인가. 누구를 위한 검찰인가.

그 동안 검찰은 내곡동 사저 사건뿐 아니라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등에서 정권의 하수인으로서 권력에 굴종하였고, 권력형 비리나 뇌물수수, 서울시 공무원 증거조작 사건 등 끊이지 않는 일련의 검찰 및 권력형 비위 사건에서는 일명 꼬리자르기식 수사나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직무를 유기함으로써 준사법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였다. 반면, 정권과 반대되거나 비판하는 국민들에겐 가혹함을 넘어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인권을 유린하였다. 검찰에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은 한낱 법전 속에 박제되어 있을 뿐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모임은 검찰이 지금이라도 수사를 재개하여 진실을 밝힐 것을 거듭 촉구한다. 이것이야말로 수사 및 독점적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무너진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자,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며, 나아가 누구나 적법절차에 따라 처벌되는 것이 헌법과 법률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수사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하는 것이 어찌 헌법상 적법절차라 할 수 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 또한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검찰의 처분 결과에 대해 스스로 진실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

  2014년 6월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한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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