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부] [보도자료] 허재호 회장 노역장유치(勞役場留置) 집행에 즈음한 고언(苦言)

2014-03-25 271

[보도자료]

 허재호 회장 노역장유치(勞役場留置) 집행에 즈음한 고언(苦言)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이 3. 22.(토) 전격 귀국하고, 검찰은 인천공항에서 허회장의 신병을 확보해 미납 벌금 254억원에 대한 노역장유치를 개시했다고 한다. 허회장의 도피성 출국 시로부터 약 4년만이고, 조세포탈 및 횡령 재판 확정시로부터 약 2년만이다.

 

검찰이 허회장 1심 재판에서 벌금 1천억원의 선고유예를 구형한 점, 항소심 법원이 자수 및 작량감경의 거듭 감경을 통해 벌금을 254억원으로 낮춘 후 그 벌금 미납시 1일 노역장유치 금액을 5억원으로 정한 판결, 허회장의 뉴질랜드 호화생활과 대비되는 국내 형벌권 및 징수권 무력화 상태를 매번 우려해 온 우리로서는, 이번 검찰, 국세청, 지자체의 기민한 공조와 허회장의 결단을 일단 환영한다. 다만, 이번 사건에 나타난 검찰, 법원, 허회장 개개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법운용과 제도 개선의 기회로 삼기를 충심(忠心)으로 바라며 다음과 같이 고언(苦言)한다.

 

첫째, 검찰에 대한 비판은 다음과 같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공익의 옹호자, 시민의 수호자로서의 소추권, 공소유지권을 포기했다. 오히려 [허회장에 의한 소추권자, 허회장을 위한 공소유지권자]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수사 초기 구속의 필요성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던 검찰이 무려 1천억원의 벌금에 관한 선고유예(宣告猶豫)를 구형한 처사는 납득할 수 없다. 우리는 검찰이 일반 형사범, 약식명령 사안에서 선고유예를 구형하는 것을 흔히 보지 못한다. 그런데 이 지역 유력 건설업체로서 그 아래 수많은 납품업체, 협력업체, 일용노동자의 각 공급대가를 떼어먹고 그들 피눈물의 궁극적 원천이 된 허회장의 조세포탈 범행에 대하여 벌금형의 선고유예(작량구형)를 구할 수 있는 근거를 알지 못한다.

 

또 검찰이 1심 이후 판결에 항소, 상고하지 않은 점도 적절치 않다. 1심에서부터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되었다면, 사안의 중대성 등과 피고의 항소를 고려해 검찰로서는 항소하였어야 했다. 그런데 검찰은 태연히 항소기간을 넘겨 결국 피고인 허회장만이 항소, 상고하게 방치함으로써, 항소심 이후 피고인 허회장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不利益變更禁止 原則)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독무대를 허용해 주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선고유예 구형, 항소포기는 그 의중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갈지자(之) 행보로서 그 자체 논리적 일관성이 없을 뿐 아니라, 더욱 문제는 검찰이 결과적으로 소극적인 의미에서 허회장의 변호인(辯護人) 역할을 자임하였다는 점에 있다. 검찰이 뒤늦게 국세청, 지자체와 함께 허회장 재산 수색에 나서고, 허회장 귀국 종용에 진력하였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미리 범한 위와 같은 무원칙, 역할배신의 원죄는 가릴 수 없다고 본다.

 

둘째, 법원에 대한 비판은 다음과 같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양정한 노역장유치 1일 환산액은 일반 형사범과의 형평을 잃었을 뿐 아니라 다른 재벌 사례에 비춰도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번 법원의 환산액 양정은 [재판에 의한 자의적 차별(恣意的 差別)]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우리 법원은 일반 양정권과 마찬가지로 벌금형에서도, 총액벌금제(형법 각조, 형법 제45조) 아래 벌금미납자(환형유치자)에 대한 1일 환산액에 관하여서도 폭넓은 재량을 부여받았다. 다만 유치기간이 3년(1095일)을 넘지 않을 제한이 있을 뿐이다(형법 제69조 제2항). 허회장의 경우 50일(254/5) 유치기간은 위 법률 제한을 준수하였으므로 형식적으로 보면, 위법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반 형사범의 1일 환산액 5만원의 1만배, 최근 증액 운용되고 있는 10만원의 5천배에 달하는 차별을 과연 누가 납득하겠는가. 우리는 법원이 일반 형사 사건에서 벌금 300만원 혹은 400만원 등을 선고함에 있어서, 피고인의 벌금 미납을 대비한 노역장유치기간까지 고려하여 1일 환산액을 30만원(10일) 혹은 50만원(8일)과 같이 선별적이고 사건대응적으로 선고한 예를 보기 어려웠다. 일반 형사 사건의 1일 환산액은 기계적이고 천편일률적인 5만원(최근 증액되어 10만원일 뿐이다)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허회장 판결은 우선 벌금 미납시 노역장유치 기간을 50일로 설정해 두고, 이를 위하여 1일 환산액을 역(逆)으로 계산하였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만약 법원이 형법 제69조 제2항의 제약 하에서 일반적인 예에 충실하였다면, 1일 환산액은 2,500만원, 3,000만원, 4,000만원, 5,000만원, 1억원 정도로 상정해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각 유치기간은 1,016일(254/0.25), 846일(254/0.3), 635일(254/0.4), 508일(254/0.5), 254일(254/1) 등으로 귀착될 수도 있었다. 우리가 위 대안 중 어느 하나만이 옳다고 강변하는 것이 아니다. 벌금형, 1일 환산액, 유치기간 모두 기본적으로 법원의 재량사항이고, 이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지적하는 바는 재량(裁量)이 자의(恣意)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254일 ~ 1,016일까지도 가능한 재량범위를 제쳐 두고 불과 50일로 줄여주는 양정이라면 최소한 합리성과 설득력 영역인 양형재량을 원용할 수는 없다고 본다. 즉 자의적 차별로 규정한다. 자의적 차별은 대표적인 헌법 위반 사유이다.

 

재벌 허회장과 일반인을 일대일로 두고 맞대응해서 볼 수 없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선박왕 권혁의 벌금 2,340억원에 대한 1일 환산액은 3억원, 국내 최고 재벌 이건희 회장의 벌금 1,100억원의 1일 환산액은 1억1천만원, 국내 4대 재벌 SK그룹의 CEO 손길승 회장의 벌금 400억원의 1일 환산액은 1억원이었다. 이들 각 유치기간을 보면, 차례로 780일, 1,000일, 400일이다. 이들 재벌 사례와 비교해도, 허회장의 1일 환산액은 5억원으로 최대이고, 유치기간은 50일로 최단기 신기록이다. 특히 법원이 허회장에 대한 유리한 양형으로 참작한 가산세를 포함해서 포탈세액을 모두 납부하고, 엄밀한 의미에서 사익추구가 없으며,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이건희 회장 사안과 대차(大差)가 없다는 점에서 보면, 이회장이 무려 1,000일의 유치기간을 선고받은 것에 비해, 허회장이 불과 50일의 유치기간을 허락받은 것은 특혜에 가깝다. 말하자면, 법원의 허회장 판결은 세계적 재벌 이건희 회장 사례에 비춰보아도 자의적 차별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노역장유치의 1일 환산액이 벌금 최소액 5만원의 10배, 즉 50만원을 넘지 못하고, 노역장유치 최장기간 3년 제한을 삭제함으로써, 벌금형에 대한 징벌적 성격을 강화하자는 형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위 개정안의 타당성 여부는 좀더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법원의 양형재량이라는 이유로 전혀 예측가능하지 않은 판결이 반복된다면 위 개정안의 명분과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고 하겠다. 위와 같은 개정안이나 입법운동의 동력을 소진시킬 열쇠는, 역설적으로 법원의 납득할 수 있고 합리적인 노역장유치 1일 환산액의 양형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셋째, 허재호 회장에 대한 비판은 다음과 같다.

 

앞서 본 검찰의 약 6년 전 역할배신적 소추권 행사, 약 4년 전 법원의 허회장에게만 온정적이고 자의적 판결의 문제점을 2014. 3. 현재로 불러들여 들춘 이는 사실 허회장 본인이라 할만하다. 가정하기를 허회장이 재판이 확정된 직후 벌금을 납부하였다면, 현재와 같은 논란의 중심에 허회장이 있을 리 없다. 그 점은 허회장이 현재와 같이 뉴질랜드에서 호화생활을 하고, KNC건설이란 대주그룹 후신 그룹을 현지에서 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더라도 시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적법절차와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재판을 받았고, 더구나 노역장유치는 벌금미납을 위한 예비적 주문에 불과한데, 이미 벌금을 납부하였으니 말이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이 1일 환산액 1억1천만원을 허용하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1,100억원 벌금을 모두 납부한 이후 그 1일 환산액의 과다에 관한 논란이 지금처럼 제기된 적이 없다.

 

문제는 도피성 출국으로 급한 소나기를 피한 후 재판확정 후에도 벌금을 내지 않고, 세금마저 체납하면서 배째라는 식으로 버티는 행태에 국민은 분노하는 것이다. 더구나 뉴질랜드 현지에서 최고급 주택에서 호위호식하고, 카지노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었으며, 최근 뉴질랜드 노른자위 땅을 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고, 사실은 국내 대주그룹 도산(2010년) 이전인 2006~7년경에 이미 뉴질랜드 현지에서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었다는 의혹 보도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요컨대 제기되고 의혹을 종합하면, 허회장은 국내 대주그룹이 도산할 때 뉴질랜드에 또 다른 주머니를 차고 있었다는 점, 허회장은 현재에도 상당한 재산이 있다는 점, 위 재산은 대주그룹 국내 도산 이전 이미 진행되고 있던 뉴질랜드 사업과 무관치 않다는 점, 그럼에도 허회장은 전격 귀국 후에도 미납벌금을 납부하지는커녕 50일 노역장유치로써 벌금 탕감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만약 위 의혹이 사실이라면, 허회장은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먹고 떳떳하게 벌금을 납입한 후, 유능한 경제인의 능력을 전세계에서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고 검찰과 국세청 및 지자체의 재산수색과 재산보전 절차를 불려들여 낭패와 수치를 맛본다면, 허회장은 국민을 두 번 능멸하는 것이고,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다.

 

노역장유치의 실제와 벌금양형(최병각, 형사정책 제12권 제2호, 194면 이하)이란 논문에 의하면,『노역장유치의 기능은 벌금납입 대체(代替)기능과 벌금납입 강제(强制)기능을 갖는다. 동일한 벌금액을 미납한 경우에도 1일 환산액이 다르면 유치일수의 차이로 이어져 집행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문제인데, 고액의 벌금납입을 회피할 목적으로 복역하는 자에게는 노역장유치제도가 벌금납입 강제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한다. 따라서 노역장 유치제도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벌금을 납입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에게는 1일 환산액을 높여 유치기간을 줄이고, 벌금을 납입할 능력이 있는 자에게는 1일 환산액을 내려 유치일수를 늘리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노역장유치제도가 전자에게는 벌금대체효과를, 후자에게는 벌금강제효과를 예정하기 때문이다.』고 한다.

 

위 논문의 지적대로라면, 허회장이 2008년 ~ 2012년 당시 벌금을 납입할 능력이 있는 자였다면 1일 환산액을 내려 유치일수를 늘림으로써 벌금강제효과를 기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우리 법원은 이와 반대 전제에 서서 반대 결론, 그것도 기록적인 단기(短期) 유치일수를 허용해 주었음을 알 수 있다. 과거는 과거이고, 2014년 현재 허회장이 역시 벌금을 납입할 능력이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고액의 벌금납입을 회피할 목적으로 노역장유치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형사정책적으로 벌금강제기능을 기대할 수 없는 노역장유치제도가 아닌 다른 강제수단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4. 3. 2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 참여자치21

 [보도자료] 대주건설 허재호 관련 성명서 (2014.03.25)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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