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유서대필 사건에 대한 무죄판결을 환영한다

2014-02-13 531

[논평] 유서대필 사건에 대한 무죄판결을 환영한다

 

오늘(13일) 서울고등법원(형사10부, 재판장 권기훈 부장판사)에서 이른바 ‘유서대필 사건’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 김기설 씨의 분신사망 후 강기훈 씨가 유서를 대필하여 자살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은 지 23년이 흘렀고, 2009년 서울고등법원 재심개시결정 시로부터 다시 5년 가까이 지났다. ‘강기훈은 유서를 쓰지 않았다’는 당연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 사건은 국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무고한 개인을 범죄자로 만들어 진실을 왜곡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 둘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재확인해준 사례이기도 하다.

 

강기훈 씨는 지난 최후진술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말하였다.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고 진실을 되찾는 과정에서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작이다. 이 점에서 재판 과정에서 국과수와 검찰의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과수는 1991년 당시 적극적으로 강기훈 씨 필적이 유서 필적과 동일하다는 감정결과를 내놓음으로써 강기훈 씨를 유서대필자로 낙인찍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91년 감정결과는 감정절차와 원칙에 반하는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고, 국과수는 2007년 그리고 2013년 두 번의 필적감정을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감정원칙에 충실한 감정결과를 내놓았다.

 

반면 검찰은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차버렸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도 강기훈 씨가 91년 당시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새로운 증거조작을 통하여 국민과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변하였다. 검찰은 ‘과거의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변호하는 것을 재판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이 사건 공소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신속한 판결확정에 협조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검찰항고 후에 사건을 3년 이상 방치하다가 여론이 비등해지자 검찰항고를 기각하면서도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는 새로운 증거들에 대하여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재심 개시 후 1년이 넘는 재판 과정에서 대법원이 제기한 점들은 모두 심리되었고 심지어 국과수의 필적감정까지 이루어졌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그 모든 것을 종합한 결과인 것이다. 만약 상고가 이루어지더라도 대법원은 종전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신속하게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91년 유죄판결의 한축으로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길일 것이다.

 

 

2014년 2월 1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장 주 영

[민변][논평]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1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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