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문]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전교조 탄압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2013-11-12 603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에 대한 법률가 규탄 선언문]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전교조 탄압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지난 9월 23일 고용노동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게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도록 규약을 개정하고, 해직자를 조합에서 배제하라는 시정요구를 했습니다. 10월 24일에는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립된지 24년, 조합원 수만 6만에 이르는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통보하였습니다. 25일부터 교육부 지침을 받은 교육청은 기존에 체결된 단체협약을 무효화하고, 단체교섭은 중단되었습니다. 77명에 이르는 노동조합 전임자들에게는 전임허가 취소와 복귀명령을 내렸고, 미복귀시 직권으로 면직시키겠다고 겁박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그 동안 힘겹게 쌓아왔던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주의가 한 순간에 허물어지고 있다는 깊은 자괴감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사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헌법적․반역사적 조치로서 즉각 철회되어야 합니다.

 

첫째, 고용노동부의 시정요구는 해직교원의 단결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 문제가 있습니다. 해직교원도 엄연히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교원업무에 종사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현대자동차에서 아반떼를 만들면서 금속노조에 가입할 수도 없고, 삼성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면서 보건노조에 가입할 수도 없습니다. 노동부의 이번 조치는 해직교원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단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문제가 있습니다.

 

둘째, 기간제교원을 떠올리면 노동부 조치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절감하게 됩니다. 중․고등학교 교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기간제교원은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학기 중에만 계약을 체결하는 일명 ‘쪼개기 계약’으로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현직 교원만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노동부 주장에 따르면, 기간제교원은 1학기에는 전교조 가입, 여름방학에는 탈퇴, 2학기에는 재가입, 겨울방학에는 재탈퇴를 해야 합니다. 방학 중에도 조합원 신분을 유지한다면 전교조는 다시 법외노조 겁박을 받아야 합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고, 열악한 처지에 놓인 기간제교원을 이중으로 차별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셋째,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를 통보할 법적 근거도 없습니다. 노조법 시행령은 ‘대통령령’이지 ‘법률’이 아니므로 해직교원의 단결권을 제한할 수 없고, 법률에서 시행령에 법외노조 통보 관련 사항을 위임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연혁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합니다. 이 규정은 대표적 노동악법으로 손꼽히던 구 노조법의 노동조합해산명령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이 제도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거쳐 같은 해 11월 여야 합의로 삭제되었습니다. 이듬해인 1988년 노태우 정부가 국회 심의를 피해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슬그머니 부활한 것이 바로 현재의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입니다. 입법연혁만 놓고 보더라도 노동부가 주장하는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인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 모법의 위임없이 제정되어 무효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넷째, 고용노동부의 이번 조치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국민의 기본권은 법률로 제한할 수 있지만, 그 제한의 정도는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다는 과잉금지원칙은 우리 헌법을 지탱하는 대원칙입니다. 고용노동부는 해직자 9명 때문에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전교조는 설립신고 이후 14년간 활동을 해왔고 6만 여명의 조합원이 있는 노동조합입니다. 6만 명 중 9명(0.015%)이 문제되니 나머지 59,991명(99.985%)의 단결권을 박탈하겠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노동조합 설립총회 참석자 34명 중에 2명, 비율로 5.8%의 무자격자가 있어도 노동조합 해산을 명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71누9 판결), 사용자의 이익대표자 참가를 허용해도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현실적으로 침해되지 않는 한 노동조합 지위를 상실하지 않는다는 서울고법 결정(서울고법 97라94 결정) 등 법원의 확립된 판결에도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다섯째, 노동부의 이번 조치는 국제적으로도 망신입니다. 국제교원단체총연맹(EI),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CU), 국제노동기구(ILO)는 물론 OECD까지 나서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습니다. ILO의 연이은 긴급 개입은 국제적 망신이고, 이번 조치는 정부가 그렇게 소리 높여 외치는 국제적 기준[Global Standard]에도 위배됩니다.

 

생각이 다르고 싫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눈엣가시라도, 아무리 전교조를 법이 보호하는 울타리 밖으로 내쫓고 싶더라도 최소한 국민적 공감대와 국회 논의를 거쳐 법률적 근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우리 사회가 힘겹게 쌓아온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최소한이고, 국제적 기준입니다.

 

우리는 정부가 이성을 되찾아 법치주의의 길로 돌아와 다음과 같은 조치를 즉각 이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1.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즉각 철회하라.

1. 민주주의 유린, 전교조 탄압 즉각 중단하라.

1. 해직교원의 단결권을 보장하라.

 

 

2013년 11월 11일

반헌법적․반역사적 전교조 탄압을 규탄하는

법률가 384인 일동

 

 

<이하 명단>

 

-변호사-

강기탁 강동우 강문대 강상현 강신관 강영구 강은옥 강을영 강지현 강호민 고윤덕 고재환 고지환 구나영 구인호 권기일 권두섭 권성중 권숙권 권영국 권정호 권혁근 김갑배 김경호 김기덕 김남준 김남희 김도형 김동균 김동현 김명진 김미경 김민수 김상은 김상하 김석준 김선수 김선영 김선욱 김성수 김성우 김성진 김소진 김수정 김승교 김연수 김영기 김영수 김영준 김영희 김외숙 김유정 김유정 김은경 김은산 김은철 김인숙 김인회 김장식 김재왕 김재용 김정희 김종귀 김종보 김종수 김종우 김주관 김주현 김주혜 김준우 김준현 김 진 김진국 김진형 김차곤 김차연 김 철 김태근 김태욱 김하나 김한주 김해영 김행선 김현승 김형남 김형태 김훈규 나연찬 노성진 노희준 류민희 류신환 류정선 류제성 류하경 마상미 맹주천 문한성 문현웅 민경한 민병덕 민태식 박갑주 박경찬 박공우 박기민 박다혜 박민수 박병언 박상혁 박성하 박성호 박수근 박연철 박영식 박은영 박재홍 박종문 박주민 박중용 박지현 박찬운 박치현 박현지 박 훈 방정환 배경렬 백승헌 백신옥 백은성 백주선 백혜련 변영철 서보열 서상민 서상범 서선영 서은경 서중희 설창일 성창익 성춘일 손난주 송기호 송상교 송영섭 송해익 신명근 신선아 신성욱 신영훈 신윤경 신인수 신장식 신지현 신훈민 심재환 안상운 안시현 안영도 양지훈 양창영 여연심 오경민 오동현 오윤식 오세정 오원근 오재창 오정민 오현희 우지연 위대영 위은진 유선호 유창진 유태권 윤대기 윤영환 윤인섭 윤재두 윤지영 윤천우 이강혁 이경우 이광철 이덕우 이동구 이명춘 이민규 이민종 이병일 이상호 이상희 이새나 이선경 이소아 이영기 이오영 이용우 이원구 이원영 이원재 이원호 이은혜 이인람 이재균 이재정 이재호 이재화 이제일 이정택 이정환 이종명 이종호 이주현 이준길 이준형 이찬진 이창현 이학준 이한본 이헌욱 이 혁 이현웅 이현주 이혜정 이유정 이회덕 이흥영 임선숙 임선아 임성택 임신원 임영환 장덕천 장동환 장미정 장석대 장석우 장수동 장숙경 장영석 장유식 장은혜 장종오 장주영 장지혜 장한별 장홍록 전영식 전종민 전해철 전형배 전홍근 정기호 정대현 정병욱 정소연 정수인 정연기 정은영 정재성 정정훈 정종원 정주석 정채웅 정판희 정현우 조광희 조덕상 조동환 조성오 조성찬 조세화 조영관 조영보 조영선 조일영 조지훈 조현주 조형수 조혜인 좌세준 차승현 차혜령 천낙붕 천지선 최강욱 최규선 최명준 최민준 최병모 최성주 최영도 최용근 최용석 최일숙 최종환 최현오 탁경국 하귀남 하승수 하주희 한가람 한경수 황민호 황필규

 

-법학 교수-

강경선(방송대) 강성태(한양대) 고영남(인제대) 김기진(경상대) 김 욱(서남대) 김광수(서강대) 김도균(서울대) 김도현(동국대) 김명연(상지대) 김민배(인하대) 김선광(원광대) 김엘림(방송대) 김은진(원광대) 김인재(인하대) 김재완(방송대) 김제완(고려대) 김종서(배재대) 김홍영(성균관대) 김희성(강원대) 문병효(강원대) 문준영(부산대) 박병도(건국대) 박병섭(상지대) 박상식(경상대) 박승룡(방송대) 박지현(인제대) 박태현(강원대) 박홍규(영남대) 박희호(한국외대) 백좌흠(경상대) 서경석(인하대) 석인선(이화여대) 선정원(명지대) 송강직(동아대) 송기춘(전북대) 송문호(전북대) 신옥주(전북대) 안 진(전남대) 엄순영(경상대) 오동석(아주대) 오병두(홍익대) 윤영철(한남대) 윤애림(방송대) 이경주(인하대) 이계수(건국대) 이동승(상지대) 이상명(순천향대) 이상영(방송대) 이상수(서강대) 이원우(서울대) 이원희(아주대) 이은희(충북대) 이재승(건국대) 이준형(중앙대) 이호중(서강대) 임미원(한양대) 임재홍(방송대) 장덕조(서강대) 전종익(서울대) 정경수(숙명여대) 정병덕(한림대) 정영선(전북대) 정태욱(인하대) 조 국(서울대) 조경배(순천향대) 조상균(전남대) 조승현(방송대) 조시현(건국대) 조용만(건국대) 조우영(경상대) 조임영(영남대) 차성민(한남대) 최정학(방송대) 최철영(대구대) 최홍엽(조선대) 한상희(건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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