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박근혜 정부는 독재권력의 부활을 연상케 하는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성명]
박근혜 정부는 독재권력의 부활을 연상케 하는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지난 9. 23. 고용노동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게 “1. 우리부는 그간 2차례(2010. 3. 31, 2012. 9. 17.) 걸쳐 귀 노동조합의 위법한 규약을 시정하도록 명령하였으나, 귀 노동조합은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규약 부칙 제5조를 현재까지도 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2. 또한, 귀 노동조합에서는 실제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이라 함) 상 교원이 아닌 자(해직자)가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3. 이에 따라, 교원노조법 제14조 및 동법 시행령 제9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2조 제3항 및 동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귀 노동조합의 규약 부칙 제5조를 교원노조법 제2조에 맞게 시정하고,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는 해직자가 가입․활동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붙임과 같이 시정 요구하니 2013. 10. 23.(수)까지 입증자료를 첨부하여 시정결과를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4. 만약, 위 기한까지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할 예정이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내왔다.
고용노동부가 경어를 쓴 것을 제외하면 위 공문의 내용은 전교조에 대한 일방적 명령이자 시퍼런 협박이다. 행정관청이 자주적인 노동조합에게 타율적인 시정명령을 내리고 그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명백한 의사의 전달이다.
먼저, 전교조 조합원수는 6만 여명, 활동 중인 해직자는 9명 내외인 것으로 확인된다. 전체 조합원수의 0.015%에 불과한 해직자의 가입을 문제 삼아 헌법상의 자주적 단결체인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부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깃털 하나로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초기업노조인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초·중등학교법상의 현직 교원으로 제한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2조 규정 자체가 단결권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어 위헌적임은 물론이다. 국제적으로도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고 있는 외국입법례를 들은 바 없으며,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대한민국을 특정하여 “조합원 자격요건이나 조합임원 자격요건의 결정은 노동조합이 재량에 따라 정할 문제이지 행정당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조합원 자격 제한 규정을 폐지할 것을 수차례 권고한바 있다. 게다가 해직자 9명의 활동을 이유로 6만 교원이 가입한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지나치게 비상식적이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한 본질적인 내용 침해금지와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을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이다. 우리 법원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활동금지 가처분사건에서“노동조합이 사용자의 이익대표자의 참가를 허용함으로써 조합원 중에 일부가 조합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경우, 바로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현실적으로 침해되었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노동조합의 지위를 상실한다고 보아야 한다”(서울고등법원 1997. 10. 28.자 97라94 결정)고 판시함으로써 조합원 중에 일부가 조합원으로서 자격이 없더라도 자주성 침해 여부와 관계없이 노동조합의 지위를 곧바로 상실시킬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해주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서는 노동조합에 대한 설립신고증이 교부된 이후에는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하거나 노동조합의 설립을 취소할 어떠한 근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노조법시행령 제9조 제2항에서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법 제12조 제3항 제1호(노동조합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하여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시행령 규정은 모법인 노조법의 위임 없이 행정부가 행정입법(대통령령)의 형태로 도입한 것이다. 1987년 행정관청의 노조해산권을 없애기 위해 국회에서 노동조합법의 노조해산명령규정을 삭제하자 그 이듬해인 1988년 노태우정권은 노조해산명령제도와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법외노조 통보 조항을 노조법시행령으로 도입한 것이었다. 법률의 위임이 없는 기본권 제한의 시행령 규정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주의에 반하여 그 자체로 무효이다. 이에 따라 2010. 9. 30.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위 노조법시행령 제9조 제2항을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조항이므로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부분을 삭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위헌적인 노조법시행령을 근거로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선 것은 교육현장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쳐 조직된 반대세력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권의 통치 수순으로 보인다. 전교조에 대한 자격박탈 시도는 공무원노조설립 반려처분과 함께 자주적 노동조합과 노동기본권에 대한 전면적 부정을 의미한다. 87년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성장한 민주교육의 기반과 절차적 민주주의, 그리고 우리 사회의 건전한 비판세력에 대한 정권 차원의 전방위적 공격이다. 나아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역사왜곡 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라나는 세대들에 대한 친일독재 미화교육 추진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비판세력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친일독재세력의 장기집권을 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독재권력의 부활을 연상케 하는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2013. 10. 1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장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