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논평] 정대세 선수에 대한 시대착오적 고발과 검찰의 사건 배당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공동 논평]
정대세 선수에 대한 시대착오적 고발과
검찰의 사건 배당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프로축구단 수원삼성블루윙즈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정대세가 과거 해외 방송 등에서 ‘김정일을 존경하며 믿고 따른다’, ‘내 조국은 북한’이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6월 14일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라는 단체가 수원지방검찰청에 정대세 선수를 고발했다. 그리고 수원지방검찰청은 이를 공안부에 배당하여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번 고발이 다음과 같은 점에서 잘못된 저질 퍼포먼스임을 지적하면서 강력하게 규탄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고발은 식민과 해방의 아픈 현대사의 고통을 심하게 헤집는, 대단히 경박하고 무례한 행태이다. 정대세 선수는 일본 아이치 현 출신 재일동포 3세로 경북 의성 출신인 조부의 영향으로 한국 국적이 있으나 재외국민 등록을 하지 않아 그간 대부분의 재일동포들처럼 남과 북 어느 한쪽이 아닌 조선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왔고, 조총련이 운영하는 민족학교에서 주체사상에 입각한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점이 주요하게 고려되어 정대세 선수가 2008년 북한대표팀 일원으로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정대세 선수가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한다고 했을때 이는 한국 사회의 포용력이 그만큼 넓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대세 선수가 한국으로 들어오기 이전의 일을 문제삼아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정대세 선수 본인과 재일동포 전체를 적으로 돌려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고발은 국가보안법적 사고틀이 어떻게 하여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짖밟고, 역사에 대한 성찰을 가로막는지는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이번 고발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저급한 퍼포먼스 행태다. 정대세 선수의 과거 이적행위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안보가 심대하게 위협받는다고 생각했다면 그런 위험한 존재로 하여금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프로축구 선수로서의 활동을 가능하게 해 준 역할자들의 책임도 묻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정대세 선수의 입국 전 행태가 문제되었다면 그러한 행태에도 불구하고 정대세 선수를 입단시킨 삼성블루윙즈 구단과 나아가 삼성그룹의 1인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책임은 없는 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또한 정부당국의 경우 정대세 선수로 하여금 한국에 입국하게 하고 나아가 한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허가하였을 것인데 알고도 그랬다면 국가보안법 제7조의 찬양/고무의 공범 및 제11조의 특수직무유기의 책임을 저야 할 것이요, 모르고 그랬다면 그 무능의 책임은 어떻게 물어야 할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 국가안보가 경각에 달려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러나 고발인 단체는 아무 설명이 없이 오로지 정대세 선수 본인만을 문제삼고 있다. 적 아니면 아군이라는 이분법적 분열적 잣대로 선정적인 소재를 찾아 대중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해 온 고발인단체의 그간의 사업의 면모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 것으로 보아 모자람이 없는 퍼포먼스로 보여진다.
이런 함량미달의 저질 퍼포먼스에 화답하여 검찰이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하고 즉각 수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것도 매우 유감스럽다. 누구보다도 검찰이 잘 알다시피 국가보안법 제7조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실질적 해악을 가진 명백한 위험성을 가진 행위만을 처벌하고 있다. 신해철은 2009. 4. 5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합당한 주권에 의거해, 또한 적법한 국제 절차에 따라 로켓(굳이 icbm이라고 하진 않겠다)의 발사에 성공했음을 민족의 일원으로서 경축한다”고 적은 행위에 관하여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때문이지 않았는가. 더구나 이번에 문제된 정대세 선수의 발언은 그의 입국 이전의 행위로써 5년의 공소시효도 완성된 것이 아닌가 의문스럽다. 어느모로 보나 이번 정대세 선수에 대한 고발은 법리적으로 범죄의 성립의 면에서든 범죄처벌의 면에서든 이유없음이 명백한 사안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검찰은 즉각적으로 고발에 대하여 각하결정을 하여 신속하게 종결짓는 것이 타당한 것임을 우리는 지적해 둔다.
이번 고발로 인하여 마음으로 깊은 상처를 받았을 정대세 선수에게 고발인 단체를 대신하여 깊이 사과드리며, 아울러 이런 만악의 근원인 국가보안법을 서둘러 폐지하는 것만이 최선임도 분명히 밝혀둔다.
2013. 6. 21.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통일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가보안법 연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