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박근혜 정부는 유신독재의 망령을 떠올리게 하는 집회금지를 중단하고,
새누리당은 쌍용차 회계조작에 대한 국정조사를 즉각 실시하라.
쌍용자동차는 2009년 ‘유동성 위기와 회계’ 조작을 통해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살인적 폭력에 가까운 경찰의 지원을 받으며 3,000여명의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쫓아 버렸다. 지난 4여 년 동안 정리해고와 국가폭력에 대한 후유증으로, 그리고 장래에 대한 절망으로 해고노동자와 가족들 24명이 세상을 버리고 떠났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고, 24분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하여 중구청와 경찰의 온갖 방해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였다. 분향소에는 많은 시민들의 추모와 연대의 발길이 이어졌고,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한 의혹들이 폭로되면서 지난 대선 직전 마침내 여야 정치권과 대통령 후보들의 국정조사 실시 약속으로 이어졌다.
100% 국민행복시대를 주창하며 집권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대선 직후부터 국정조사 약속을 엎어버리더니 안전행정부장관을 앞세워 전국의 농성천막을 모두 철거할 것을 지시함으로써 희생자 추모를 위한 대한문 앞 분향소마저 부셔버리고 그 곳 한 뼘의 땅마저 모조리 빼앗아버렸다. 중구청은 대한문 앞 집회를 방해할 목적으로 도로 위에 화단을 만들고 꽃을 심어 사람들의 통행을 훨씬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경찰은 화단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집회 장소 안으로 무단 침범하였고 질서유지선을 만들어 집회를 수시로 통제하였다. 그조차 모자라 경찰의 집회 방해에 대한 노동자들의 항의와 위법한 분향소 철거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를 집단적인 폭행과 협박, 공무집행방해로 뒤집어씌워 마구 연행하고 끝내 대한문 앞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
집회의 공간을 빼앗는 공권력에 저항한 행위가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치는 범죄행위로 둔갑되었다. 민주주의에서 최소한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경찰이 제멋대로 ‘불허’하기 시작했다. 이는 헌법과 기본권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사소한 충돌을 빌미삼아 집회의 자유를 전면 금지시켜 버리는 해괴하고도 무도한 경찰의 행동에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유신헌법에 반대하기 위해 2인 이상이 모이는 것을 금지했던 유신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반대자에 대한 철저한 탄압으로 일관했던 유신독재의 아픔을 떠올리는 것이 지나친 기울일까?
재벌들이 해외에 조세도피처를 만들어도, 국가반란의 수괴 전두환이 재산을 은닉해도, 현대차회장 정몽구가 십수년간 파견법을 위반해도, 전 국정원장 원세훈이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을 동원하여 국내 정치와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해도, 그들은 구속되지도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지도 않았다. 진짜 범죄자들이면서도 골프장을 가고, 정상회담에 대동하고, 법무부장관이 나서 옹호하였다. 그러나 작년부터 대한문 앞에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영정을 부여잡고 더 이상의 사회적 타살을 막고자 하였던 한 노동자,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에 대해선 중구청, 경찰, 검찰 그리고 법원이 합동하여 구속해버렸다. 억울하게 정리해고 된 노동자, 불법파견 된 노동자, 노조탄압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상징이 된 김정우 지부장에 대한 구속은 차별과 해고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 바로 그것이다.
지난 6. 3. 정리해고의 단초로 작용하였던 쌍용차 유동성 위기와 회계 조작의 증거들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던 2009. 1. 9. 당시 공시지가만으로 3,074억원에 달하는 권리 제한 없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쳐오던 시기에 중국계 은행과 약정되어 있던 2,200여억원에 달하는 대출약정을 회수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또한 감사보고서에 2007년 말 기준으로 69억원에 불과하던 유형자산손상차손이 정리해고 직전 해인 2008년 말에는 5,176억원으로 무려 7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쌍용차가 법원에 제출한 회계감사조서와 비교해본 결과, 5,176억이라는 수치는 감사조서와도 맞지 않는, 어디에도 근거 없는 수치임이 드러났다.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쌍용차와 회계법인의 경영진단이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보다 구체화된 것이다. 쌍용차와 새누리당이 주장하듯이 국정조사의 필요성이 소멸한 것이 아니라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국민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감옥에 가두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협박이자 독재정권의 부활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과 시민의 목소리를 집회금지와 인신구속으로 봉쇄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그리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의혹이 증대되고 있는 쌍용차와 회계법인의 회계조작과 금융감독당국의 감독 부실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즉각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이야말로 쌍용차 사태를 해결하는 첩경임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2013. 6. 19. (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