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박근혜 정권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설립신고서 반려처분을 개탄한다.

2013-08-07 311

[성 명]

박근혜 정권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설립신고서 반려처분을 개탄한다.

 

 

지난 8월 2일 고용노동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이 제출한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였다. 이명박 정부 이후 공무원노조에 대한 4번째의 설립신고서 반려이다. 이쯤 되면 노동조합 설립신고제도는 명목상 신고제일 뿐 자유설립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허가제로서 위헌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공무원노조 규약 제7조 제2항 본문에서 “조합원이 부당하게 해고되었거나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단서에서 “구체적인 조합원 적격에 대한 해석은 규약 제27조 제2항 제7호(중앙집행위원회의 규약해석)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이 단서조항은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근거가 될 수 있고, 실제 공무원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해직자의 신분을 보장한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해당 규약이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운용될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반려처분을 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반려처분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이번 반려처분은 고용노동부의 법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그 자체로 위법하다. 공무원노조가 올해 5월 27일 설립신고를 하자 고용노동부는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 유지 조항을 문제 삼아 보완요구를 하였고, 이후 공무원노조와 고용노동부는 규약과 관련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여 장관 면담, 실무 국장과 과장 등과의 협의·면담 등을 8차례나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규약 제7조 제2항 본문에 “관련 법령에 따라”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내용으로 최종 협의가 되어 공무원노조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위와 같은 내용으로 규약을 개정하였다. 위와 같이 진행된 협의 내용은 고용노동부 장관, 환노위 소속 국회의원, 국무회의 과정에서 모두 공유되었고, 그 결과 고용노동부는 공무원노조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교부하는 내용의 언론 브리핑까지 예정 통보하였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브리핑 당일 갑작스럽게 일정을 취소하고, 일주일 시간끌기를 한 후 또다시 반려처분을 해버렸다. 반려처분의 이유가 된 제7조 제2항 단서는 이미 공무원노조와 고용노동부간의 협의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없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 사항이었다. 결국 고용노동부가 이미 협의가 끝나 언론 브리핑까지 예정한 상황에서 이를 뒤집고 반려처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실제 이유는 정권 핵심부의 의지가 작동한 것이다. 이는 법리적 판단이 아닌 지극히 정치적 판단, 정치적 결정의 산물이다. 약속을 손바닥 뒤집기하는 박근혜 정권의 노정관계,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기본인식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보다도 노동조합의 규약을 정함에 있어 국가기관이 개입하고 그 규정 내용에 대해 협의를 거치게 만드는 자체가 노조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 활동과정에서 해직된 조합원에 대한 자격을 박탈하는 규약 개정 과정은 노동조합 설립신고제를 허가제로 변질시켜 운영하고 있는 반헌법적인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고, 이로 인해 국가가 신고제를 허가제로 변질시켜 노동조합에게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한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둘째, 고용노동부의 반려처분은 설립신고제도의 입법취지와 행정관청의 심사권한의 한계를 넘어섰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설립에 관하여 신고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행정관청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단결권의 중대한 침해를 방지하고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의 설립을 보장키 위한 규정이다. 다만, 행정관청에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 허용 여부 등에 관한 심사권한이 있지만 이 또한 신고제도의 취지에 맞게 설립신고 당시에 제출된 신고서와 규약 등을 근거로 한 형식적인 심사에 그쳐야 한다. 그런데 이번 반려처분 과정에서 고용노동부는 공무원노조의 정당한 규약해석권을 자의적으로 예단한 채 이를 전제로 반려처분을 하였으니 이는 그야말로 설립신고제도와 형식적 심사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위법한 행정처분이다.

 

셋째, 규약 제7조 제2항의 해석을 근거로 한 고용노동부의 반려처분은 도를 넘어선 행정권의 남용이다. 위 조항 본문은 ‘관련 법령에 따라’ 조합원 자격을 판단토록 하면서 그러한 전제하에 일부 조합원의 적격이 문제될 경우 중앙집행위원회의 해석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법령에 따르는 경우에도 해석이 문제될 경우가 있고, 반조합적 행태를 한 조합원의 자격 박탁·정지 등의 경우에도 해석이 요구될 수 있다). 따라서 단서의 규정은 법령의 범위 내에서 해석될 수밖에 없고, 실제로 법령의 범위를 넘어선 노조의 규약해석과 조합원 자격 허용 결의가 이루어지면 노동조합법에 따라 추후에 시정명령을 하면 되는 것이다. 즉,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위 단서 조항이 해석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에 위반된 어떠한 해석이 이루어진바가 없음에도 해석에 대한 우려를 근거로 설립 자체를 봉쇄하는, 반려처분은 행정권 남용의 극치이다.

 

넷째, 고용노동부가 문제 삼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대의원대회에서의 ‘해직자 신분 보장’(예를 들면, 해직자에 대한 기금지원, 생계보장 등)은 조합원 자격 유지와 동일한 문제가 아니고, 이러한 사항까지 문제 삼는 것은 조합의 내부 문제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는 위법한 개입이다. 공무원들의 사용자에 해당하는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의 설립신고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규약의 운용과 해석에 관한 권한을 가진 노동조합의 향후 행태를 미리 가정하여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 해직자에 대한 신분보장활동이라는 노동조합의 단결권 행사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14만 명의 조합원을 가진 노동조합, 현실에서 무려 10여 년간 활동을 해온 노동조합, 노조 자율성의 침해라는 우려를 감수한 채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 유지 조항에 대해서까지 고용노동부와의 협상을 거쳐 합의에 이르렀던 규약임에도, 그 협의의 당사자였던 고용노동부가 약속을 뒤집고 규약 단서 조항의 해석 권한을 빌미로 법내노조의 지위를 부정한 것이 바로 이번 반려처분의 본말이다. 이는 어떤 이유로든 공무원노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박근혜 정권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48년 제87호 협약(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을 통해 공무원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인정한 것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을 특정하여 수차례 교사•공무원들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고, 최근 2012년 권고에서도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면서 노조법에 규정된 설립신고와 관련된 형식적인 절차가 노조 설립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적용되어서는 아니 됨을 분명하게 지적하였다.

 

노동조합을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은 실재하는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은 짓이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다. 박근혜 정권은 신고제에 대한 위법한 운영을 언제까지 하려는 것인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는 정권이 자유를 말하는 것은 기망이다. 박근혜 정권은 공무원노조의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는 제왕적 탄압을 중단하라.

 

 

2013. 8. 7.(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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