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불법사내하청에 대한 행정지도 및 형사 처벌 강화,
직접고용간주 조항 부활 등 파견법 개정 필요
현대차, 2년경과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근기법, 노조법상의 사용자 지위 취득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는 노동조건을 결정 짓는 핵심 사안
현대차, 교섭요구에 응하고 정규직 전환 문제 진지하게 논의해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오늘(11/26) 오후 2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지하강당)에서 『대기업의 사내하청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최근에 잇따라 이루어진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인정’ 법원판결의 의미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짚어보고, 현대차를 비롯해 제조업계에 만연해 있는 불법적인 사내하청 고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 및 정책적 대안을 모색해 보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는 “현대자동차와 사내하청 근로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는 성립하지 않으나 그 근로관계는 도급이 아닌 근로자파견에 해당하고, 구 파견법이 적용되어 2년 이상 경과한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해서는 사용사업주인 현대자동차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요지의 지난 7.22일과 11.12일의 두 법원 판결의 의미를 상세히 소개했다.
권 변호사는 7.22일 대법원 판결은 “원청회사와 사내하청 사이의 법률관계가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임을 인정한 최초의 사례”로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근로자들에게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하고 있다는 점과 옛 파견법의 직접고용간주 규정(제6조 제3항)이 적법 파견근로자뿐만 아니라 불법 파견근로자에게까지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권 변호사는 11.22일 서울고법 판결에 대해서도 “자동차 의장, 차체, 엔진 공정 등의 주요 공정 외에 엔진서브라인과 같은 보조공정에 이르기까지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를 근로자파견으로 인정함으로써 불법파견의 범위를 사실상 자동차 전체 제작공정으로 확대”하였고, “근로자 파견에 대한 판단기준을 계약의 내용, 업무수행의 과정, 계약 당사자의 적정성 등으로 구체화”했고, “사내협력업체의 변경에 의해 근로계약관계가 변경되더라도 근로자파견 관계는 새로운 사내협력업체에 승계된다는 점을 고려해 근로기간 기산점 기준을 ‘최초 입사일’로 제시하여 직접고용간주 효과의 발생요건을 명확히 하고, 직접 고용간주 효과가 발생한 이후에는 사용사업주가 사내하청 근로자와의 근로관계에서 사용자가 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두 법원 판결의 한계로 “사내 하청의 구조적인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매우 형식적인 논리로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불인정하고, 직접고용간주규정의 적용범위를 2년이 경과한 근로자로 한정함으로서 2년 미만 불법파견 근로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사업주들의 불법으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한 근로자들임에도 2년을 기준으로 운명이 나뉜다는 것은 법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인 정합성도 부족하고, 정의에도 반하여 그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법원 스스로 2년간의 불법파견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또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의 교섭요구 및 파업이 불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 위법성을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11.15일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자동차와 사내하청소속 근로자 사이에 명시적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단정할 수 없어,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판결 하였으나 명시적 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는 없다고 하더라도 7.22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그 사용기간이 2년을 경과한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 지위뿐만 아니라 노조법상의 사용자 지위를 취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이 아니므로 교섭 및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규직 전환 요구는 근로자의 노동조건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사안으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의 교섭 요구 및 파업은 소속 조합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통해 임금, 고용조건 등의 대우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권 변호사는 사내하청과 같이 일상화된 불법파견을 근절하기 위해서 행정부는 ▶ 행정감독과 형사 처벌의 강화 ▶ 파견과 도급 기준에 관한 지침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입법부는 ▶ 2006년 파견법 개정으로 사라진 직접고용간주 조항 복귀 ▶ 2년 미만의 불법파견 용인이라는 부정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불법파견이 개시된 시점부터 직접고용간주 조항이 적용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권 변호사는 “현대자동차가 법원 판결에 따라 사내하청업체 소속 조합원들의 사용자로서 비정규직 노조와의 교섭요구에 응하고, 정규직 전환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연대도 주문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박사는“ 2008년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총 1,764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부의 사내하도급 활용실태에 따르면 1,764개 사업체 중 사내하도급 활용 업체는 963개로 전체의 54.6%이며, 활용 업체의 하청 근로자는 368,59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8.0%이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은 박사는 2008년 노동부의 사내하도급 활용실태 조사결과 첫째, 대기업 일수록 사내하청 활용이 높고 둘째, 공기업이 민간기업보다 사내하청 활용과 사내하도급 근로자 비중이 높으며 셋째, 사내하도급 활용 사업체는 미활용 사업체에 비해 일자리 창출률과 일자리 순증가율이 낮고, 넷째, 사내하도급 활용 업체의 경우 미활용 업체보다 채용 시 정규직의 비중이 낮은 특징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은 박사는 “사내하청을 활용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더 많아지고 고용사정이 나아진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사내하청 활용이 고용율 증가를 둔화시키고,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은 박사는 사내하청 활용 원인으로 제기되는 근로자 파견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첫째, 파견이 허용된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에서 사내하도급 활용정도가 차이가 없고 둘째, 제조업에서도 한시적 일자리는 파견을 사용할 수 있는데도 한시하청을 활용하는 관행을 해명하기 어렵고 셋째, 사내하청의 근속년수가 평균 5년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파견 업종을 확대하더라도 사내하청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넷째, 일본의 경우 파견업종의 전면 확대에 따라 사내하청이 줄어들었다는 보고는 없고, 오히려 파견 증가로 간접고용 전체가 늘어났고 다섯째, 일본 외의 나라에서 파견법이 제한적이든 그렇지 않든 한국처럼 사내하청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 할 때 사내하청의 활용은 파견법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은 박사는 정규직의 높은 임금과 고용경직성 때문에 사내하도급을 활용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적고 노동조합 조직율이 매우 낮은 100인 미만 기업에서도 사내하청을 활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도리어 첫째, 사내하도급과 같은 고용관행이 불법이라는 의식이 적은 한국기업의 전근대적 관행 둘째, 노사관계를 통한 전근대적 관행에 대한 규제가 어렵고, 비정규직 조직화가 어려운 현실 셋째, 간접적 노무관리의 확산 및 조직적 따라 배우기 효과 넷째, 중심-주변으로의 노동시장의 분화 및 상이한 관행의 정착 등이 사내하도급 노동력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은 박사는 사내하도급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 사내하도급 실태조사와 더불어 사내하도급이 효율적이라는 기업의 판단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필요하고 ▶ 정부의 의지 및 행정지도의 강화 ▶ 법원과 노동위원회 결정의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법원의 판례에 근거하여 노동위원회의 견해를 조정하고 노동법원의 도입 ▶ ‘좋은 일자리와 질 좋은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 공공부문 개혁 ▶ 노사관계를 통한 규율 강화 ▶ 적법한 사내하도급인 경우, ‘동일노동․동일임금’이 가능한 방법 등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동욱 고용노동부 고용평등정책과 서기관, 노세극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 송영섭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장, 이상호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책연구원,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