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의 ‘전략물자 반출통제’에 대한 의견

2004-10-14 113

개성공단에의 ‘전략물자 반출통제’에 대한 의견

1.
전략물자의 대북 반출통제로 인해 개성공단사업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해있다. 전략물자란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해 수출통제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물자와 기술을 말한다. 여기에는, ① 원자력 전용물자와 그 관련한 일반산업용물자를 통제하는 원자력비확산체제(핵공급국그룹), ② 로켓․무인항공기와 관련한 설비․장비․기술을 통제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 ③ 생화학무기 원재료 및 그 관련한 설비․장비․기술을 통제하는 생화학무기비확산체제(호주그룹)에서 정하는 것도 있고, ④ 1996년 출범한 바세나르체제(Wassenaar Arrangement)에서 정하는 것도 있다. 이 바세나르체제는 ‘재래식무기’ 및 그 제조와 관련한 일반산업용물자 중 ‘이중용도품목’에 대해 수출을 통제하는 것인데, 이중용도 통제품목은 신소재ㆍ소재가공ㆍ전자ㆍ컴퓨터ㆍ통신장비 등 9가지 범주로서 매우 광범위하게 정해져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다자간 수출통제체제 외에도, ⑤ 미국에 의한 일방적 수출통제․경제제재(Embargo)로 인한 것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수출관리법(Export Administration Act)과 그 시행령으로서의 수출관리령(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에서 정하고 있는 통제대상 품목이다. 여기에 정해진 통제대상 품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광범위한데, ‘미국내 모든 제품’과 ‘원산지가 미국인 제품’ 뿐만 아니라 ‘외국 제품’ 중에서도 미국 성분이 최소한(북한의 경우에는 10%) 이상 포함된 것은 해당되게 되어 있다. 개성공단과 관련해 당장 문제되고 있는 것은, 위 바세나르체제 등 다자간 수출통제체제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위 수출관리령(EAR)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미 상무부에서 한국정부가 요청한 1,000여개 품목을 심사중이라는 것이다. 통일부장관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에 나갔다온지 2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있다. 정부가 약속하고 공언한 개성공단 시범단지의 출범은 불과 2달여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개성공단사업은 내년 또 후년으로 지연될 수 밖에 없고 결국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러한 광범위한 대북 반출통제가 있는 한 개성에는 공장조차 세우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장을 세워도 제대로 가동될리가 없기 때문이다.

2.
미국은 남북사이의 개성공단사업을 방해하지 말아야 하고, 개성공단에의 물자반출 통제를 즉시 해제해야 한다. 백보를 양보해 설사 북한에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이 들어가는 것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개성공단에 들어갈 물자는 평화적 목적의 산업활동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사용자와 관리자가 남한기업이므로, 이는 반출통제대상이 될 수 없다. 미 의회는 최근, 북한인권문제를 빙자하여 북한인권법(North Korean Human Rights Act)이라는 것을 통과시켰다. 북한인권법이란 것의 숨은 저의가 대북적대정책과 북한정권의 교체ㆍ전복에 있다는 점을 새삼 거론치 않더라도, 미국은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할 자격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미국이 북한의 경제난ㆍ식량난으로 인한 인권ㆍ생명권을 문제삼는 것은, “남의 집에 계속 불지르면서 그 집사람들에게 왜 불을 제대로 못 꺼느냐”고, “남의 목을 졸라놓고 왜 숨을 제대로 못 쉬느냐”고 비아냥대며 비난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뿐이다. 미국의 전세계 70여개 국가에 대한 대북경제제재의 효시가 1950년 북한에 대한 것이고, 북한은 미국에게 있어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철저하고 전면적인 경제봉쇄의 대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미국이, 남한에 대해 남북관계의 전면적 발전 및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라도 개성공단사업을 비롯한 대북경협과 각종 남북협력을 존중▪지지▪지원하기를, 북한에 대해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관계를 정상화하며 수출관리법(EAA)과 수출관리령(EAR) 등에 근거한 각종 대북경제제재를 조속히 해제하기를 진정 희망한다.

3.
정부는 미국을 설득함에 더 다방면적으로 적극적이어야 한다. 개성공단사업이 북과 합의된지 4년이 넘었건만, 이제야 비로소 시범단지로나마 그 출범을 앞두고 있다. 남북간에는 동해에서의 금강산관광에 이어 서해에서 개성공단사업의 길을 열어놓음으로서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에 또 하나 커다란 전기를 마련했다. 이로써 남북경협도 본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개성공단사업의 민족사적 의의와 남북관계 진전에 기여할 바가 어느 정도일지는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 것이다. 우리는 지난 금강산 육로관광의 실현과정에 유엔사(주한미군)의 DMZ관할권행사와 방해로 근 1년여를 허비해야 했던 기억을 상기한다. 정부에게, 금강산 육로관광 실현과정에서와 같은 뼈저린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를 진정 촉구한다.

2004년 10월 13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일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