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211)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에 대하여 – 정부와 경영계의 뼈저린 반성과 실천적 책임을 요청한다. –

2004-02-27 152

[성명서]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에 대하여
– 정부와 경영계의 뼈저린 반성과 실천적 책임을 요청한다. –

1. 지난 2월 8일 노사정위원회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 기초위원회’는 한 달여 간의 논의를 거쳐, 노동계는 “일자리 만들기 및 임금 격차 완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부문에 대해 향후 2년간 임금안정에 협력”하고, 경영계는 “투자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고용조정을 최대한 자제”하며, 정부는 “기업 규제 완화 및 사회안전망 확충”에 노력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안)’을 발표하였고, 2월 10일 대통령이 주재한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서 위 협약안은 확정되었다.

2. 경기 침체의 지속, 가계부실 심화 등으로 실업 증가와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고용 없는 성장(경기회복)’에 따른 실업 문제의 구조화가 현안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은 경제의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실업률은 3%대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편이기 때문에 약간만 실업률이 높아져도 커다란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사정이 일자리 만들기에 관한 사회협약을 체결한 것은 긍정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3. 그렇지만 위 사회협약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 혹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첫째 위 사회협약이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위 사회협약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을 모델로 한 것인데, 유럽의 경우 노동조합의 정치적 영향력이 매우 강하고 임금교섭도 개별 기업 단위가 아니라 산업 단위, 국가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사정 협약의 효력은 클 수 있었던 것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기업별 노동조합 체계가 대부분인 실정이어서 위 사회협약 자체의 효력은 매우 작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의 주요축이자 ‘임금안정 협력’ 당사자로 전제한 대기업노동조합 대부분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위 사회협약 체결 과정에서 소외된 점에서, 위 사회협약의 실효성이 더욱 담보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둘째, 기업에 대한 특혜와 임금 억제 논리로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위 사회협약에서는 일자리 창출의 주체를 기업으로 전제하고 정부는 기업의 투자확대를 위해 각종 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였는데, 이는 자칫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기업에 각종 ‘특혜’만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우려가 있다. 반면에 ‘임금 안정 협력’이라는 의미가 사업장에서는 ‘대기업 임금 동결’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임금 억제 논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셋째, 실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올 7월 1일부터 주5일제 근무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예정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실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인데도, 위 사회협약에는 이에 대하여 한줄 언급하는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위 사회협약이 모델로 삼고 있는 네덜란드의 경우에 ‘임금인상 자제’와 ‘근로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창출’이 핵심적 합의 내용이었다는 점에서는, 위 사회협약이 임금안정이나 억제에만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된다.

4.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번 사회협약에 대해서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긍정적 의의를 적극 살려가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위 사회협약의 이행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위 사회협약에 관한 각계(특히 민주노총)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절차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1998년 2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타협’의 경우 ‘정리해고 법제화 승인’이라는 노동계의 일방적 양보만 있었을 뿐이고, 정부와 경영계는 그 합의의 이행에 지극히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회협약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서는 정부와 경영계의 뼈저린 반성과 실천적 책임이 절실히 요청된다.

2004년 2월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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