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입법은 중단되어야 한다!
<성명서>
졸속입법은 중단되어야 한다!
한 국가의 국법질서가 얼마나 확보되는가는 법률의 내용적 정당성과 함께 입법과정의 정당성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국회가 헌법에 따라 입법권을 행사하면서 적법하고 합리적인 입법절차를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심의하면서 국회 스스로 국회법을 어기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지난 17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법률안 19개 안건을 심의하면서 17개의 법률안을 대체토론 없이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일괄 회부하였다. 이는 ‘위원회가 안건을 소위원회에 회부하고자 하는 때에는……대체토론이 끝난 후가 아니면 회부할 수 없다’는 국회법 제58조 ③항을 명백히 위반한 처사이다.
국회법 59조는 법률안이 위원회에 회부된 후 15일 이내에는 의사일정으로 상정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고, 58조 ⑦항은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위원회 상정일 48시간 전까지 배부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들은 제58조 ③항과 함께 법안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신중하게 처리되도록 하려는 취지의 반영이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법질서를 준수해야할 국회에서 국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법안을 서둘러 처리한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크다.
먼저 17일에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된 17개 안건은 회부 자체가 원인무효이기 때문에 이후 의사진행이 계속되어 본회의에서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그 적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러한 법안처리 방식으로는 법률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 이미 이번 17개 법률안중에 포함된 철도구조개혁관련 3개 법안의 6월중 법안처리는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쳐 입법하기로 한 지난 4월 노정합의의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철도노조의 투쟁명분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되었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의사일정을 수습하고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반영하여 신중하게 법안을 의결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우리 민변은 이번 사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도록 모든 관심과 노력을 다 할 것이다.
2003년 6월 19일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 김갑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