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410)감독관청에 위반된 노사합의서의 효력에 관련한 민변 노동위원회의 의견
이 의견서는 전국연구전문노동조합 한국노동교육원 지부에서 의뢰한
‘감독관청에 위반된 노사합의서의 효력’에 관련하여 민변 노동위원회에서
2003년 4월 10일에 제출한 의견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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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서]
감독관청 지침에 위반된 노사합의서의 효력에 관련한
민변 노동위원회의 의견
1. 질의의 요지
한국노동교육원 노사는 노동부의 산하단체경영혁신계획이행철저지시에 따라 1999. 12. 23.자로 퇴직금누진제 폐지에 합의하고, 12. 27.자로 퇴직금규정 제6조(직원 퇴직금 지급기준)를 삭제하였습니다. 그리고 2000. 3. 31., 위 규정 제7조(퇴직급여 가산금)가 퇴직금 누진제의 성격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위 제7조 역시 삭제하였습니다.
다만, 2000. 3. 31.자 노사합의서에 따라 퇴직위로금제를 신설하여 위 제7조 소정의 퇴직급여 가산금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해 왔던 바, 노동부는 퇴직위로금제 역시 퇴직금 누진제와 동일한 성격을 지니고 있고 이는 지시에 위반된 것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현재 한국노동교육원은 위 노동부의 지적에 따라 퇴직위로금제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와 관련하여 귀 조합은 저희 위원회에 법률적인 의견을 구해 왔습니다.
아래에서는 2000. 3. 31.자 노사합의서가 노동부의 지시 또는 지침에 위반될 경우의 효력 유무에 대하여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2. 노사합의서의 효력
가. 감독관청의 지침 또는 지시의 성격
정부 산하기관에 대한 감독관청의 지침이나 지시, 또는 그의 통보행위는 성질상 정부의 그 산하기관에 대한 내부적 감독작용에 해당할 뿐이고, 국민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를 설정하거나 의무를 설정하는 작용을 하지는 못합니다. 근로조건과 관련된 지침 역시 공통지침을 시달하여 단체교섭에 관한 유도적 기준만을 제시하는 것이지 단체협약에 직접 개입하거나 이를 강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단체교섭과정에서 해당 산하 기관의 수익성이나 노사간의 협상능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그 지침과 다른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지침은 사용자측의 내부적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헌법재판소 1993. 11. 25.자 92헌마293 결정).
나. 지침과 충돌하는 단체협약의 효력
감독관청이 지침 또는 지시를 통보하였다 하더라도, 산하기관은 개개의 독립법인으로서 독립된 의사결정단위가 됩니다. 지침 또는 지시는 곧바로 산하기관의 인사규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산하기관이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비로소 당해 산하기관의 조합원들에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즉 감독관청의 지침이나 지시는 정부의 내부적인 감독작용에 지나지 않고, 단체교섭에 직접 개입하거나 이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며, 노사협상에 따라 지침과 다른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99. 8. 25.자 99헌마454 결정).
다. 노동부 지시에 위반된 노사합의서의 효력
따라서 한국노동교육원 노사가 노동부의 산하단체경영혁신계획이행철저지시에 위배하여 노사합의서를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지시에 위반하였다는 점만을 들어 단체협약인 노사합의서의 효력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노동부의 위 지시는 행정부의 내부적인 감독작용에 지나지 않고 그것이 노사간의 단체교섭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는 이상, 적법하게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3. 결론
2000. 3. 31. 한국노동교육원 노사가 체결한 노사합의서의 내용이 노동부의 산하단체경영혁신계획이행철저지시가 있었다는 점과 그 지시에 위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효력이 부인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노동부의 지시에 위반하였다는 점만을 들어 위 노사합의서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은 적법하게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으로서 그 합리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2003년 4월 10일
민변 노동복지위원회
위원장 김갑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