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407)고용허가제의 조속하고 전면적인 실시를 촉구한다.

2003-04-18 103

<성명서>
고용허가제의 조속하고 전면적인 실시를 촉구한다.

우리는 지난 4월 3일 민주당과 청와대가 당정협의회 이후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특정업종에 시험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당정이 말하는 「시범실시」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언론에 알려진 바와 같이 산업연수생 제도를 존치하면서 일부 업종에만 도입하고 향후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면, 이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이주노동자와 불법체류 외국인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는 왜곡된 외국인력시장을 바로 잡고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주노동자에게 취업의 자유와 사업장 선택·이동의 자유를 인정하는 ‘노동허가제’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노동허가제를 즉각 실시하는 것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적어도 정부가 오랫동안 구상해 왔고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고용허가제라도 조속히, 전면적으로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정책 부재 속에 40만이 넘는 불법체류자들을 양산하면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해 온 심대한 과오를 바로 잡는 것일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외국인력이 필요한 중소기업이 적법한
취업 자격을 갖춘 이주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게 하여 국민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현실적인 길이다.

우리는 그 동안 외국인력 정책의 부재, 이주노동자의 인권 침해, 송출 비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성 있는 방안의 하나로 「고용허가제」도입이 거론될 때마다 산업연수생제도로 이익을 얻는 특정 단체의 반발과 압력에 정부와 국회가 굴복하는 것을 목격하여 왔다. 그런데, 또다시 명분이나 합리적 근거가 전혀 없는 특정 이익단체의 반대로 이주노동자 정책이 표류할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는 지난 4월 3일 경영계가 「경제난 타개를 위한 경제계의 의견」이라며 고용허가제 유보와 출자총액규제완화 등을 주장하면서 개혁에 반발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어려움의 실제 원인인 대기업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 문제 등을 덮어두고, 재벌개혁 정책의 후퇴를 주장하며 산업연수생 제도·비정규직 확대·비현실적 최저임금제 등으로 유지해 온 저임금 노동시장 정책만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우리 경제가 한 차원 높은 발전 단계로 들어서는 것을 저해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고용허가제의 조속하고도 전면적인 도입은 노무현 참여정부의 인권정책실현에 대한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제를 즉각적이고도 전면적으로 실시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03. 4. 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