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연맹의 파업투쟁에 대한 민변 노동위의
입장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단체행동권이 일반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에도 쟁의행위에 대한 민, 형사상의 면책규정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쟁의행위는 불법이 되어 파업지도부는 구속되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고,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당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우리는 노조법 자체의 독소조항에 그 원인이 있고, 법원과 검찰 등의 사법기관이나
노동부, 노동위원회 등 노동관련 행정기관이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범죄시하는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민주노총 산하의 최대연맹인
금속산업연맹은 민주노총의 4대요구를 포함하고 있는 7대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5.12.부터의
파업투쟁과 5.13.-15. 상경투쟁 등 총력투쟁에 돌입하였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서울지하철노조를
포함한 공공연맹이 민주노총차원의 1차 총력투쟁을 한 바 있는데 정부는 불법파업이라는
일방적으로 몰아세웠다. 우리는 다시 5월의 금속산업연맹 중심의 투쟁에 대해서 불법파업을
엄단하겠다는 정부의 선전공세에 직면하여 노동사건을 취급한 경험을 토대로 법률실무가로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1. 금속산업연맹의 7대요구 쟁취를 위한 5.12부터의 파업투쟁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산업적 정치파업이므로 불법파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
우리 헌법은 제33조에서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 노동3권은 국가나 개별 사용자도 침해해서는 안되며
헌법의 다른 기본권과는 달리 법률이 있어야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헌법규정으로
직접적으로 그 효력이 발생하는 구체적인 권리이다. 그리고 헌법상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 헌법의 단체행동권에는 산업적 정치파업이 포함되고 있다.
산업적 정치파업이란 최저임금법의 제정. 노동관계법령의 개폐 등 법개정문제, 정부의
노동관련정책. 산업정책 등 노동관련 정책문제와 같이 노동자의 생활과 지위 등에
직접 관계되는 사항을 쟁점으로 하는 개별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정부를
상대로 하는 쟁의행위를 말한다. 연맹의 5.12 총파업은 연맹의 7대요구(법정노동시간단축,
사회복지제도의 확충,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법의 제정, 산별교섭구조의 확립, 정리해고제의
철폐.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보장 등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
등)을 걸고 쟁의행위를 하는 것이므로 ‘산업적(경제적) 정치파업’에 해당한다. 연맹의
5.12. 총파업은 산업적 정치파업이므로 헌법상 단체행동권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결코
불법파업이 될 수 없다.
현재 헌법상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는 법률은 노조법이다.
그런데 이 법률에서 산업적 정치파업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노조법상의
쟁의행위가 아니고 따라서 산업적 정치파업은 노조법상의 제한을 받지 않고 행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연맹의 5.12. 파업이 결코 노조법위반으로 처벌될 것도, 불법파업도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관계되는 법개정, 정책변경을 대상으로 하는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행사이므로 정당한 파업이다.
따라서 산업적 정치파업을 노조법위반으로, 불법파업으로 단정하는
노동부, 노동위원회, 검찰 및 법원의 태도는 변경되어야 한다.
2. 상급단체(연맹 또는 총연맹)의 쟁의행위를 무조건 불법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요즈음 검찰이나 법원의 일방적인 사용자편향에 의한 법해석.
적용으로 상급노동단체(연맹 또는 총연맹)의 쟁의행위를 무조건 불법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즉, 상급노동단체가 주도하는 쟁의행위시에는 당연히 개별사업장의 현안들을
종합하여 대정부 정치적 요구사항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인데(일방적인 구조조정
반대, 법정노동시간 단축 등) 사법기관은 쟁의행위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개별 사업장의 사용자를 상대로 하여야 한다는 자의적인 법해석 하에 상급노동단체가
주도하는 파업은 무조건 불법파업이라 하고 있어 상급노동단체의 쟁의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사법기관은 단위 노동조합에서 자신들의 현안을
주요목적으로 하고 단순히 상급노동단체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목적 중의 하나로 포함시킨
경우, 심지어는 상급노동단체가 쟁의행위를 하는 기간에 쟁의행위를 한 단위노동조합에
대하여 불법쟁의행위를 하였다고 취급한 사례도 있었다. 이와같은 검찰이나 법원의
법의 해석, 적용은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3.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은 쟁의행위의 대상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노조법은 노동쟁의를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간에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5조). 이 규정을 근거로
노동부, 사용자는 개별사용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사항(법개정, 정책문제 등),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사항(노동조합활동에 관한 사항 등), 권리분쟁에 관한 사항(체불임금,
해고자문제 등), 사용자가 교섭을 기피. 해태하여 주장의 불일치가 없는 사항 등을
대상으로 하는 쟁의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용자와 노동부가 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노동쟁의의 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쟁의행위의 대상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쟁의행위를 불법파업으로 낙인찍고 있음을 주시한다.
4. 조정절차가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된다.
노조법상 쟁의행위의 대상이 심각히 제한받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아무리 절차를 준수하여 조정신청을 하더라도 노동위원회가 조정신청의 대상이 아니라고
조정신청을 반려하거나 또는 아직도 합의의 여지가 있다는 자의적인 판단하에 조정신청을
반려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노동위원회의 이러한 행태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 경우 쟁의행위에 돌입하면 조정전치규정의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쟁의행위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 되고 있다.
5.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과도한 손해배상청구를 중지해야
한다.
현재 노조법상 쟁의행위 대상의 제한성과 조정절차에 관한 규정으로
인하여 쟁의행위가 심각하게 제한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쟁의행위가 노조법을
위반한 파업이 되는데 이 경우에 사용자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소 고발하고, 검찰은
업무방해죄 등으로 기소하고 법원은 업무방해죄 등으로 판결하여 처벌한다.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규정도 문제지만 그에 앞서 합법적인 쟁의행위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쟁의행위에 돌입하게 되는 현실을 무시하고 이에 대해서 업무방해죄 등으로 형사처벌하고
있는 현재의 사법기관의 적용관행은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사법에 대한 신뢰는 법의
적용이 적정하고 공정한데서 오는 것이다. 현재의 법이 사용자에 기울어져 있음을
기화로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해석 적용하는 것은 사법에 대한 불신만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용자는 노동조합과 간부, 조합원에 대해서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이 노동조합활동의 탄압에 이용되고 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쟁의행위를 시작하려는 단계에서부터
불법쟁의행위를 각오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우리는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이
사실상 봉쇄되어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그리고 오랜 노동운동과정에서 획득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의 독소조항을 폐지하여야 하며, 노동위원회와
노동부도 사용자와 노동자사이의 중립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사법기관도
사용자편향의 법해석에서 벗어나야 한다.
1999년 5월1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