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공공부문 노사분쟁에 대한 성명서

2001-09-13 163

 

최근
서울지하철공사를 포함한 공공기업의 노사분쟁에서
일방적인 단체협약
파기 및 노동법 위반행위를 중지하고
성실한 교섭을 통해 분쟁을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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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ze=”2″ color=”navy”>서울 지하철공사 노동조합은 일방적 정리해고 반대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창출, 공사측의 단체협약 준수와 노사합의사항의 이행을
촉구하며 준법투쟁에 들어갔고, 오는 19일부터는 전면파업에 들어간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대하여 많은 시민단체와 국민들은 파업이 불러올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며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여 줄 것을 공사측과 노동조합에
요구하고 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저간의
사정을 보면, 지하철공사가 단체협약기간 중에 단체협약에 정해진 학자금
및 체력단련비의 지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근로자 2,078명의 감축안을
노동조합에 제시하면서 근로자의 반발을 산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지하철공사가 단체협약을 무시하면서까지 학자금, 체련단련비
등 복리후생비의 지급을 거부한 것은 기획예산위의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

기획예산위는 지하철공사뿐만 아니라
대부분 공공기업에 대하여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삭감, 각종 후생복리혜택제도의
폐지 내지 축소, 일정비율의 근로자들을 정리해고 할 것 등을 지침 내지
권고안 형태로 지시하였다. 기획예산위의 공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지침에는
노사가 합의 내지 협의하여 시행하라는 내용이 있지만, 그 지침의 이행여부는
공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에 반영될 뿐만 아니라 예산삭감과 결부되기
때문에 해당 공공기업은 기획예산위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적용하거나
해당 노동조합에 통보하는 형식만 취할뿐 실질적인 교섭 내지 대화를
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이에 대하여 이들 공공기업의 노동조합
및 근로자들은 공공기업이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므로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단체교섭에
나서서 실질적인 협상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또한 공공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외면한 채 근로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정리해고
또는 복리후생조건의 감축을 즉시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해당 공공기업이 해당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사용자이므로 정부가
직접 단체교섭 석상에 나설 수 없다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있으며,
해당 공공기업은 정부의 지침, 지시를 거부할 수 없고 이미 주어진 예산의
범위 내에서만 협상할 수 있다는 논리로 결국 정부가 지시한 근로조건을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수용하라는 답변만 하고 있다.

그리하여 공공기업의 노동조합은
정부가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무시한 채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근로자들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서울지하철파업을 필두로 연대투쟁을 선언하였고,
서울지하철조합은 근로자 2,078명을 감축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창출, 지하철개혁대안 5개항을 제시하고 단체협약위반의 철회와
노사합의사항의 이행을 촉구하며 전면파업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는 지하철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불법파업에 대하여 강력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을 밝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 동안 정부투자기관 등 공공부문이
민간부문보다도 비효율과 부실이 심각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고,
민간부문의 구조조정에 앞서 공공부문의 개혁이 절실하다는 정부의 시각에
대하여 우리는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하여도 그것은 노동관계법률의 범위 내에서 합법적으로 행하여져야
하고, 또 나아가 근로자들과의 성실한 협의를 거쳐 시행함이 마땅하다.
또한 더 이상의 실업자를 양산하는 정책을 벗어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하여
일자리를 늘려 나가자는 노동조합쪽의 주장에도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점에 대하여 정부와 공공기관 및 근로자가
성실한 협의를 통하여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재 파업선언을 한
노조와 지하철공사, 서울시 사이에 진실한 대화창구가 존재하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하철공사는 정부지침을 이유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정부와 서울시는 사용자가
아니므로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조합과 근로조건에
관하여 실질적인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사용자측의 주체가 형성되지 않은
한 대화는 겉돌 수밖에 없다. 정부와 서울시는 직접 협상에 나서든지
아니면 협상에 대한 전권을 지하철공사에 부여하든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파업선언을 한 근로자들을 설득할 방법을
찾을 길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지하철의 파업이 형식적으로
불법이므로 엄중히 처벌한다는 방침만으로는 공공기업의 구조조정을
평화적으로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불법 파업을 논하기
전에 정부, 서울시, 서울지하철공사가 먼저 단체협약을 준수하고 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우리는 당국과 노동조합이
성실히 단체교섭에 응하여 서울지하철파업을 둘러싼 분쟁을 슬기롭게
해결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1999.  4.  1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  영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