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권영길위원장 등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민변의 견해

2001-09-11 157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발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잘못된 결정이다.

― 권영길 위원장 등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민변의 견해 ―

 

 

1997.1.10. 법원은 현재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의 총파업을 지도하고 있는 권영길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하여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검찰이 1997년 1월 9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자 법원은 오늘 구속영장 발부를 위한 심문을 한 다음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우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번 법원의
사전 구속영장 발부가 단순한 강제수사를 위한 준비조치에 그치지 않고
정당한 민주노총의 파업투쟁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고자 하는 정부조치의
신호로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후퇴시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첫째, 권영길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는
혐의사실인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위력으로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한 바 없다. 이번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사회경제적 지위를 심각하게 저하시킨 노동법에 대하여 항의하는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하여 각자의 양심적 결단에 따라 자기의 업무를
스스로 거부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업무방해죄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고 검찰은 성립할 수 없는 범죄로 이들을 단죄하려고 하고 있다.

 둘째, 권영길 위원장 등이 검찰의 소환 수사에
응하지 않고 법원의 사전구속영장 심문에도 불참한 것은 이들이 사법부의
권위를 무시하고자 하거나 도주 또는 증거를 인멸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총파업 투쟁을 지도하는 지도부로서 만일의 경우
있을 수 있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파업투쟁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이들은 즉각적인 파업에 나서려고 하는 노동자들을
시민들의 편익과 안전을 위하여 가능한 한 파업투쟁을 자제할 것을 호소하여
왔다. 만일 이들이 지도부의 자리를 비운다면 치열한 대립상태를 보이고
있는 경찰력과 노동자들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권영길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는
전국민, 나아가 전세계의 시선을 한눈에 받으면서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어디론가 도망간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며 이들 스스로도 수십만 노동자의 지도부로서 도망갈 생각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번 파업투쟁은 공개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국민이 그 내용을 알고 있으며 따라서 권영길 위원장 등이
증거을 인멸할래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뿐 아니라 이들 역시 전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번 법원의 영장발부는 어느모로
보나 부적합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정부는 구속영장의 발부를
기화로 강경진압책을 취할 것이 아니라, 더 큰 불행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서라도 날치기 통과된 노동법 등에 대한 전면 재개정 작업을 전제로
노동계와 대화를 통하여 사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1997년 1월 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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