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00 ‘낙선운동과표현의자유’/민변,언개련,언론정보학회 공동토론회

2001-12-06 217

<낙선운동과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박형상(변호사)

1. 머리말

가. 낙선운동의 개요 – 생략
낙선운동 보도태도의 문제점 – 후술

나.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제87조 등 관련 규정 검토
1) 제87조
가) “단체는 사단 재단 또는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기간 중 그 명의 또는 그 대표의 명의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거나 지지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의 규정에 의한 노동조합은 그러하지 아니한다.” (단서신설 1998. 4. 30.)

나) 내용해석
① “단체 명의, 단체 대표명의”에 대한 제한이고 그 구성원에 대한 제한은 아니다.
② “선거기간 중”에 대한 제한이고, “선거기간 전”에 대한 제한은 아니다.
③ 일반단체와는 달리 노동조합의 경우는 규제되지 않는다.

2) 기타 공직선거법상 관련규정
① 제58조 (선거운동정의)(단서)
“… 다만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의 개진, 의사의 표시·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또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은 선거운동으로 보지 아니한다.”

② 제81조 (후보자등 초청 대담 토론회) – (옥내토론)
③ 제82조 (언론기관 초청 대담 토론회) – (후보자 승낙)
④ 제82조의 2 (공영방송 텔레비젼 대담 토론회)
⑤ 제82조의 3 (통신을 이용한 선거운동)
⑥ 제8조 (언론기관의 공정보도 의무)
2. 헌법규정과 헌법재판소의 태도

가. 헌법규정
제 1조 : 주권재민의 원칙
제11조 : 평등권
제21조 :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제24조 : 선거권
제25조 : 공무담임권
제41조 : 국회의 구성 (“국회는 국민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
제114조 : 선거관리위원회
제116조 : 선거운동 기회의 균등

나. 헌법재판소의 태도 – 3개의 주요판례
1) 헌재전원재판부 1995. 5. 25. 95헌마 105호 (87조 본문)
·기각 – 환경운동연합 사건
·”평등권,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침해 또는 과도한 제한이다.” (왜냐하면 정당의 특별한 지위, 단체 난립에 따른 기타 과잉혼란 폐해 단체의 소수 간부의 횡포, 허용단체 선별기준의 복잡성, 곤란성)

2) 헌재전원재판부 1995. 6. 25. 95헌마 148호 (87조 본문)
·기각 – 지방자치참여 부산시민연대 사건
·위 1)사건 답습

3) 헌재전원재판부 1999. 11. 25. 98헌마 141호 (87조 단서, 노동조합 특례규정)
·기각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사건
·(주의점) – 위 1), 2) 사건 결정에 정면 반대하는 소수의견 – 김문희, 이재화

3. 쟁점

가. 정치적 의사표현의 제한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1) 현 선거법 제87조의 위헌성
① 과잉규제, 과잉금지 원칙의 위반 : 선거의 공정성은 그 공정성 자체가 자족적인 목적이 아니며, 민주적 정치여론을 정확히 수렴하기 위한 한 수단일 뿐이다. 선거운동의 행태적 위법은 그것들대로 따로 개별적으로 규제하면 족할 뿐 단체의 의사표현에 대한 전면적 원천봉쇄는 안될 일이다. 지나친 규제이다.
② 언론의 자유라 함은 의견 표현의 자유이나 여기에서의 그 의견 표현의 전제로서는 “의견표현을 위한 기초자료 확보”가 중요하다. 즉 정치사회 현상을 정확히 아는자만이 스스로 바른 판단을 할 수 있고 그 민주적 여론형성에 건설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확히 알아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

③ 표현의 자유의 주체로서의 시민단체의 지위, 사회단체의 현대적 성격을 이해하여야 한다. 여러 각종 시민단체의 존립을 다양성 추구를 위한 의견 경쟁적 관계로 보아야 하지 이를 무분별한 의견난립이라고만 보아서는 안되며 사회단체를 원천 배제시키고서 정당에게만 그 정치적 의견 개진을 위한 독점적 창구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④ 결사의 자유의 보충적 의의를 이해하여야 한다. – 의견 표현의 일반적인 통로라고 볼 수 있는 보도매체가 언론기업의 독과점 현상 또는 국가권력의 간섭에 의하여 제 구실을 못하게 되는 경우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집회 결사의 자유가 갖는 보완적 기능 즉 사회단체의 현대적 역할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

⑤ 현재의 한국적 현실에서 기존 정당의 한계 및 정당의 독점적 지위폐해는 아무리 지적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2) 위 헌법재판소 3)사건의 소수의견의 타당성
– 자료별첨

나. 언론기관의 선택적 보도태도의 문제점은 어떠한가
1) 언론기관의 선택적 보도의 한계 :
언론기관은 이건 낙선운동과 같은 사회적 공적 쟁점을 그 자신들이 선택적으로 보도할 수 있겠으며 그 취사 선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2) 필자의 의견 :
① 언론기관으로서는 우리 사회에서 공론화 되고있는 낙선운동이라는 사실 자체는 그 객관적 사실로서 마땅히 옮겨 보도해주되, 또한 동시에 언업인, 언론인 자신들이 생각하는 그 낙선운동의 문제점, 시민운동의 문제점, 그 명단의 부정확성은 다시금 따로 함께 지적할 수는 있을 일이되 이건 낙선운동 이라는 객관적 의제 자체를 아예 깔아뭉개서는 안된다.

② 이 점에서 “언업인의 영업의 자유”와 “언론인의 편집의 자율성”은 서로 구별되어야 하며 “언론기관 내부의 내부적 자유”가 아주 중요하다.

③ 언업인, 언론인들은 국민들의 언론의 자유에 속하는, “정보의 자유내지 알권리의 참정권적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여야 한다.

④ 또한 언론기관의 입장에서는 위와 같이 낙선운동 자료를 취재 보도함에 있어서 낙선운동이나 그 명단공개에 의하여 불이익을 받게되는 당사자나 정치인들로부터 그 어떤 이의, 항의가 있게되면 첫째, 그런 반론은 그것 나름대로 충분히 반영해 주어 독자들이 총체적으로 판단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둘째, 언론기관 자신이 중립적 위치에서 스스로 나서서 문제되는 사실 여부를 객관적으로 조사해 볼 수는 있을 일이되, 언론기관 자신이 먼저 사적 검열을 행하여 이건 낙선운동 자체의 의미를 제거, 희석시키는 식으로 취재 및 보도 자체를 아예 않는다면 이는 언론기관의 보도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헌법이 말하는 언론의 자유의 근원은 “국민들의 언론의 자유”일 뿐이고, 언론기관의 보도의 자유라함은 국민들의 언론의 자유, 알권리를 근거삼아 그것을 대행하는 2차적 처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언론의 자유인가?)

⑤ 언론 매체보도의 비전문성도 비판되어야 한다.
· 왜 정치적 뚜쟁이질 차원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차분하게 쟁점화 시키지 못하는가?
·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분석 보도한 언론이 있었는가?

⑥ 언론매체에 대한 넓은 의미의 악세스권이 좀 활성화되어야 한다.
· 정보제공을 위한 차원에서 낙선희망자 명단을 공개하는 의견광고의 필요성
· 익명 사설의 횡포를 부리는 신문사측에의 독자의견 반론청구 및 공개토론 제안의 필요성

다. 향후 사법계쟁에 대한 예측
1) 명단에 기재된 자나 불만을 가진 정치인들이 여러 소송을 거는 경우
① 시민단체를 상대로 하는 경우 :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참정권 항변가능
② 언론기관, 기자들을 상대로 하는 경우 : 표현의 자유(보도의 자유) 및 공익보도 항변가능

2) 형사사건
① 무죄론 – 죄형법정주의, 형법 20조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 및 앞서말한 헌법의 여러규정에 의한 무죄 항변
② 최악의 경우 – 대표자 1인 처벌
그러나 그 당해 형사사건에서 위헌법률 제청 가능함.

3) 범국민적으로 4번째 헌법심판청구를 하여(총선시민연대 및 400개 단체가 각각 개별적 소송을 함께 한다) 다수의견을 변경할 필요성
– 도도히 흐르는 역사적 시대적 흐름의 대세를 누가 거스를 수 있겠는가?
– 우리도 “헌법가치 수호자로서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문제에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4. 덧붙이는 말

가. 낙선운동의 과제
1) 실정법 개정운동 병행론
2) 단체 및 운동의 순수성, 중립성, 객관성
3) 낙선운동의 성패는 지역감정의 극복 여부에 있다.
(필자의 의견) – 선거기사, 정치기사, 지역기사에 관한한 정치부기자들의 위선성과 이중성 – 출신지역 기자 실명제 – 한국기자들은 과연 이해관계 초월적이며 가치중립적인가?

나. 토론의 활성화
1) 사설, 무기명칼럼의 익명성을 통한 횡포에 대한 맞토론
2) 찬반 어느 쪽이든 무기명 언론사, 기명칼럼자와의 공개토론

다. 두가지 방법의 병존
·공선협 방법 – 실정법안에서의 자료정보, 공개운동
·총선시민연대 방법 – 실정법을 넘어서서 헌법상의 정치적 참정권 강조

5. 맺는 말

가. 우리 헌법이 말하는 결사의 자유는 “결사조직 상호간의 협동기능을 포함한 결사의 제도 보장적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앞서말한 여러 이유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총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은 헌법위반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시 “네 번째 헌법심판청구”를 염두에 두고 낙선운동을 전개할 수 있을 일이다.

나. 보도기관으로서의 언론기관의 객관적 중립적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할 것인바, 언론 자유의 본질을 해치는 언론기관의 훼방꾼적 역할을 엄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6. 별첨자료 – 세 번째 헌법재판소 사건의 소수의견 부분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이재화의 아래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이외에 나머지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이재화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노동조합과 기타 단체를 구분하여 노동조합에 대해서만 선거운동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수의견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될 뿐이 아니라 헌법상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으므로 아래와 같은 의견을 밝혀두고자 한다. 우리는 이 기회에 1995. 5. 25. 95헌마105 결정 및 1997. 10. 30. 96헌마94 결정에서 밝힌 견해를 변경함을 아울러 밝힌다.

가) 오늘날의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정당만의 독점물이 아니라 모든 개인과 사회단체에게 보장된 기본권적 자유이다. 헌법은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 정당의 자유 등 정치적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이로써 원칙적으로 국민 누구나가 개인으로서 또는 집단적으로 국가 공동체의 정치생활에 참여하여 공동체의 의사형성과정에 자신의 견해와 가치관을 반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표현의 자유는 공동체내에서 자신의 인격을 발현하려는 개인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뿐이 아니라 개인에게 국가공동체의 정치생활에 형성적으로 참여하는 가능성을 개방함으로써 자유민주적 국가질서를 구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개인의 개별의사가 단체를 통하여 사전에 내부적으로 조정되고 하나로 집결되어 뭉쳐진 힘으로 표현될 수 있으므로, 단체의 설립과 운영을 보장하는 기본권인 결사의 자유 및 근로자의 단결권은 의사표현의 자유와 의사형성의 자유를 집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나) (1) 국민 누구나가 정치적 형성과정에 참여한다는 내용의 ‘민주적 자유’의 근본사고는 오늘의 정치현실에서는 점점 더 비현실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의 사회는 중요한 이익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조직을 만들어 단체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들의 이익을 관철하려고 한다(예컨대 노동단체, 사용자단체, 환경보호단체, 여성단체, 소비자단체, 농어민단체 등 각종 직종단체). 또한 사회현상이 다변화, 복잡화, 전문화, 기술화됨에 따라 개인이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하여 점점 더 전문가의 집단에 의존하게 되어 개체로서의 국민은 당면한 문제의 사안을 이해하고 결정과정에 의미있게 참여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건이 결여되어 있다. 현대 대중사회에서 개인은 단체와 그의 조직력을 통해서만 사실상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를 효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고, 단체에의 소속을 통하여 개인으로서의 사회적, 정치적 의미와 비중을 높이는 활동기반을 갖추게 된다.
오늘날의 이러한 정치현상을 구체적으로 보면, 사실상 정치적 자유는 국민의 의사형성과정을 본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정당, 언론매체, 강력한 이익단체에 집중되어 있고, 오늘날의 국민의 정치적 의사의 형성과정은 정당과 이익단체 등 사회단체에 의하여 주도되고 좌우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결과, 오늘날의 정치, 즉 다원적 민주주의의 특징은, 다수의 정당과 이익단체가 국민과 국가 사이에서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을 주도하는 세력으로서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2)이러한 정치현실에서 국민의 의사형성과정이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하여는, 상이하고 다양한 이익을 대변하는 다수의 사회단체가 존재해야 하고, 그들 사회적 세력간의 균형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오늘날 다원적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다원적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의 여러 집단에게 정치적 활동의 자유공간을 부여하고, 이로써 다양한 견해와 방향, 이익에 스스로를 개방하려는 국가의 자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국가만이 공익이나 일반적 이익의 실현에 기여하고, 사회단체는 특정 집단의 부분·특수이익의 실현에만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은 사회 내에 다양한 의견과 이익이 존재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그러한 다양성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면서, 표현의 자유나 결사의 자유 등을 통하여 자신의 견해와 이익을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표출할 것을 보장하고 있다. 공익은 그 자체로서 국가에 의하여 인식될 수 있거나 아니면 독자적·일방적으로 확정될 수 있는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이익의 경쟁속에서 합의와 타협을 통하여 비로소 추출되는 가변적인 것이다. 즉 공익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이미 확정된 것이거나 국가권력이 일방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자유로운 참여가능성이 개방된 민주적 정치의사 형성절차에서 매 경우에 따라 구체적인 사안마다 이러한 복수적 세력들의 대립과 경쟁을 통하여 나오는 조화와 타협의 산물이다. 모든 사회적 세력이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사회단체간의 세력균형과 경쟁을 통하여 비로소 사회적 이익이 적절히 조정된 공익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이다.

다) ‘사회단체는 정치나 선거운동에 참여해서는 아니되고, 단지 단체의 비정치적인 목적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사고는 오늘날의 다원적 민주주의에서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견해이다. 오늘의 정치현실에서 정치적 자유는 -선거를 제외한다면- 개인에 의하여 행사된다기 보다는 오히려 집단적으로 행사되기 때문에, 단체의 정치활동이나 정치적 참여를 부인하는 것은 사실상 개인이 단체를 통하여 자신의 정치적 기본권을 행사하는 가능성을 막는 것이며 이로써 헌법상 보장된 정치적 자유의 의미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개인의 다양한 이익과 욕구를 집결, 선별하고 조정하는 집단을 통하여 비로소 개인은 자신을 정치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회단체는 오늘날의 정치상황에서 정당과 더불어 민주적 의사형성을 위한 불가결한 요소이므로 정당과 함께 국민과 국가를 잇는 연결매체로서 오늘의 정치체제에서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구성부분이다.

라) 다수의견은 사회단체에 대한 선거운동의 금지를 정당화하는 근거로서 선거의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의 궁극적인 목적은 선거를 통하여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려는 데 있는 것이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선거의 공정은 곧 선거에서의 기회균등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선거의 공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선거운동을 통하여 국민의 정치의사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 사회단체의 기능성이 전면적으로 부인된 상태에서 선거가 치루어진다면 그 선거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선거의 공정을 확보하는 가장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가운데 균등한 조건하에서 상이한 이익과 견해의 자유로운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즉, 선거의 자유와 개방성이다.
다수의견은 사회단체에게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경우 선거운동의 과열로 인한 혼탁선거를 우려하나, 그러한 선거의 혼탁이나 과열현상은 오히려 정당을 제외한 모든 사회단체에게 선거운동을 금지함으로써 정치참여에 관한 국민의 정당한 욕구와 정치의사형성과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단체의 선거운동이 금지됨에 따라 국민의 이러한 정치적 욕구는 친족·지연·학연 등을 통한 음성적·불법적 선거운동을 통하여 표출될 수밖에 없고, 바로 여기에 선거의 기회균등과 선거의 공정을 저해하는 혼탁선거의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개인과 사회단체에게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의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허용하여 누구에게나 정치참여의 가능성을 개방하고 의사형성과정이 공개적이고 자유롭게 이루어지게 한다면, 오히려 이러한 방법이 선거의 공정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운동을 어느 정도로 허용하는가는 각국의 선거풍토와 선거문화의 수준, 민주시민의식의 성숙정도 등 제반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다수의견의 주장도 선거운동에 대한 행위제한의 정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는 있으나 사회단체의 선거운동 그 자체를 금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만일 이러한 기준이 사회단체의 선거운동의 허용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면, 국가가 국민에 대한 후견인적 시각을 버리지 않는 한, 국민은 정치적 형성과정에의 적극적 참여를 통하여 민주시민의식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게 됨으로써 선거문화나 시민의식의 향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사회단체에 대한 선거운동의 규제는 ‘선거운동의 여부’에 대한 제한으로 할 것이 아니라 사회단체에게 선거운동에의 참여를 허용하면서 그 방법과 기간 등에 관한 규제와 같은 ‘선거운동의 방법’에 대한 제한을 통하여서도 선거의 공정성은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노동조합을 제외한 사회단체에게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게 과도하게 침해한 위헌적인 규정이다.
마.그렇다면 헌법상 보장된 정치적 자유의 의미와 다원적 민주주의에서 사회단체가 국민의 정치의사형성에 있어서 가지는 기능에 비추어 ‘정당’과 ‘정당이 아닌 기타의 단체’를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가능성에 있어서 차별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물론, 헌법은 정당을 일반적인 결사의 자유로부터 분리하여 제8조에 독자적으로 규율함으로써 오늘날의 의회민주주의에서 정당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와 헌법질서내에서의 정당의 특별한 지위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8조 제1항의 정당설립의 자유나 같은 조 제4항의 위헌정당의 해산에 관한 규정의 의미는, 헌법 스스로가 정당금지의 요건을 엄격하게 정함으로써 가능하면 민주적 정치과정의 개방성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려는데 있는 것이지, 정당에게만 국민의 정치의사형성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행사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 의사형성 및 여론형성의 끊임없는 과정에 참여하여 영향을 행사하는데 있으며, 선거운동은 국민의 의사형성과정의 절정을 이룬다는 점에서, 참정권은 선거운동을 통하여 유권자의 선거권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선거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하여서는, 유권자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의사형성과정에서 자신의 판단을 형성하고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는, 유권자는 누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책방향을 표방하고 실현하고자 하는가를 알아야 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정책방향과 입후보자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선거운동의 당사자인 정당이나 입후보자를 통한 정보의 제공은 그 객관성이나 투명성에서 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입후보하지 않는 개인이나 단체도 다양한 시각과 정보를 바탕으로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특정정책이나 특정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있도록 유권자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의사형성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
바.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든 사회단체에게 선거운동을 금지하면서 노동조합에게만은 예외적으로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헌법상의 평등원칙의 측면에서도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 볼 수 없는 자의적인 차별이다.
다양한 사회세력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하여 정당한 이익을 조정하기 위하여는, 사회의 서로 경쟁하한 세력과 이익은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자유롭고 균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능성에 있어서 사회세력간에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면, 비록 사회세력간에 자유경쟁이 이루어 진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이익조정이 불가능하고, 대신 특정 이익이나 세력의 우세와 정치의사형성과정의 지배를 결과로 가져온다. 따라서 복수적 사회단체의 존재와 정치의사형성과정에의 균등한 참여의 기회는 민주적 정치의사형성과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이 노동단체에게만 선거운동을 허용하면서 다른 사회단체, 특히 그와 대립관계에 있는 경제인단체에게는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다른 사회단체가 선거운동을 통하여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하는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 결과 다른 사회단체, 특히 경제인단체와의 관계에서 사회세력간의 정당한 이익조정을 크게 저해하고 정치의사형성과정이 일방적으로 근로자에 유리하게 왜곡되어 다른 사회단체의 이익을 경시 또는 도외시한 정치의사를 형성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른 사회단체도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모든 중요한 이익을 고려하는 정당한 이익조정에 이르기 위하여 다양한 사회세력간의 경쟁과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해야 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노동조합과 다른 단체 사이에는 선거운동의 제한에 있어서 차별을 정당화할만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다만, 헌법은 제33조에서 근로자의 단결권을 일반결사와 분리하여 규정하고는 있지만, 정당과는 달리 노동조합에 관하여는 일반단체와는 다른 특별한 보호를 하고 있지 않고 국민의 정치의사형성과 관련하여 노동조합의 어떠한 특별한 지위도 부여하고 있지 않다. 헌법이 근로자의 단결권을 결사의 자유와 별도로 규정하는 이유는, 결사의 자유가 단순히 자유권적 성격만을 지니고 있는 반면에 근로자의 단결권은 사회권적 성격을 가진 자유권이라는 점에서 별도로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 국민의 정치의사형성과 관련하여 단체의 기능에 있어서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이 차별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차별목적인 ‘정치활동단체의 난립방지’나 ‘선거의 과열로 인한 혼탁선거의 방지’ 등은 이미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노동단체와 다른 사회단체 사이의 차별을 정당화하는 공익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다른 단체를 선거운동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사.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운동을 통한 국민의 정치의사형성과정에의 참여를 정당에게만 독점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정치적 자유와 부합할 수 없고, 선거운동에 관하여 합리적인 이유없이 노동조합과 다른 단체를 차별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우리는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을 선언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여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주심)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

< 낙선운동과 언론보도 >

김동민(한일장신대 교수·신문방송학)

1. 들어가는 글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라고 되어 있어 언론의 자유가 국민의 권리임을 명시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란 기본적으로 매스 미디어의 자유가 아닌 국민의 자유란 점이다. 매스 미디어의 취재와 보도의 자유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국민의 언론자유를 대행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헌법에 의해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표현의 방법은 개인에 의해서거나 집단에 의해서거나를 구분하지 않는다.
또 제37조 제1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라고 되어 있고 제2항에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 점에서 볼 때 개인이나 단체가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을 지나치게 법으로 제한하거나 제재를 가하는 것은 언론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활동이나 의사 표현을 제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해 경실련이 선거법 제87조에 대해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낸 데 대해 헌법재판소는 11월25일 “정당이 아닌 단체가 정당에 준하는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정당에 준하는 활동을 한다면 정당에 준하는 각종 단체의 난립으로 우리 정치문화의 퇴행을 가져올 우려가 있고, 수많은 단체들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활동을 할 수 있어 선거는 과열되어 금권 내지 상호 비방 등에 의한 혼탁선거가 될 것이고, 각종 단체의 지원을 받는 후보자와 그렇지 못한 후보자간의 기회 균등의 면에서 불공평이 생길 것”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모순 투성이다. 단체의 난립을 우려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를 무시하는 것이고, 정치문화의 퇴행을 가져온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민주주의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활발한 또는 격렬한 토론과정을 필수로 하며, 따라서 있을 수 있는 사회적 경비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지켜져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코 혼란이나 낭비가 아니다. 개인이나 시민단체들이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의사 표현을 하는 행위는 퇴행이 아니라 활력소가 될 것이다. 걱정해야 할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불신과 무관심, 혐오, 그리고 냉소주의지 활발한 의사 표현이 아니다. 다소 지나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인위적으로 제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공천반대와 낙선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유권자들이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에서 벗어나는 희망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총선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유권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시민들이 낙선운동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단체들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활동은 선진 외국에서는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 일상화된 일이다. 선거과열과 금권선거, 상호비방 등의 혼탁선거는 정치권의 전유물이었고, 시민단체는 이를 바로잡겠다고 나서고있는 것이다. 또 기회 균등의 불공평이라는 것도, 정치인들이 시민단체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바른 정치를 하면 될 일이다. 이는 권장할 일이지 막을 일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독무대에서 정치 참여의 기회를 봉쇄 당하는 불공평을 겪어왔다.
경실련은 선거법 제87조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과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 그리고 제116조 제1항의 선거운동에서의 균등한 기회보장제도에 상응할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하여 헌법소원을 냈었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선거법 제87조는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2.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알 권리

민주주의는 언론 표현의 자유를 기본적인 전제로 한다. 그리고 표현 행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알 권리이다. 왜냐하면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판단을 할 수 있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서 헌법 제21조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알 권리는 흔히 정보의 자유와 동일한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알 권리, 즉 정보의 자유라 함은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받아들인 정보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소극적인 의미의 자유와, 의사형성과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의미의 자유라는 두 가지 측면의 권리를 지칭한다. 헌법재판소는 알 권리의 헌법적 가치를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다.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은 정보에의 접근이 충분히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지, 그러한 의미에서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 즉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으며 자유권적 성질과 청구권적 성질을 공유하는 것이다. 자유권적 성질은 일반적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수집·처리함에 있어 국가권력의 방해를 받지 아니한다는 것을 말하며, 청구권적 성질은 의사형성이나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수집을 방해하는 방해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바, 이는 정보수집권 또는 정보공개청구권으로 나타난다. ·····
알 권리의 실현은 법률의 제정이 뒤따라 이를 구체화시키는 것이 충실하고도 바람직하지만, 그러한 법률의 제정이 있지 아니하더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헌법 제21조에 의해 직접 보장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인 것이다.

민주주의는 여론을 중요시하며 올바른 여론의 형성을 위해서는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고 유통되어야 한다. 정보에의 접근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으면 의견의 형성이 되지 않아 판단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소신 있는 표현을 할 수 없게 된다. 알 권리가 제약을 받음으로써 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옳고 그름은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며, 국민이 판단하는 데 필요로 하는 정보는 제약 없이 공개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민주정치에서 정보의 공개는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이클존은 일찍이 “국민이 문제되는 쟁점의 판단에 적합한 자료, 즉 정보, 의견, 의문, 애매한 점, 반대론 등 일체의 소재에 충분히 접근해서 결정을 하지 못한다면 그 불충분함에 비례해서 국민에 의한 결정은 사회 전체의 이익에서 볼 때 불완전하고 불균형한 것이 될 것”이라고 하여 선거과정에서의 정보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개인적인 청구에 의해서거나, 언론보도에 의해서나, 시민단체의 공개에 의해서나 관계없이 제약을 받지 않고 정보를 획득할 권리가 있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바른 일꾼을 선택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안보와 질서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제한하는 경우에도 과잉금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과잉금지의 원칙이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국가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중에서 그 어느 하나에라도 저촉이 되면 위헌이 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말한다.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에 제재를 가하려는 것은 이 원칙에 모두 위배되는 것이다.
이 앞선 판결들과 법리에 비추어볼 때 헌재의 선거법 제87조에 대한 지난 해 합헌판결은 그야말로 “정치문화의 퇴행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잘못된 결정이며, 따라서 선거법 제87조는 명백히 위헌으로서 반드시 개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가급적 제약하려 했던 독재시대의 잔재들은 청산해야 한다. 그러므로 시민단체의 공천부적격자 명단발표나 낙선운동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요 참정권의 정당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단체뿐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도 제한해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것이고, 선거법은 이 헌법의 보장을 초월할 수 없다. 따라서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낙선운동을 벌였다 하여 의법 처리하고자 하는 것도 잘못된 처사다. 선거법의 사전선거운동이란 것도 정치인에 해당하는 것이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도 된다는 근거로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 명예훼손 및 인권침해 주장에 대하여

공천부적격자와 낙선운동 대상자 명단 공개를 두고 명예훼손이니 인권침해니 하는 주장과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명예훼손 주장에 대해 보자면, 이는 명예훼손의 기본적인 법리도 모르는 감정적 대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공천을 받고자 하거나 받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공적인 인물, 특히 국회의원 신분의 공직자는 명예권 보호의 영역이 매우 협소하다.
공인이나 공직자는 국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감시와 비판이 없다면 부정부패에 노출되기 쉽고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시와 비판을 두려워하여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언론을 통제하던 것이 과거 독재정권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시민사회가 위축되고 언론은 권언유착으로 권력의 대변자가 되어 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포기한 사이 우리 사회는 부패공화국이 되어버렸다.
이제 겨우 시민운동이 활성화되어 시민단체들이 낙천·낙선운동을 하는데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 고발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요 시대착오가 아닐 수 없다. 누구든지, 자연인이든지 법이든지,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제약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공무와 관련한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 공익과 관련한 일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물론 진실에 입각해야 한다는 전제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비판을 위해 공개한 내용이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100% 정확한 내용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대의가 진실인 것으로 입증되면 위법성이 조각된다. 이것은 100%의 진실을 요구하고 그에 못 미칠 때마다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한 법의 정신이다.
경실련의 공천부적격자 명단에는 일부 부정확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도 악의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 과실로서 정정이나 반론기회의 보장으로 풀어야지 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공인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할 수 없겠다. 무리는 있었더라도 악의는 없는 것으로 보아야겠다. 게다가 미국의 법리에서 보자면,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의 입증책임이 공직자에게 있기 때문에 이 역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는 어렵다고 보겠다.
인권침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공직자는 공무와 관련한 비판에 대해 겸허하고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공직에 있는 동안은 명예와 인권을 잊고 지내는 게 좋다. 물론 근거 없는 악의적인 비방에 대해서는 대응해야겠지만, 이번 경우처럼 시민단체들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 명예훼손이니 인권침해니 불법이니 운운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대신에 선거법 제87조의 개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언론보도의 문제점

조선, 동아 등 주요 언론들은 경실련이 발표한 공천부적격자명단을 싣지 않았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명단을 싣지 않은 이유로 선정기준의 객관성을 들었는데, 이것은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국민이 필요로 하는 중요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락시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이들의 논리는 참으로 해괴하다. 조선일보는 1월10일자 사설 <시민단체 낙선운동>에서 “개혁입법 저지나 법안개악 관련 부분은 해당 국회의원의 양심의 자유와 소신 자체를 문제삼겠다는 것이어서 우려의 소지를 안고” 있으며, “국가안위와 관련된 법률의 개폐와 관련해 반대입장에 섰다는 이유로 특정인을 배척하는 것은 선거법 저촉 여부이전에 민주사회의 상궤가 아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선일보야말로 ‘민주사회의 상궤’를 아는지 의심스럽다. 국회의원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개혁입법을 저지하고 법안개악에 기여했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그 행위에 대해 시민(유권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의견을 형성하고 나름대로 판단하여 투표를 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상궤다. 진정으로 양심과 소신에 따라 행동했다면 계속해서 개혁입법 반대의 입장을 주장하면서 유권자를 설득하면 될 일이다. 유권자들이 그 행위와 주장을 두고 지지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유권자의 의사 표현 행위는 꼭 투표장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상호간에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고 의견을 나누면서 자신의 의견을 확인하기도 하고 수정하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유권자에게 그와 같은 정보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언론에게 있다. 언론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나선 것이다. 그런데 그마저 명단(정보)을 전달하지 않으면서 현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조선일보 1월12일자 사설 <'낙선운동'의 객관성>도 마찬가지인데, “시민단체들은 또 개혁입법 반대 관련자들도 낙선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우리는 개혁입법의 방향과 내용에 찬성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양심의 자유 또한 정치적-사회적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국가에서는 특정한 개혁에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똑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일보는 개혁입법을 찬성하고 추진하는 사람들의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고 동등한 대우를 해주었는지부터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국가보안법의 개폐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정치적-사회적 불이익’을 주지는 않았는가? 조선일보는 소신에 따라 열심히 개혁입법 반대자들을 지지하고, 시민단체는 반대하면 될 일이다. 국회의원은 소신껏 행동하고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하며 지지 또는 반대운동을 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판단은 독자가 하게끔 정보는 누락시키지 말고 제공하라는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아, 중앙, 한국, 문화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낙선운동을 왜곡하고 폄하하는 데 공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문화일보 11일자 사설<시민단체의 낙선운동 논란>은 “개혁입법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공천 부적격자라고 주장한 것은 소신과 양심에 기초해야 하는 의정활동을···위축시킬 수 있다. ···국가보안법·교육법·농수축협법 개정 문제 등은 의원 개인이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기초하고 각종 이익단체들의 로비로부터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했다. 과연 국회의원들이 이익단체의 로비를 피해 소신과 양심과 이념적 성향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했다고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변호사법과 교육법의 개악이 국회의원들의 이념적 성향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기자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90% 안팎의 절대적인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는 낙선운동의 전망은 일단 밝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최대의 걸림돌인 언론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있는 것 같다.
사실 언론이 이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언론자본이 구태 정치인들과 한 몸을 이룬 기득권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언론개혁을 기대하고, 언론운동단체가 언론개혁을 요구해도 요지부동의 철옹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개혁을 위해 민변과 언개연이 국회에 ‘정기간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청원해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있는 까닭인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정간법의 개정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가족 구성원이 사회적 공기인 신문사 주식의 75~99%를 소유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있는 이 정간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언론이 국민의 여론을 대변해주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금번 낙선운동에는 언론개혁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했던 의원들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을 옹호하면서 개혁입법을 반대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언론을 퇴출시키는 운동도 병행해나가야 할 것이다. 낙선운동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언론을 바로 세우지 않고서는 정치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지속적이고 중장기적인 시민참여운동의 플랜을 세워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5. 맺는 말

사실 지금까지 열거한 내용들은 모두 누구나 알고있는 상식적인 이야기들이다. 개인의 기본권으로서의 표현의 자유는 침해할 수 없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이며, 그 자유와 권리의 제한은 최소한에 국한되어야 하고, 국민의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의 내용을 이루고 있으며, 민주정치는 이 알 권리가 보장되어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되는 것을 기본적인 전제로 하며, 따라서 선거법 제87조는 위헌이라는 것 등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이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으며, 법이 이 상식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정치인들이 몰상식하다는 점이다.
우리 정치의 깊은 시름 중의 하나가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과 혐오, 냉소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금번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잠자던 시민의 정치의식을 일깨움으로써 시민들이 정치에 지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로 인하여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에 편승하여 무사안일하고 무책임한 정치를 해오던 정치인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일대 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 언론에 대한 대처다. 지금까지 언론이 제 역할을 해왔다면 시민단체들이 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국민에게 판단과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는 언론에 있다. 언론은 이 의무를 소홀히 하고서도 고도의 성장을 구가해왔다. 언론은 지금까지 무자격 정치인을 비판하는 대신 옹호해왔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정치인을 나무라는 대신 오히려 지역감정을 조장해왔고, 시민의식을 일깨우는 대신에 정치적 혐오감을 키워왔다.
그런 언론이 시민단체의 정보제공을 평가절하하고 무력화시키려고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대행해야 할 언론이 그것을 짓밟고 있는 것이다. 낙선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 언론의 태도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끝으로 낙선운동은, 병역, 납세, 전과기록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등 알 권리 신장운동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