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의견

2003-11-25 190

2003. 11. 24. 대한변협이 국회 법사위에 제시한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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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안에 대한 의견

대한변호사협회는 2001년 11월 28일 국가정보원이 발의한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2002년 1월 3일 제출하였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2003년 11월 14일 법안의 처벌조항과 형사소송상의 특례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의결하여, 현재 동 수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그러나 동 수정안은 여전히 간과할 수 없는 헌법상의 문제점을 갖고 있으므로 본 협회는 동 수정안에 대하여 반대한다.

1. 수정안은 테러 및 테러자금의 개념에 관하여 국제규약을 인용하고 있고(제2조 제1호 및 제3호), 테러단체에 관해서 UN에서 지정한 단체라고 정하고 있다(제2조 제2호).

이는 국제규약상의 테러개념자체가 추상적인 내용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국제규약이 법률과 같이 공지되지 않는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쉽게 구할 수도 없으므로 수정안이 국제규약을 인용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국제규약상 어떠한 행위가 테러인지, 어떤 성격의 단체가 테러단체에 해당하는지, 어떠한 행위를 허위신고할 때 처벌을 받는 것인지(제13조), 어떠한 자금이 테러자금에 해당하는지 및 금융정보요구 사항인지(부칙 제2조 제1항), 어떠한 행위에 감청해당 사항인지(부칙 제2조제3항) 여부 등을 알 수가 없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며 법적안정성이나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또한 테러개념의 모호성으로 인하여 권한남용 및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

2. 수정안은 대테러활동의 범위를 테러혐의자의 규제,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위험물질의 안전관리, 시설·장비의 보호 및 국제행사 안전확보, 테러위협에의 대응, 무력진압 등 테러예방과 대응에 관한 제반활동으로 정하면서(제2조 제4호), 국가정보원장 소속하에 대테러센터를 두어 이 대테러센터는 테러징후의 탐지 및 경보, 테러관련 국내외 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대테러활동의 기획 및 조정, 분야별 테러사건대책본부에 대한 지원, 외국의 정보기관과의 테러관련 정보협력 등을 수행하고(제4조 제1항), 대테러센터는 국가정보원의 직원 및 관계기관의 공무원으로 구성하며(제4조 제2항), 대테러센터의 장은 국가주요행사의 경우 대테러대책을 협의·조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관계기관으로 구성되는 대책기구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제7조 제2항).

위와 같이 테러예방과 대응에 관한 제반활동 등 무제한적인 대테러활동에 대하여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행정기관의 활동에 개입하도록 하는 것은 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에 그치는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국가기관은 권한의 배분에 있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관철되어야 할 것인데, 정보기관에 권한을 집중시키는 것은 국가의 민주적 운영에 위협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게 되어 민주국가의 권한배분 및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3. 수정안에 의하면 관계기관의 장은 국내외에서 테러가 발생하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테러현장에서의 대테러활동을 지휘·조정하기 위하여 테러사건대책본부를 설치·운용하는데(제5조 제1항), 국가정보원장 소속하의 위 대테러센터는 위 테러사건대책본부를 지원(제4조 제1항 제4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대테러센터가 관계기관이 설치하는 테러사건대책본부를 지원하는 것으로 될 경우에, 사실상 대테러센터가 테러현장에서의 활동에 있어 테러사건대책본부를 지휘하는 것이 될 것인바, 이와 같이 정보기관이 행정기관위에 군림하여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4. 대테러센터의 조직에 있어서 법안이 대테러센터를 관계기관의 공무원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하였는데, 수정안은 관계기관의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의 직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하였다(제4조 제2항). 또한 대테러센터의 조직 및 정원은 대책회의의 의장을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국가정보원장이 정하며, 그 조직과 정원을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4조 제2항 및 제3항).

수정안에서 대테러센터 공무원이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행하는 것을 삭제하였다 하더라도 대테러센터가 국가정보원에 설치되고, 그 조직이 국가정보원의 직원 및 수사권이 있는 검찰이나 경찰공무원으로 구성될 것이므로, 국가정보원은 파견된 검찰이나 경찰공무원을 통하여 수사에도 개입할 여지가 있다. 이는 정보수집이라는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며, 더구나 그 조직과 정원이 공개되지 아니하고 그 활동 또한 비밀에 부쳐질 것이므로 대테러센터의 활동는 사실상 견제밖에 놓이게 될 우려가 있다.

5. 수정안은 대테러센터의 장은 테러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는 국방부장관·경찰청장·해양경찰청장이 테러진압을 위해 지정하거나 설치한 특수부대의 출동을 그 소속기관의 장에게 요청(제11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대테러 정책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대통령소속하에 국가대테러대책회의를 두고 대책회의의 의장은 국무총리가 되며(제3조 제1항 및 제3항), 대통령은 대책회의의 의장의 건의에 따라 군병력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12조).

대테러센터의 장의 판단에 의해 군특수부대의 출동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군병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통합방위법에 의한 국가방위요소의 통합과 지휘체계의 일원화에 반하며, 구체적으로 사태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충돌과 혼선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5. 이상과 같이 수정안은 여전히 헌법상의 문제점이 있고 정보수집에 국한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국가정보원의 개혁방향에도 역행하는 것이므로 본 협회는 수정안에 대하여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