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밖의민변]-중국의 WTO 가입에 따른 법제의 변화

2002-03-25 107


다음은 <시민과 변호사> 3월호 특집 <전환점에서 선 중국, 그 독해법과 우리의 득실> 중 한 꼭지로 실린, 김종길회원(법무법인 태평양)의 글입니다.

1.

중국은 1948년 GATT의 23개 체약국 중의 하나였으나, 1950년대 대만 정부에 의해 탈퇴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은 1986년이 되어서야 GATT 재가입신청을 하고 15년 동안의 기나긴 협상을 거쳐 2001년 11월이 되어서야 이름이 바뀐 WTO의 가입이 확정되었다.

중국의 법률제도는 아직 형성기에 있다. 사회주의시장경제법률제도를 지향하고 있으나, 역사적인 원인으로 중화법계, 사회주의법계, 영미법계, 대륙법계의 법률제도가 혼재되어 존재하고 있으며, 아직 독자적인 법률제도를 완성하는 데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중국의 WTO 가입은 중국 특유의 법률제도를 완성하는 데 하나의 분수령을 이루게 될 것이고, 중국의 법률제도를 보편적이고 국제적인 기준에 가깝게 형성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

중국의 WTO 가입으로 무역과 관련한 법률제도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관세인하의 측면을 우선 살펴보면 농산품의 경우 관세율이 평균 21.2%에서 2004년 이전까지 17%로 낮아지고, 공산품의 경우에는 관세율이 24%에서 8.9%로 낮아지게 된다.

대외무역 분야에서는 기본법인 ‘대외무역법’에 근거하여 종전의 몇가지 규정을 통합하여 2001년 12월 10일 ‘화물수출입관리조례’와 ‘기술수출입관리조례’를 제정하였다. 관련 규정들인 ‘기술수출입계약등기관리방법’, ‘수출금지, 수출제한기술관리방법’, ‘수입금지, 수입제한기술관리방법’, ‘농산품수입관세쿼터관리임시방법’, ‘화물수입허가증관리방법’, ‘화물자동수입허가관리방법’, ‘수출허가증관리규정’ 등도 WTO 가입 후에 제정, 개정하였다.

공정무역 분야를 살펴보면, 2001년 11월 26일 종전의 ‘반덤핑및반보조금조례’를 폐지하면서 보다 상세하고 WTO의 관련 규정에 부합하는 내용의 ‘반덤핑조례’, ‘반보조금조례’를 나누어 제정하고, ‘세이프가드조례’를 별도로 제정하였다. 이는 중국이 앞으로 시장개방에 따른 국내산업 보호에 있어서 WTO가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반덤핑, 반보조금, 세이프가드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 종전의 법규 중에서 WTO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이미 실효한 것들을 폐지하였는데, 대외경제무역합작부의 경우에는 WTO 가입 후 3차에 걸쳐 총 346건의 기존 법규를 폐지하였다.

3.

외국인투자와 관련한 법률제도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외국인투자의 기본법규에 해당하는 ‘중외합자경영기업법’, ‘중외합작경영기업법’, ‘외자기업법’은 2001년 들어 모두 개정되었다. WTO의 내국민대우원칙, 무차별원칙 등에 어긋나는 조항들이 개정되었는데, 그 주요한 내용을 살펴보면 (1)원자재의 중국 국내우선 구매규정을 폐지하고, (2)해외시장 판매의무와 관련한 규정을 폐지하고, (3)외환수지 균형의무와 관련한 규정을 폐지하며, (4)합자회사의 감자를 허용하고, (5)분쟁해결 장소로 투자자본국을 할 수 없었던 제한규정을 폐지하였다.

이외에 산업정책으로 중국은 ‘외상투자방향지도임시규정’을 두고,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을 제정하여 산업을 장려, 윤허, 제한, 금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현재 지도목록은 WTO 가입에 따른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개정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외국인투자에 대하여 일정한 업종은 외국인투자비율과 허용지역을 두고 점진적으로 개방하는 방식을 약속한 바 있는데, 예를 들어 부가통신사업은 가입시에 북경, 상해, 광주지역에서는 외자가 30% 미만인 합자회사를 허용하고, 1년 후에는 외자가 49% 미만까지 허용되고, 지역은 성도, 중경 등 14개 도시까지 포함되며, 2년 후에는 외자가 50% 미만까지 가능하고 도시제한은 없어지게 되고, 은행업의 경우 인민폐업무에 관하여 가입시에는 상해, 심천, 천진, 대련의 4개 도시만 허용하고, 1년 후에는 광주, 주해 등 5개 도시를 추가하고, 3년 후에는 북경 등 3개 도시를 추가하고, 5년 후에는 전국을 개방하며, 인민폐업무이 고객에 있어서도 2년 후에 중국 기업에 개방하고, 5년 후에 중국 개인에게도 개방된다.

위와 같은 내용은 개별 법규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전기통신기업(2001. 12), 보험회사(2001. 12), 금융자산관리공사(2001. 10), 도로운수업(2001. 11), 법률사무소(2001. 12), 국제화물운수대리업(2001. 12), 음반제품판매기업(2001.10), 직업소개기구(2001. 10), 여행사(2001. 12) 등에 관한 법규가 제정, 개정되었다.

4.

이외에 중국의 법률제도의 형성과 관련하여 눈여겨보아야 할 하나의 움직임은 입법 관련 법규를 정비하였다는 점이다. 2000년 3월 ‘입법법’을 제정하여 입법권한, 입법절차, 법률해석, 등록, 효력순위 등을 명확히 하였는데, WTO 가입 후에는 ‘입법법’에 근거하여 ‘행정법규제정절차조례’, ‘규정제정절차조례’, ‘법규규장등록조례’ 등을 속속 제정하였다. 중국의 법령과 제정기관에 관하여 살펴보면, ‘헌법’과 ‘법률’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제정하며, ‘행정법규’는 국무원에서 제정하고, ‘지방성법규’는 각급 인민대표대회에서 제정하고, ‘규정’은 국무원의 각부와 지방정부에서 제정한다.

그동안, 중국은 규범성 문건과 정책성 문건이 혼동되고, 규범성 문건을 제정하는 기관이 다양하여, 법규 상호간의 모순과 충돌이 많은 등 입법적인 측면에서 성숙하지 못한 현상들이 있어 왔는데, 입법관련 법규의 정비로 이러한 현상은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5.

중국의 WTO 가입으로 중국의 법률제도상에 존재하는 문제점들이 일거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물론 어렵다. 아직도 중국은 민주집중제를 택하여 사법독립이 이루어져 있지 아니하고, 정치에 있어서 사회주의, 경제에 있어서 시장경제라는 이중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까지 법률제도의 완지를 위하여 각종 법규를 제정, 개정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WTO 가입은 앞으로 이러한 중국의 행보를 보다 가속화할 것이고, 그 방향이 WTO의 규범고 체제에 맞추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점은 우리에게도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