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김준배씨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위한 정윤기검사의 조사협조를 촉구한다

2001-09-10 212

성 명 서

김준배씨의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정윤기 검사의 적극적인 조사협조를 촉구한다

우리는 지난 9월 6일 민변 사무실에서 97년 당시 한총련 투쟁국장이었던 김준배씨의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사건 발생 빌미를 제공했던 김준배씨 후배가 자신이 경찰의 첩보제공자로서 프락치활동을 하던 와중에서 본 사건이 발생하였다는 참회의 고백을 들으면서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었다. 그리고 김준배씨의 사망 경위가 철저하게 조사되지 않은 채 어둠 속에 방치되어 왔다는 점에 대하여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발표에 의하면, 피의자의 검거 작전을 펼치면서 고층아파트에서의 추락에 대비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었으며, 검거과정에서도 추락 직후 경찰에 의한 집단구타가 있었으며, 그를 검거하기 위해 절친한 후배를 프락치로 이용하여 왔다는 것이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도 밝혀졌듯이, 이번 사건을 통하여 우리는 소문으로만 떠돌던 경찰의 프락치 공작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고, 공안사건과 관련한 사망자의 수사과정에서 수사당국의 의도적인 축소은폐가 있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이와 아울러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 사건의 수사를 담당하였던 정윤기 검사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서와 목격자의 진술을 누락하여 이 사건을 단순 추락사로 몰아 서둘러 내사종결하였다는 점이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사건 직후 현장검증시 김준배를 발견하고 검거하는 장면은 재연하지도 않았으며, 유가족이 김준배의 상의에 난 발자국을 들어 경찰의 구타 의혹을 제기하였으나,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건을 담당하였던 검사는 현재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계속되는 소환요청과 동행명령에도 불구하고 출두를 거부하고 있다. 이 사건 진상규명의 핵심은 당시 수사과정에서의 부도덕성 또는 불법성과 의도적인 은폐와 축소가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조사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요청에 불응하는 것은 담당검사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고, 국민적 합의에 의하여 만들어진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법률의 입법 정신을 훼손하고 무력화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의문사 진상규명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경찰의 부도덕한 프락치 공작과 무리한 검거작전으로 한 청년이 희생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유가족들이 4년여 동안 자식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하여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느꼈을 아픔을 생각하면 착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어둠 속에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출발점이라는 점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차제에 이 사건의 진상이 한 점 의혹 없이 규명되기를 바라며, 담당검사와 검찰이 이제라도 이 사건과 관련한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 적극 협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리고 이 사건을 맡았던 담당 검사 또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동행명령에 협조하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2001. 9. 1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 장 송 두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