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강신욱 서울고검장의 대법관 임용을 반대한다

2001-09-10 380

강신욱 서울 고검장의 대법관 임용을 반대한다.

사법부 최고기관인 대법원의 대법관 임명에 즈음하여 우리는 강신욱 서울고검장이 대법관으로 임명제청된 데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강신욱씨에 대한 대법관 임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히는 바이다.

주지하다시피 강신욱 검사는, 대검 중앙수사부 과장 재직시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조작사건에 연루되었고, 서울지검 특수2부장 재직 시 우지(牛脂)라면 사건을, 서울지검 형사1부장 당시에는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을, 인천지검장 재직 시에는 고관집 전문털이범 김강용 절도사건 등을 지휘하였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미쳤던 위 사건들은 모두 인권유린의 대표적 사건이거나, 무리한 수사로 인해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거나, 혹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축소은폐된 대표적인 사건들로 남아 있다.

특히 우리는 강신욱 검사가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에 깊이 관여한 수사지휘자였다는 점에서 그가 대법관으로 임명제청된 것에 대하여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강신욱 검사가 수사 지휘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불리는 대표적 인권유린 사건으로 지금까지도 ‘권력에 의해 진실이 은폐된’ 사법사상 깊고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4월 명지대생 강경대군이 시위 도중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사망한 뒤 학생·노동자의 분신과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는 등 파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이었던 김기설씨가 수첩에 유서를 적어 남긴 뒤 분신하자 검찰이 곧바로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가 위 유서를 대필하였다고 하여 자살방조 혐의로 구속함으로써 시작된 것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노태우 정부가 유서대필 사건을 조작하여 당시 독재정권에 맞선 재야 민주운동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였고,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려 하였다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유서대필 사건은 (1) 수사 초기부터 명확한 증거도 없이 유서가 대필되었다고 미리 발표하여 여론재판을 유도한 배경, (2)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결과에 대한 신빙성이 문제되자 제3자에게 유서대필의 자백을 강요하는 등의 강압수사를 진행한 점, (3) 참고인등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방해하고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강압수사를 한 점, (4) 김기설씨 분신 자살 후 그가 군복무 중, 유서 필체와 유사한 글씨체로 작성한 필적 자료를 입수하고도 이를 은폐한 점, (5) 필적감정인이 필적감정 업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받고 허위감정을 한 혐의로 구속되자 경찰당국에 수사 축소의 압력을 행사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 등, 숱한 의혹을 남겼고, 지금까지도 그 진실은 드러나지 않은 채 어둠 속에 파묻혀 있다.

오늘날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형사소송법상의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강압수사와 증거은폐를 통하여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으로 남아있고, 그 중심에 강신욱 고검장이 서 있다.

우리는 대법원이 인권과 사법적 정의를 수호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는 것을 믿고 있으며, 이러한 믿음은 민주주의와 인권실현에 어떠한 의혹도 부끄러움도 없는 사람이 대법관으로 추대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유리는 사법적 정의와 인권을 유린하면서 한 개인과 사회전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만들고 지금도 그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강신욱씨를 대법관에 임명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암울한 과거로 되돌려 놓은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인권과 사법적 권리를 유린한 대표적 사건의 지휘자로 국민의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강신욱 검사가 대법관에 임명되는 것은 우리 사법의 미래에 불길한 암운과 커다란 위협이 될 것임을 경고하면서 다시 한번 강신욱씨에 대한 대법관임명을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2000. 7. 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송 두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