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무차별적 DNA 채취, 디엔에이법은 위헌이다

2011-06-16 176

무차별적 DNA 채취, 디엔에이법은 위헌이다

 

 

오늘 이 자리에는 쌍용자동차 파업과 용산참사 투쟁에 결합하였던 노동자와 철거민들이 함께 모였다. 잔혹한 자본의 일방적인 논리에 맞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처절한 생존권 투쟁을 벌였던 이들이, 지금은 디엔에이(DNA) 채취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에 나선 것이다.

 

해고와 파업, 수사와 오랜 재판에 시달렸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어느날 DNA 채취를 하라는 검찰의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용산참사 현장에 있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인 철거민들도 감옥 안에서 DNA 채취를 요구받았다. 영어의 몸으로나마 DNA 채취를 거부하고자 했던 이들은 영장으로써 그 채취를 강제당하였다.

 

이는 지난해 7월 시행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벌어진 일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이 법의 제정초기부터 논란이 되어 왔던 인권침해성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DNA는 민감한 개인정보로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정보의 무단 유출 위험성, 위조 및 조작의 위험성과 오·남용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채취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도 매우 엄격하게 그 대상을 한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법은 필요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서 사실상 강요나 다를바 없는 방식으로 개인의 DNA 정보를 채취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과잉금지원칙과 기본권의 본질내용 침해금지원칙에 위배된다.

 

처음에 DNA 법은 성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겠다는 명분으로 제안되었다. 그러다 제정 과정에서 그 채취 대상범죄를 무려 열 한개로 확대하였고 그 가운데 강력범죄라 보기 어려운 주거침입, 퇴거불응도 포함되었다. 또한 형이 확정되지 않은 형사피의자와 미성년자까지 채취 대상으로 규정하였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 또한 끊이지 않는다.

 

파업 노동자들과 철거민들이 DNA 채취 대상이 된 오늘의 비극적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DNA 채취는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노동자와 철거민을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또한 사회모순에 저항하였다는 이유로 이들을 평생 국가의 감시를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하게 하였다. 이 법을 그대로 놓아둔다면 앞으로 이 땅의 인권침해와 생존권 말살에 맞서 정당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또다시 범죄자로 낙인찍혀 옥죄임을 당할 것이다.

 

무차별적 DNA 채취, 디엔에이법을 그대로 놓아둘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이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한 행위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격권, 행복추구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이고 그 시료 채취 챙위를 취소해야 마땅하다. 헌법재판소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

 

2011 6 16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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