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위] 2013. 2. 19.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의견서

2013-02-27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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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번호 :

13-02-소수-03

수 신 :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및 법제사법위원회 각 의원

발 신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담당 : 이소아 변호사)

제 목 :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의견서

전송일자 :

2013. 2. 19. (화)

전송매수 :

9쪽(표지포함)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의견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는 김광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3269),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3390), 권성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3678) 중 현행 「군형법」 제92조의5와 관련한 개정법률안의 내용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의견을 개진합니다.

다 음

1. 군형법상 추행죄의 입법정책상 필요성 부재

○ 2004. 1. 1.부터 2007. 12. 31.까지 군형법상 추행죄(현행 「군형법」 제92조의5, 구 「군형법」 제92조)가 적용된 사건은 모두 176건입니다. 이 중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적 행위는 4건(3건 선고유예, 1건 기소유예), 나머지 172건은 강제추행 또는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하나 피해자와의 합의로 군형법상 추행죄가 적용된 사례입니다.

○ 이와 같은 적용실태를 보면 군형법상 추행죄가 적용된 사건 중 98%가 형법 또는 성폭력특별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강제추행․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고, 군형법상 추행죄는 성폭력 범죄의 친고죄 규정으로 인한 처벌의 공백을 막기 위해 적용되고 있습니다. 결국 형법의 강제추행죄를 비친고죄화하는 기능을 주로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 군형법의 개정으로 성폭력범죄가 비친고죄화된다면, 실제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적 접촉만을 군형법상 추행죄가 규율하게 되고, 이는 연 평균 1건에 불과한 적용례를 보이며 이마저도 선고유예나 기소유예로 처리되는 정도입니다.

○ 이와 같이 실제 적용에 있어 처벌의 정도가 무죄 판결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기소유예와 선고유예라면 처벌을 통한 위하효과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최근에도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적 접촉은 기소유예로 처리된 바 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2009. 2. 18. 선고 2009고단90 판결 참조)

○ 따라서 군형법상 성폭력범죄를 비친고죄화하는 이상, 입법정책의 측면에서 군형법상 추행죄를 유지할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2. 군형법상 추행죄의 위헌성에 대한 지적

○ 군형법상 추행죄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습니다.

○ 2002년 군형법상 추행죄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헌법재판관 주선회, 송인준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개인주의적·성개방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성에 관한 우리 국민의 법의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동성간의 성적 행위가 비정상적이며 사회의 성도덕을 심하게 침해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점차 벗어나 성적 지향성이 다름을 이유로 고용 등에 있어서 차별하는 것을 평등권침해행위로 인정하기까지 이르렀으므로, 오늘날과 같이 성에 대한 사회적 의식 및 제도가 개방된 사정하에서는 공연성이 없고 강제에 의하지 않은 동성간의 추행을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따라서 이를 금지하는 것은 군형법상 추행죄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라면서 위헌 의견을 개진한 바 있습니다.

○ 2008년 제22사단 보통군사법원은 이례적으로 군형법상 추행죄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성이 있다고 보아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습니다. 이는 군형법 사건을 주로 다루는 군사법원 스스로 군형법상 추행죄의 적용에 있어서 위헌성과 불합리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제22사단 보통군사법원은 이 결정에서 군형법상 추행죄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며,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위 보통군사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따른 위헌법률심판사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대해 이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며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므로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 2011년 군형법상 추행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는 3인의 재판관이 “군형법상 추행죄는 강제에 의한 행위와 합의에 의한 행위를 동일하게 처벌함으로써 가벌성이 현저히 다른 행위를 대등하게 처벌하게 되고, 형법상 친고죄의 입법취지를 유명무실하게 하며, 행위자의 예견가능성을 저해하여 자기책임주의원칙에 반하고, 수사기관, 공소제기기관 및 재판기관의 자의적 해석을 초래한다”라고 하면서 그 위헌성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 2012년에 있었던 유엔 국가별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도 군형법상 추행죄의 폐지 가능성 검토를 권고받은 바 있습니다.

○ 2002년과 2011년의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위 조항의 합헌성이 인정된 것은 “특히 상급자가 같은 성적 지향을 가지지 아니한 하급자를 상대로 동성애 성행위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이유가 주요한 것으로서, 이는 강제추행 또는 위력에 의한 추행인 것으로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 처벌의 문제와 별도로 다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위와 같이 위헌성이 문제되는 것은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의 문제로서 ‘강제추행, 위계․위력에 의한 추행, 또는 비동의 간음’ 등의 문제와는 별개입니다. 따라서 군형법상 추행죄의 개정에 있어서는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은 비범죄화함으로써 위헌 소지를 제거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3.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 처벌의 효과와 문제점

○ 2011. 6. 17. 유엔 인권이사회는 <인권,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라는 결의안을 채택하였습니다. 이 결의안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성소수자(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성전환자 등) 개인에게 가해지고 있는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행위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동시에 유엔 인권이사회가 계속해서 이 안건에 우선순위를 두고 검토하기로 결정한다고 하면서, 유엔인권최고대표에게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세계의 차별실태를 조사하여 보고서를 마련하라는 것과 2012. 3.에 있을 정기회기에서 패널토론을 실시할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 한국 역시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이 결의안에 찬성한 바 있습니다.

○ 위 결의안에 따라 2011. 11. 17.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적 법과 관행 및 개인에 대한 폭력적 행위」 보고서를 작성하여 인권이사회에 보고하였고, 2012년에는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과 관련한 인권 보장을 위한 각국의 핵심적인 5가지 법적 의무를 자세히 풀어쓴 책자를 발간하기도 하였습니다.

○ 위 유엔인권최고대표의 보고서에 따르면 76개 국가가 성적지향 또는 성별정체성에 근거해 사람들을 범죄화하는 데 사용되는 법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 보고서는 그러한 행위를 범죄화하는 법이 시행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관계가 없고, 이러한 법의 존재만으로도 계속적이고 직접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개입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 성인 동성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을 범죄화하거나 차별하는 법률은 그 법률이 직접 적용되는 당사자나 직접적으로 차별받는 사람들을 훨씬 넘어서는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범죄라는 낙인은 심각한 정신건강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범죄화하고 차별하는 법률은 성소수자들이 사회 내에서 완전한 지위를 누릴 자유와 자신감을 억누르고, 벽장 속으로 숨어들게 하며, 사회적․문화적 현장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취업과 교육에 있어서의 기회를 제한하며, 심지어 가족들과도 거리를 두게 만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러한 법률들은 사람들이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보고 차별하며 혐오하고, 그럼으로써 본질적으로 이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무시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면죄부로 작용하게 됩니다.

○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군형법상 추행죄는 적용된 사례가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동성애를 죄악시 하는 실질적인 규범력을 지닌 규정으로 존재해 왔으며, 군대 내 호모포비아(동성애 공포증)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되어 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군대 내 성소수자에 대하여 성적접촉 유무와 관계없이 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 환경이 조성됨으로써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게 될 가능성이 크게 됩니다. 또한 군대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동성애적 성적지향은 범죄와 같이 취급되고 이는 위와 같은 국제인권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이성 군인간의 관계와 달리 합의에 의한 동성 군인간의 성적 접촉을 처벌하는 것은, 위와 같은 성적지향에 관한 국제인권적 흐름과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규율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 「형의 집행 및 수형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수형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등 국내의 인권보장 흐름에 역행한다고 평가됩니다.

○ 따라서 군형법상 추행죄의 개정에 있어서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을 처벌에서 제외한다면, 이는 국제인권기준 및 인권에 관한 국내법에 부합하게 되고 사회적인 인권의식 및 인권상황의 향상에 기여할 것입니다.

4. 개정안에 대한 검토

가.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의 삽입

○ 현행 군형법 제92조의5는 추행의 객체를 명시하고 있지 않은바 해석상 불명확하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민간인과의 성적 접촉까지 처벌한다면 입법취지나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침해의 소지가 큽니다.

○ 따라서 개정안에서 이와 같이 객체를 군인과 준군인 등으로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다 할 것입니다.

나. “계간”의 삭제

○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정책기본방향 권고안>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계간’이라는 용어는 특정 성적지향에 대한 편견을 내포하는 용어입니다. 이러한 용어는 비하적인 용어일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써 법률용어로서 적합하지 않으므로 이를 사용하지 않을 필요가 있습니다.

○ ‘계간’이 삭제되는 경우 ‘추행’의 예시가 사라짐으로써 추행의 의미가 불명확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 문제됩니다. 그러나 「군형법」 제92조의2(강제추행) 역시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추행’에 대한 예시가 제시되지 않고, 또한 형법이나 성폭력특별법상에서도 추행에 대한 예시가 없더라도 법 적용에 문제가 없는 이상,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 등의 문제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다. ‘그 의사에 반하여’ 등의 삽입 여부

○ 김광진 의원안이나 권성동 의원안과 같은 형태의 규정은 합의에 의한 접촉 역시 처벌하게 될 위험성이 있고, 군형법 제92조의2가 강제추행을 처벌하고 있는 이상, 이 군형법상 추행죄 조항 자체를 삭제하는 것이 오히려 실무상 혼란을 방지하고 효과적일 것입니다.

○ 남인순 의원안과 같이 ‘그 의사에 반하여’를 삽입하는 경우 강제추행죄와의 관계가 문제될 수 있으나, 강제추행으로 포섭되지 않는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추행 내지 비동의 간음을 처벌하는 근거규정으로 해석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 다만, 판례는 강제추행의 구성요건으로서의 폭행을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를 포함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하여 광의로 해석하고 있는 이상, 현행 군형법상 강제추행죄와 형법상 업무상 위력등에 의한 간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으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군형법상 추행을 삭제한다 하더라도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입니다.

5. 결론

○ 군형법상 추행죄의 개정에 있어서 군형법상 성폭력범죄의 친고죄가 폐지될 것이 확실한 이상, 국내외의 인권보장의 측면 및 일선 실무에서 추행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현행 군형법 제92조의5는 삭제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012 한국사회의 개혁과 입법 과제>와 <제18대 대선 정책․법안 의견서>에서 현행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한 폐지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 군형법상 추행죄를 폐지하지 않고 개정한다 하더라도, 합의에 의한 접촉을 처벌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발생하고 국내외적 인권 흐름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크게 하는 이상, ‘그 의사에 반하여’ 또는 ‘위계 또는 위력’ 등의 구성요건을 명시함으로써 강제력에 의한 추행행위의 처벌조항으로 대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2013년 2월 1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 염형국

첨부파일

13-02-소수-02 군형법의견서.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