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의 원안 통과 촉구

2011-12-16 237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로 명시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의


원안통과를 촉구한다.


 


 


1.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이하, 주민발의안)이 서울시의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보수기독교단체 등 사회 일각을 통해 주민발의안 제7조 제3항의 차별금지사유 중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사유를 삭제하라는 반인권적인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소수자인권위원회는 위 사유들을 차별금지조항에서 삭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인권의 관점에서 논의되기 보다는 진보, 보수 간의 정치적 견해 대립의 문제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며, 법과 인권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은 차별금지사유로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안에 반드시 명시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다. 또한 교육현장에서 소수자 학생들의 인권이 보다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소수자 인권에 관한 교육공동체 전체의 감수성과 문제의식이 제고될 수 있도록 주민발의안 원안 그대로의 통과를 촉구한다.


 


 


2.


현재 문제되고 있는 ‘임신 또는 출산’과 ‘성적 지향’이 조례의 상위법인 헌법, 국제인권조약을 비롯한 법규범에 따라 차별이 금지되는 사유들이라는 점에는 논란의 여지조차 없다.


 


학생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주민발의안 제6조 제1항은 헌법 제11조 제1항, 교육기본법 제4조 제1항 등의 평등권 조항에 기반한 조항이고, 위 조항에 규정된 차별금지사유들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차별금지사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은 위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차별금지사유로서 이미 명시되어 있는 사유들이다.


 


국제인권규범에 의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ESCR), 시민,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CEDAW),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CRC),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CAT) 등의 비준국이다. 위 조약들은 모두 차별금지원칙을 기본원칙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 및 ‘임신 또는 출산’은 아동권리협약을 비롯한 각 조약의 차별금지사유에 당연히 포함된다(참고자료1). 위 조약들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으로서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인정되는 법규범이다. 따라서 각 조약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의 직접적인 상위법이자 준거법이 된다.


 


 


3.


서울시는 성소수자 청소년, 미혼모 청소년들에 대한 차별현실을 시정하고 이들의 인권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10조). 우리나라는 또한 앞서 본 국제인권조약들의 가입국으로서 조약상의 차별시정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국내조치들을 취해야 할 국제법상의 의무가 있다.


 


성소수자 청소년들과 비혼모 청소년들은 현재 학교 현장에서 가장 극심한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이다.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과 ‘임신 또는 출산’ 사유는 차별금지사유에서 제외시킬 수도 있다는 반인권적인 목소리가 당당하게 통용되는 현재의 상황 자체가 이를 반증한다. 국가와 국가기관은 국내‧국제법규범에 따라 이러한 심각한 차별현실을 시정하고 위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 정책, 관행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조치들을 취해야 할 의무를 진다.


 


이러한 조치로서 우선되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과 ‘임신 또는 출산’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원칙을 법령 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일이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 특히 성소수자와 임신출산을 경험한 청소년들에 대한 차별은 근본적으로 이들의 ‘존재’ 자체를 법적, 제도적으로 승인하지 않고자 하는 시각에 기반해 있다. ‘성소수자나 비혼모 청소년들은 우리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라는 차별적‧폭력적인 시각이 통용되는 현실 속에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및 ‘임신 또는 출산’이 차별금지조항의 기타사유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실효성있는 예방과 구제를 기대할 수 없다.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및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차별이 금지된다는 점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안에 반드시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앞서 본 국제인권조약의 각 위원회들 또한 한국정부가 2007년에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면서 ‘성적 지향’을 비롯한 7개의 사유를 차별금지조항에서 삭제한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과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서 반드시 명시할 것을 한국정부에 계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참고자료2). 서울시의회가 ‘성적 지향’, ‘임신 또는 출산’을 주민발의안의 차별금지사유에서 삭제하는 것은 위 성소수자, 미혼모 청소년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현실을 방치하고 승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4.


한국은 유엔인권위원회 이사국으로서 그 동안 국제사회에서 인권에 관한 목소리를 높여 왔다. 한국은 올해 유엔인권이사회의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는 결의안인 “인권,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Human rights,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A/HRC/RES/17/19) 채택 과정에서 찬성표를 행사하여 지난 6. 17. 위 결의안이 채택되는데 적극 기여하기도 하였다.


 


“성소수자이든 임신‧출산을 경험한 이든,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권리가 있고 차별받지 않고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 당연한 명제 앞에 한국사회가 어떻게 답할 것인가를 두고 국내·국제사회 모두 서울시의회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책임감을 갖고서 이에 답해야 할 것이다.


 


 


 


 


2011년 12월 1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 염형국


<참고자료1>


 


국제인권조약의 차별금지사유에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이 포함됨을 명시한 국제인권기구의 공식견해들


 


 


1. 아동권리위원회, 일반 논평 4(2003) 중


 


“당사국들은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들이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국적,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장애,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에 따른 차별 없이 이 협약에 명시된 모든 권리를 향유하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차별금지사유에는 청소년의 성적 지향과 건강 상태 역시 포함된다.”



 


2.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위원회, 일반 논평 20(2009) 중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당사국들은 개인이 성적 지향 때문에 이 규약 상의 권리를 실현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략) 또, 성별 정체성은 차별금지사유의 하나로 인정된다.”



 


3.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위원회, 일반 논평 18(2005) 중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은 채용이나 고용상태를 지속하는 것과 관련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금지한다.”


 



4.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위원회, 일반 논평 14(2000) 중


 


“이 규약은 건강 서비스를 이용하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반 요인을 보장받으며, 이를 위해 필요한 수단과 자격을 갖는데 (중략)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금지한다.


 


 


5. X대 콜롬비아 건에 대한 유엔인권(자유권)위원회 결정문(2007) 중


 


“(시민,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6조에서 규정한 차별 금지는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 역시 포함한다.



 


6. 고문방지위원회, 일반논평 2(2008) 중


 


“(고문방지협약의) 당사국들은 협약에 의해 발생한 의무들에 관하여, 해당 법들이 실제로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도록 보장되어야 하고 (중략) 이는 성적 지향(이나)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7.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일반권고 28(2010) 중


 


“성과 성별에 근거한 여성 차별은, 인종, 민족, 종교나 신념, 건강, 상태, 나이, 계층, 계급,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과 같이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들과 긴밀하게 얽혀있다.”



 


<참고자료2>


 


한국정부에 ‘성적 지향’ 등을 차별금지사유로서 명시한 형태의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문들


 


 


1.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위원회, 한국 정부의 제3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 권고문(E/C.12/KOR/CO/3, 2009년 12월 17일) 중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위원회는 2007년 12월에 제17대 국회에 제출되었던 차별금지법안이 심의 없이 폐기되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당사국에 의하여 아직도 채택되지 아니한 점에 대하여 우려한다. 더 나아가 위원회는 태스크포스에 의하여 현재 검토되고 있는 법안이 차별금지사유를 열거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전형적인 차별금지사유의 예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이것이 일정한 차별사유만을 포함하고 원래의 법안에 있었던 국적과 성적 지향 등과 같은 다른 사유는 배제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우려한다(제2조).


위원회는 당사국이 규약 제2조 제2항에 규정된 바와 같은, 그리고 위원회의 일반 논평(General Comment) 제20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서의 차별 금지(제2조 제2항)에 부합하는 모든 차별사유를 명확히 규정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신속히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



 


2. 여성차별철폐위원회, 한국 정부의 제7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 권고문(CEDAW/C/KOR/CO/7, 2011년 7월 29일) 중


 


“(여성차별철폐) 위원회는 당사국이 직·간접적 차별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을 명백히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협약 제1조 및 2조와 일반권고 28호(2010)에 따라, 그리고 성적 취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대한민국, 2005) 제2조 제4항을 참조하여,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시급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한다.”



 


3. 아동권리위원회, 한국 정부의 제3차, 제4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 권고문(CRC/C/KOR/CO/3-4, 2011년 10월 6일) 중



“(아동권리) 위원회는 당사국의 차별금지법안이 2007년 12월 국회에서 심의없이 폐기되었던 것과, 이 법안에서 차별 금지의 정의에 성적 지향과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를 명시적으로 포함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한다.”



 


첨부파일

[성명]민변소수자위_서울시학생인권조례_원안통과촉구성명[1].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