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이주노동자 사업장 알선제도 변경에 관한 법률의견서

2012-07-19 232

[의 견 서]


이주노동자 사업장 알선제도 변경에 관한 법률의견서


 


 


1. 사실 관계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을 변경하려는 이주노동자에게 구인 사업장의 명단을 제공함으로써 이주노동자가 업종이나 근무조건 등을 비교한 후 사업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왔습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2012. 6. 4. 「외국인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2012. 8. 1. 부터는 사용자에게만 구직자 명단을 제공하고 사업장을 변경하려는 이주 노동자에게는 구인 사업장 명단을 제공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일선 고용센터들은 사업장 변경을 원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알선제도 변경에 따른 외국인 구직자 유의사항>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동 안내문에는 “12. 8. 1.부터는 구직자가 사업장에 연락을 할 수 없고 사용자의 연락에 의하여 채용절차가 진행되게 됩니다. 따라서 언제든지 연락이 가능한 전화번호 등을 반드시 기재하고 사업장 변경기간 중 가급적 그 연락처를 변경하지 않아야 합니다. 외국인 구직자는 3개월의 구직 기간이 끝날 때 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반드시 출국해야 합니다. 따라서 취업을 계속하고자 한다면, 고용센터의 알선에 따른 사용자의 면접 요처 등에 적극 응하여 사용자가 귀하를 채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만약 합리적 이유 없이 구인 사용자의 면접 요청이나 채용의사를 거부할 경우 2주간 알선이 중단되는 불이익을 입을 수 있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2. 사업장 알선제도 변경의 이유


 


사업장 알선제도를 변경하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는 두 가지 점을 들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브로커 개입 방지’입니다. 브로커 개입 방지에 관하여 고용노동부는 “사업장변경자에게 제공한 구인업체 명단이 브로커에게 전달되어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브로커가 이주노동자로부터 받은 구인업체 명단을 활용하여 알선행위를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브로커는 구인구직 만남행사 등 주로 개별적으로 파악한 정보를 통하여 알선 행위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고용노동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브로커 개입 유형에는 구인업체 명단을 활용하는 유형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입장대로라면 사용자에게 제공된 이주노동자 명단도 브로커에게 전달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따라서 유독 이주노동자에게만 구인 사업장 명단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브로커의 개입을 차단하는 대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결국 고용노동부가 사업장 알선제도를 변경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가능성을 줄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변경 신청 횟수가 증가하는 것 자체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사업변경자에 대해서는 구인업체 명단제공을 중단하는 방안 적극 점토’하겠다고 의견을 표명하였습니다.


 


요컨대 이번 사업장 알선제도 변경의 본래 취지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자체를 차단 내지 방지하려는 것입니다.


 



3. 사업장 알선제도 변경의 문제점 ① – 이주노동자의 직장선택의 자유 침해


 


가. 이주노동자의 직장선택의 자유 제한


 


1) 이주노동자의 기본권 주체성


 


직장선택의 자유는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헌법재판소도 이주노동자의 직장선택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였습니다.


 


2) 이주노동자의 직장선택의 자유의 내용


 


직장선택의 자유는 말 그대로 자유롭게 직장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개인이 그 선택한 직업분야에서 구체적인 취업의 기회를 가지거나 이미 형성된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거나 포기하는 데 있어 국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선택·결정을 보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합니다.


 


3) 변경된 사업장 알선제도가 이주노동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지 여부


 


변경된 사업장 알선제도의 골자는, ①사업장을 변경하려는 이주노동자에게 기존에 제공해 오던 구인 사업장 명단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과, ②합리적 이유 없이 구인 사용자의 면접 요청이나 채용 의사를 거부할 경우 2주간 알선이 중단된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사업장을 변경하고자 하는 이주노동자는 ①사업주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근로계약에 대한 청약을 해 올 것을 기다리는 행위 외에는 어떠한 구직 노력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즉 근로자가 사업장의 근로조건, 작업환경 등을 검토하는 등 자신에게 맞는 사업장을 직접 모색하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해집니다. 또한 ②구인 사용자의 면접 요청이나 채용 의사를 받더라도, 외국인근로자는 해당 사업장의 근로조건 등이 자신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도 없습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고용허가제법’)에 따라 사업장 변경 신청 후 3개월 안에 근무처 변경 허가를 받지 못하면 체류자격이 박탈되는 상황에서 구인 사용자의 면접 요청이나 채용의사를 거부할 경우 2주간 알선이 중단된다는 것은 사실상 면접 요청이나 채용의사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사업장 알선제도 변경이 이주노동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제약하는 정도는 매우 심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임금 체불, 폭언·폭행,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한 이주노동자라 하더라도 사업장 변경 자체를 단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일선 고용센터에서는 사업장 변경을 신청한 이주노동자에게 변경된 사업장 알선제도에 따르면 사업장을 변경하기 어려우니 그냥 원 사업장에서 일하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나. 이주노동자의 직장선택의 자유 침해


 


1) 심사 기준


 


변경된 사업장 알선제도가 이주노동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명백합니다. 이러한 경우 제한의 목적에 정당성이 없거나(목적의 정당성), 당해 제한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이 그로써 초래되는 사적 불이익보다 작은 때에는(법익의 균형성) 변경된 사업장 알선제도는 위헌이라 할 것입니다.


 


2) 목적의 정당성 결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사업장 알선제도를 변경한 이유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차단하거나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차단 내지 방지’는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고용허가제법은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에 따른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임금 체불 등 노동관계법령 위반, 폐업, 폭행 등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며, 꼭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유의사에 반하여 일을 강요당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사업장 변경 차단 내지 방지는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3) 법익의 균형성 결여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알선제도 변경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잦은 사업장 변경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영세업체 인력난 심화’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이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영세업체의 인력난을 심화시킨다는 것은 추측에 불과합니다. 가사 사업장 변경과 생산성 등 사이에 관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강제노동 등 이주노동자가 받는 불이익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다.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불가피하게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습니다(헌법 제37조 제2항). 그런데 변경된 사업장 알선제도는 사실상 이주노동자로 하여금 사업장 변경 자체를 단념하게 하거나, 사업장 변경과정에서 더 나은 근무조건을 모색하여 사업장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주노동자에게 인정되는 직장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변경된 사업장 알선제도는 이주노동자의 직장선택의 자유의 본질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라. 절차의 위헌성 – 기본권제한의 형식상 한계 위반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 제한은 ‘법률로써’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법률로써’는 ‘법률에 근거한’으로 해석되므로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물론 ‘위임입법’에 의하여도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단 위임입법에 의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법률우위, 법률유보, 포괄위임금지원칙 등 위임입법의 한계를 준수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변경된 사업장 알선제도는 고용노동부 지침으로서 법률이나 대통령령 등의 형식을 전혀 갖추지 않았으며 단지 일선 고용센터에 배포된 ‘안내문’을 통하여 통보되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그 내용은 이주노동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용자의 면접 요청 또는 채용 의사를 거부할 경우 2주간 알선을 중단하도록 한 것은 고용허가제법에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변경된 사업장 알선제도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고 있는 기본권 제한의 형식상 한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위헌입니다.


 


 


4. 사업장 알선제도 변경의 문제점 ② – 이주노동자의 계약의 자유 및 노동권 침해


 


가. 이주노동자의 계약의 자유 및 노동권


 


헌법 제10조가 정하는 행복추구권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에는 당사자 자신이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원하지 않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자유인 이른바 계약자유의 원칙이 포함됩니다. 한편 헌법 제32조 노동권은 그 주요한 내용으로 노동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노동조건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그런데 행복추구권은 ‘인간’의 권리로서 외국인에게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고, 노동권 역시 노동자라는 지위에서 인정되는 것이므로 이주노동자는 행복추구권에서 유래하는 계약의 자유와 노동권의 주체가 됩니다. 헌법재판소도 외국인이 계약의 자유와 노동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나. 이주노동자의 계약의 자유 및 노동권 침해


 


이주노동자로서는 근로계약 체결 시 고용센터의 알선행위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 사업장 알선제도 변경으로 인하여 이주노동자에게는 구인 사업장에 대한 정보가 일체 제공되지 않는 점, 심지어 사업주의 면접 요청이나 채용 의사를 거부할 경우 2주간 알선이 중단될 수 있도록 한 점, 사업장 변경 신청 후 3개월 내에 근무처변경 허가를 얻지 못한 이주노동자는 체류자격을 잃게 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변경된 사업장 알선제도는 결과적으로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한 이주노동자에게 근로계약의 체결을 사실상 강제 당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또한 사업장변경 신청에 이르지 않은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사업장 변경 자체가 매우 어려워지게 된 결과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도 기존 사업장에서의 근로계약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행복추구권이 인정하는 계약자유의 원칙에는 계약의 유지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되는바, 이번 제도 변경은 이런 측면에서도 외국인근로자의 계약자유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차단 또는 방지하겠다는 것은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변경된 사업장 알선제도로 인하여 이주노동자가 입는 불이익은 매우 크므로 변경된 사업장 알선제도는 이주노동자의 계약의 자유와 노동권도 침해하는 것입니다.


 


 


5. 사업장 알선제도 변경의 문제점 ③ – 근로기준법 위반


 


이주노동자라 하여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업장 알선제도 변경으로 인하여 이주노동자는 구인 사업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 받지 못한 채 사용자의 연락만을 기다려야 하며, 심지어 사용자의 면접 요청 내지 채용 의사를 거절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이주노동자로서는 사용자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6. 사업장 알선제도 변경의 문제점 ④ – ILO 국제협약 위반


 


대한민국이 비준한 ‘취업 및 직업에 있어서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ILO 제111호 협약)’은, ‘차별대우’를 “인종, 피부색, 성별, 종교, 정치적 견해, 출신국 또는 사회적 출신에 의거하여 행하여지는 모든 차별, 배제 또는 우대로서, 취업 또는 직업에 있어서의 기회 또는 대우의 균등을 파괴하거나 저해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 정의하면서(제1조), “이 협약의 적용을 받는 회원국은 취업 및 직업에 관한 차별 대우를 철폐하기 위하여, 국내 사정 및 관행에 적합한 방법으로 취업 또는 직업에 관한 기회 및 대우의 균등을 촉진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방침을 명확히 하여야 하며, 이에 따를 것을 약속한다.”(제2조)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변경된 사업장 알선제도는 내국인과 외국인 간에 취업 및 직업에 있어서의 기회 또는 대우의 균등을 파괴하거나 저해하고 있는 바, 위 협약을 위반하였습니다.


 


 


7. 결론 및 향후 대응


 


앞서 본 바와 같이 변경된 사업장 알선제도는 이주노동자의 직장선택의 자유, 계약의 자유, 노동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과 ‘취업 및 직업에 있어서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에 위반됩니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알선에 관한 지침을 철회해야 합니다. 만약 동 지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구인 사업장 명단 요청 거부 행위’를 대상으로,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 을 제기할 것입니다. 또한 별도의 행정처분이 없이도 동 지침이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함을 이유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것입니다.


 



 


2012년 7월 1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 장 장 주 영

첨부파일

12-07-사무04_보도자료_[이주노동자사업장알선제도의견서].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