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제주해군기지의 무역항 지정 등에 관한 의견서

2012-05-07 234

제주해군기지의 무역항 지정 등에 관한 의견서


 


1. 전제된 사실관계


 


언론보도와 제공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파악한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국방부는 2012.4.26.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 건설 중인 제주해군기지(정부는 이를 “제주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부르나 여기서는 그 실질적 성격에 따라 “제주해군기지”라고만 부르겠습니다)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크루즈선박의 입출항이 보장되도록 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시행령」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나. 뒤이어 국토해양부는 2012.5.4. 제주해군기지에 항만시설 설치와 크루즈 선박의 원활한 입․출항을 지원하기 위하여 남방파제와 서방파제 그리고 수역시설인 선회장을 서귀포항의 해상구역에 포함하여 항만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항만법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다. 이에 언론은 제주 민·군복합항 일부 수역이 무역항으로 지정되면서,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과 관련된 방파제, 항내구역, 항로 등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제외된다고 보도하였습니다.


 


라. 그러자 대한민국해군은 2012.5.4.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12. 5. 4.(금)일자 일부 언론에서 제주 민·군복합항 일부 수역이 무역항으로 지정되면서,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과 관련된 방파제, 항내구역, 항로 등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제외된다고 보도하였으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크루즈 선박의 제주 민·군복합항 입·출항을 보장하도록 국방부에서는 지난 4월 26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 예고하였으며, 국토해양부에서는 지난 5월 4일 크루즈선박 관련 구역을 무역항계로 지정하는 내용의 항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습니다.


 


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제주 민·군복합항의 수역은 기동전단 전력을 수용할 수 있는 작전기지로서의 기능과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군사보호구역과 무역항계로 중복 지정될 것입니다.



 


2. 예상되는 법률적·사실적 문제점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여 제주해군기지의 건설과 운영에 관련하여 예상되는 법률적·사실적 문제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무역항 지정 시 발생할 설계상의 문제(사실상의 문제)


 


국회의 조사소위원회가 국토해양부에 요청했던 “무역항 지정 및 항계설정을 위한 세부조치계획의 명확화”를 위하여 국토해양부, 국방부(해군) 및 제주특별자치도와 협의한 결과로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위 내용에 의하면 국토해양부는 제주해군기지가 무역항으로 지정될 경우 이를 항만구역(무역항), 중복지역(무역항+군사시설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구분하고, 중복지역에 대한 우선적 권리는 국토해양부장관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오로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만 지정되지 않는, 그래서 국토해양부장관이 모든 권리와 권한을 가지는 수역이 제주해군기지 내에 존재하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위 전제된 사실관계에서 살핀 바와 같이, 국방부(해군)은 이와는 달리 제주해군기지의 모든 수역이 무역항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중복지정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제주해군기지가 민항인 무역항으로서 충족시켜야 하는 기준과 군항으로서 충족시켜야 하는 기준이 매우 다르기에 국토해양부의 고민과 같이 제주해군기지 내부 등을 그 성질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국토해양부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도 1)중복지역(무역항+군사시설보호구역)을 두는 것으로 되어 있어 중복지역이 무역항과 군항의 서로 다른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점과 2)현재 설계대로의 제주해군기지는 윤춘광 의원이 2012.4.24. 속개된 제293회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 너비가 충분히 넓지 않아 내부를 성질에 따라 구분하더라도 그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주해군기지는 그 너비가 충분히 넓지 않아 결국 해군과 제주특별자치도가 좁은 항만을 구분없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토해양부의 고민처럼 제주해군기지 내부 등을 그 성질에 따라 구분할 경우, 군항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될 수도 있기에 국방부는 제주해군기지의 모든 수역이 무역항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중복지정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 제주해군기지의 모든 수역이 무역항과 군항의 서로 다른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이는 현재 설계상 불가능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결국 제주해군기지가 무역항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국방부나 국토해양부의 안 중 어느 안에 따르더라도, 현재 제주해군기지는 그 설계상 군항과 무역항(민항) 양쪽 모두의 요건을 충족할 수 없어, 결국 어느 한 기능을 위해 다른 한 기능이 포기되어야 할 상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설계상의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1) 군함과 여객선 사이의 이격거리 확보 등의 문제


 


먼저, 강정마을회에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무역항이 신축될 때 따라야 하는 항만법 및 항만설계기준에 의하면 아래와 같이 위험물적재전용선박은 적재 위험물에 대한 특수성을 배려하여 여객선의 박지나 선류장 등과 충분한 이격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물론, 군함을 위험물적재전용선박으로 바로 분류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위 항만설계기준의 취지는 무역항이라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제주해군기지는 이미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충분한 너비를 갖추고 있지 못하여 군항의 박지와 여객선의 박지 사이에 충분한 이격거리를 둘 수 있을지 매우 의문스러운 상황입니다.


 


(2) 군함 출입시 신고문제 등


 


다음으로, 대한민국 또는 외국 국적의 선박이 상시 출입할 수 있는 항(港)인 개항에 관한 개항질서법에 의하면, 위험물을 개항의 항계 안 등으로 들여오려는 자는 입항 전에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해양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합니다(법 제20조 제1항). 또한 국토해양부장관은 위와 같이 신고한 경우 들여올 수 있는 위험물의 수량이나 종류를 제한할 수도 있습니다(법 동조 제2항).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위험물은 화약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법 제2조 제9호, 법시행규칙 제2조, 「위험물 선박운송 및 저장규칙」 제2조제1호). 따라서 제주해군기지가 민항인 무역항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게 된다면 당연히 제주해군기지에 출입할 군함도 국토해양부장관(국토해양부장관의 권한을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이양받을 것을 예정하고 있기에 개항질서법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국토해양부장관과 제주트별자치도지사를 포함하여 “국토해양부장관 등”이라고 하겠습니다)에게 매번 신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신고한 군함의 무기가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국토해양부장관 등은 해당 군함에 탑재되어 있는 무기의 종류와 수량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군은 매번 국토해양부장관 등에게 자신이 제주해군기지로 운송하는 무기의 종류와 수량, 그리고 그 위험성을 신고할 것인지, 그리고 만약 국토해양부장관 등이 그에 대한 조정을 명할 경우 그에 따를 것인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위와 같은 의무를 해군이 지키지 않거나 국토해양부와 국방부의 협의에 따라 아예 처음부터 위와 같은 의무가 해군에게 부여되지 않는다면 개항질서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민항인 무역항으로서 유지해야 하는 최소한의 안전기준조차 지키지 않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군함의 정박지 문제


 


여기서 더 나아가 개항질서법은 위험물을 실은 선박의 경우 국토해양부장관 등이 지정한 장소에만 정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제주해군기지를 출입할 군함들이 국토해양부장관 등이 지정한 장소에만 정박을 할 것인지도 문제될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군함은 작전에 따라 필요에 따라 가변적으로 정박할 필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4) 여객선의 정박지 문제


 


민항의 경우 항만시설의 신축은 원칙적으로 그 종류를 불문하고 국토해양부장관이 시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항만법 제9조 제1항). 다만, 예외적으로 국토해양부장관이 아닌 다른 자(비관리청)가 항만공사를 시행하려는 경우에는 항만공사계획을 작성해서 국토해양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항만법 제9조 제2항), 항만공사실시계획을 작성하여 이에 대한 국토해양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항만법 제10조 제2항).


 


그런데 항만법에 의하면 정박지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기본시설”로 분류하고 있습니다(항만법 제2조 제5호 가목). 다시 말해 해당 항만이 민항이거나 민항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여야 할 항만이라면 정박지를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해군도 인정하고 있듯이 제주해군기지를 계획함에 있어 정박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음이 드러났었습니다. 이는 제주해군기지가 그 동안 정부가 군항과 더불어 민항의 성격을 강력하게 갖는 항만이라고 주장해왔던 것과는 달리 군항의 성격만을 가지고 있거나 군항으로서의 성격이 월등히 강한 항만(민항으로서의 기능은 부수적인 항만)으로 무역항으로 지적될 수 없는 항만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5)소 결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현재 제주해군기지의 설계로는 국토해양부의 안이든 국방부의 안이든 군항과 무역항(민항)의 두 가지 다른 성격의 기능을 모두 발현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은 두 가지 기능 중 어느 하나의 기능은 다른 기능을 위해 희생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제주해군기지를 무역항으로 지정한다고 하더라도 무역항과 군항 모두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상의 오류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아무런 실익도 없을 것입니다.


 


나. 무역항 지정 시 발생할 법률적 문제


 


국방부는 위와 같은 설계상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제주해군기지의 군항으로서의 기능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 오히려 민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시킬 수도 있는 안을 고민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시행령」일부개정안(이하 “이 사건 개정안”이라고만 하겠습니다)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제8조의2(크루즈선의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입‧출항 보장) 관할부대장 등은 법 제9조제1항제1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구역 또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중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155조의2제1항의 관광미항을 의미한다)의 출입허가와 관련하여「해운법」의 순항 여객운송사업이나 복합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고「관광진흥법」에 따라 크루즈업을 목적으로 승인·등록된 선박 중 관할부대장 등이 지정하는 선박(승객, 승무원을 포함한다)의 입·출항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개정안은 「해운법」의 순항 여객운송사업이나 복합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고「관광진흥법」에 따라 크루즈업을 목적으로 승인·등록된 선박 중 관할부대장 등이 지정하는 선박만을 제주해군기지에 입출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제된 사실관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제주해군기지의 모든 수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중복지정이기는 하지만-이 된다는 대한민국해군의 입장이 더해지면 제주해군기지의 어떠한 곳이라도 여객선이 입출항하려면 관할부대장 등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안 되게 됩니다. 결국 제주해군기지는 관할부대장 등의 판단에 따라 오로지 군항으로서만 기능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개정안은 제주해군기지를 무역항으로 지정하려는 항만법시행령 개정안과 충돌하거나 항만법시행령 개정안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될 것입니다.


 


3. 결 론


제주해군기지는 무역항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너비가 좁은 설계상 오류 등으로 인해 무역항(민항)과 군항의 두 가지 기능을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국방부의 이 사건 개정안은 제주해군기지를 무역항으로 지정하는 항만법시행령 개정안과 충돌되는 형태로 입법예고되어 사실상 제주해군기지의 무역항 지정은 아무런 실익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아무런 실익이 없는 무역항지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하지 말고, 제주특별자치도민의 실질적인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제주해군기지건설을 전면 백지화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 본문상의 그림과 각주가 표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첨부파일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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