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가정보원의 적반하장격 소 제기를 규탄한다.

2013-06-05 217

 

[논평] 국가정보원의 적반하장격 소 제기를 규탄한다.

 

 

지난 5. 10. 국가정보원 직원 세 명이 우리 모임 소속 변호사 세 사람(장경욱, 김용민, 양승봉)을 피고로 하여 각 2억원, 합계 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어제 확인되었다. 화교출신 탈북자로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간첩행위를 하였다는 혐의로 국정원이 구속한 유00 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관하여 변호인인 세 변호사들이 기자회견의 방법으로,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회유, 협박, 폭행, 감금에 의해 사건을 조작한 것처럼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국가정보원과 그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우리 모임은 이러한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소 제기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에서 대단히 부당하고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첫째, 이 소송은 한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을 표적으로 하여 진행된 간첩조작 사건이 그 여동생의 양심선언으로 전모가 밝혀진데 대한 국가정보원의 보복성 소송이다. 유00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증거는 사실상 그 여동생의 증언이 유일하다시피 하였다. 지난 4. 27. 기자회견에서 유00 씨의 여동생은 자신의 진술이 국가정보원에 의하여 어떻게 조작, 왜곡되었는지를 상세하게 밝혔다. 유00 씨의 여동생은 2012. 10. 30. 한국에 입국하여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된 후 6개월간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오빠의 간첩행위에 관하여 조사를 받아야 했다. 국가정보원측은 유00 씨의 여동생에게 국가정보원이 묻는 대로 답하는 것이 오빠를 위하는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회유, 협박하였고, 이에 여동생은 오빠를 위하는 마음으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것이었다. 유00 씨 여동생은 이러한 전 과정을 폭로하였고, 국가정보원의 간첩조작시도는 그 토대부터 허물어져 버렸다. 이에 대한 앙갚음으로 국가정보원이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이니, 한마디로 적반하장격 소송이라 아니할 수 없다.

 

둘째, 이번 소송은 변호사들의 변론권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소장에 적시된 국가정보원의 주장은 그 자체로도 잘못된 것이거니와 설령 그 주장이 타당하다고 믿는다면 국가정보원은 법원에 증거들을 제출하여 재판부의 판단을 받으면 족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의 수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변호인을 피고로 지목하여 손해배상소송이라는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변호인들의 법정 변론을 위축시킬 목적이 아니고서는 그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스스로 수사한 사건들에 대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수사결과를 대대적으로 언론에 알리면서, 수사의 문제점을 기자회견을 통하여 지적하는 변호사들의 입장표명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자 편리한 이중잣대라는 점도 아울러 지적해둔다.

 

셋째, 이 소송은 형식적으로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변호사들을 상대로 하여 제기된 소송이지만, 본질적으로 국가정보원이라는 국가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제기한 소송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국민의 기자회견을 통한 입장표명에 대하여 국가정보원이 소제기를 통하여 그 입막음을 시도하려는 것은 이제 출범한지 100일이 갓 지난 박근혜 정부의 인권친화성이 대단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국가정보원의 이러한 소송제기를 통하여 국민들을 겁주는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정보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가 기각당한 바도 있다. 우리는 이번 국가정보원의 회원들에 대한 잘못된 소제기를 규탄하면서 공동변호인단 구성 등을 통하여 총력을 기울여 대응할 것이다. 그리하여 국가정보원의 적반하장격 소제기를 통한 변론권 침해 시도가 우리 헌법적 가치와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는 또 하나의 귀중한 선례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2013. 6. 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장 주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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