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고 장준하 선생, 긴급조치 제1호 위반 재심무죄판결을 환영한다

2013-01-25 171

[논평]

고 장준하 선생, 긴급조치 제1호 위반 재심무죄판결을 환영한다

 

 

1. 1974.2.1 비상보통군법회의는 장준하, 백기완 등이 100만인 개정서명운동을 전개함으로써 대통령 긴급조치를 비방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 장준하에게 법정최고형인 징역15년,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고, 6개월 만에 항소심,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초고속으로 그 형이 확정되었다.

 

2. 2013.1.21.(목).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제26부(부장판사 유상재)는 고 장준하의 유족인 장호권이 청구한 형사재심청구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무려 39년만이다.

 

3. 검찰은 같은 날 이례적으로 2010.12.16.대법원에서 긴급조치 제1호를 위헌으로 판단한 이상 대법원 판결(2010도5986판결)을 존중하면서 무죄를 구형하였다. 또한 재판부는 대법원에서 이미 긴급조치 제1호가 당시 헌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당초부터 위헌적인 것이었다는 판단을 전제하면서 ‘본 재판부도 당시 헌법, 그리고 현행 헌법에 의하더라도 긴급조치가 당초부터 위헌이라는 입장이며, 따라서 고인에 대한 적용법조는 위헌무효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죄가 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 고 판시하였다.

 

4. 그러면서 재판부는 ‘고인은 한국현대사의 광폭에 맞서 반독재민주화운동을 통해 사상계몽, 민주적 가치에 헌신하신 우리시대의 큰 어른이자 스승으로서 평가된다. 고인의 시련, 그리고 옥고를 치른 것에 대해 국가공권력의 공적사죄를 구하고 잘못된 재판절차를 통해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해 재판부 또한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그 역사적 책임을 통감한다. 고인은 주권재민 등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지키기 위해 시대의 등불로서 고난을 맞이하였다. 그 희생과 장구한 사회공헌은 큰 의미와 가르침으로 남아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잘못된 과거사를 살펴보고 기본권 수호의 최후의 보루로서 사법부가 될 것을 다짐하면서, 39년이 지났지만, 잘못된 판결을 한 점에 대해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를 드리며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언급하였다.

 

5. 만시지탄이라 아니할 수 없다. 모임은 2007년 이래 긴급조치 변호단(이하, 변호단)을 구성하고 150여명에 대한 재심청구와 더불어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2010.12.16.대법원 전원합의부에서 긴급조치 제1호가 위헌이라고 판결을 하였음에도, 서울고등법원을 비롯한 하급심이 일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사유로, 또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을 직접 적용하여 재심개시결정을 한 사례(30여건 추정)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재판부는 아직까지도 형사재심개시를 미루고 있다. 대법원에서 긴급조치가 이미 위헌으로 결정된 이상, 더 이상 재심개시를 미룰 아무런 이유도 없다. 사법부(司法府)가 사법부(司法部)였던 유신긴급조치 시대와의 절연(絶緣)을 위해서라도 서울고등법원을 비롯한 하급심 재판부의 조속한 재심개시결정을 촉구하는 바이다.

6. 한편, 변호단은 2010.1 헌법재판소에 긴급조치 제1호, 제2조, 제9호에 의한 헌법소원(2010헌바70.131.170병합)을 제기하였고, 지난 2011.10.13. 공개변론까지 마친 상태이다. 말하자면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무려 3년이 지났음에도 헌법재판소는 그 결정을 미루고 있다. 지연이유가 주심이던 이동흡 재판관의 지연이나 재판관 공백 등의 원인이라 하더라도, 통상적인 사건과 비교한다면 지나친 유기이며, 특히 긴급조치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이 유신, 긴급조치 그리고 시대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선언하는 중대한 판단인 점에서 본다면 한시가 급하다 아니할 수 없다.

 

7. 고 장준하 선생에 대한 무죄판결은 너무도 당연한 역사적, 사법적 귀결이다. 모임은 ‘당연한 무죄판결’을 가족과 함께 환영하고, 다른 한편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항소하는 폭거는 없길 기대하며, 재심청구사건에 대한 하급심 법원의 조속한 재심개시결정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다시 한 번 촉구하는 바이다.


 

2013년 1월 2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장 주 영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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