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발의한 ‘긴급조치피해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안’에 대한 논평
[논평]
새누리당 긴급조치 법률안은 무용한 것으로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새누리당 박근혜의원 등 21명 국회의원은 지난 26일 ‘대한민국 헌법 제8호에 근거한 긴급조치 피해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긴조법률안”이라 한다)을 공동 발의하였다. 발의 법안 제안이유로 ‘1972.12.27. 8차로 개정된 개정헌법에 근거한 긴급조치로 인해 옥고를 치르거나 불이익을 받았음에도 정부차원에서 명예회복과 보상에 관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어,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적절한 보상을 통하여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하고 부당한 피해를 회복하여 국민통합과 민주발전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발의한 긴조법률안에 의하면, 긴급조치로 부당하게 체포·구속, 압수·수색 등 형사상 불이익과 징역형, 벌금형 등 형사상 처벌을 받은 자를 그 대상으로 하되,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가 지명한 위원 9인의 대통령 소속 긴급조치피해자명예회복및보상위원회를 구성하며, 대통령령에 의해 생활지원금 등 보상금을 지급하고, 전과기록 말소, 특별사면, 복권 등을 건의·요청할 수 있으며, 다만 다른 법에 따른 형사보상금 또는 생활지원금을 받은 경우에는 이법에 의한 보상금에서 차감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의 긴급조치 법률안은 대선을 앞둔 선심도 되지 못하며 옥상옥이자, 혈세만 낭비하는 무용한 법률이다. 먼저, 위헌적인 긴급조치에 의한 피해인 만큼 ‘보상’이 아니라 ‘배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긴조법률안은 현행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이하 “민주화법”이라 한다)과 위원회의 구성, 피해대상자, 대통령령에 의한 보상 등에 있어서 동일·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긴조 피해자들은 현행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의 추가 피해접수를 통해서도 보상이 가능하다. 물론, 민주화법에 정한 피해 및 생활지원금 등 보상범위를 상회하게 하는 경우라면 이 또한 간단하게 민주화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한편, 긴조법률안은 최소한 가해자인 국가의 사과, 그리고 형사 재심을 비롯한 피해배상 등이 빠진 공허한 정치적 선언일 뿐이다. 특히 헌법재판소에 유신헌법 제53조와 긴급조치에 대한 헌법소원이 계류 중에 있고, 현재 대법원이 긴급조치 제1호의 위헌을 선언한 이래 서울북부지방법원 등 각급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따라서 어차피 발의 법안에 의하더라도 별도로 번거롭게 형사보상 및 국가배상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누가 발의안에 의해 ‘보상’받으려 할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과거사의 해결은 가해자인 국가권력의 사과, 그리고 진상규명, 피해자 구제와 배상, 명예회복을 위한 국가의 조치 등 일련의 과정을 포괄하는 것이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한 가치지표이다. 나찌 하 형사재판을 무효화한 독일사례와 같이 사법부의 판결을 입법을 통해 일괄무효화한 전례도 있으며, 적어도 긴급조치 피해자들을 위한 국가권력의 사죄와 5.18특별법과 같은 형사 재심절차, 그리고 간이하고도 적절한 국가배상 절차가 법률안에 담겨야 한다. 만일 이러한 내용이 없다면 유신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이며 기만이다.
다른 한편으론, 적어도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제1호가 위헌으로 판결되어 무효가 된 이상, 이는 형사소송법 제441조에 의한 검찰총장의 비상상고 사유, 즉 ‘판결이 확정된 후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한 때’에 해당하므로,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일괄적인 비상상고를 통해 무죄, 무효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당인 새누리당이나 긴조 피해자 모두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긴조법률안 제정보다,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를 통하여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일괄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도록 촉구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2012년 11월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긴급조치 변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