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성추행 검사에 대한 뇌물수수죄 적용은 부당, 성폭력 범죄로 처벌하라

2012-11-27 170

[ 논 평 ]

성추행 검사에 대한 뇌물수수죄 적용은 부당,

성폭력 범죄로 처벌하라

 

 

검사가 수사를 받고 있던 여성 피의자를 상대로 검사실에서 성추행을 하고, 이틀 뒤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뇌물수수혐의를 적용하여 영장을 청구하였고, 26일 법원은 “뇌물수수죄에 한정하여 본다면”이라고 하면서 이 영장을 기각하였다. 명백한 성폭력 범죄를 ‘뇌물죄’로 의율한 검찰의 수사방향은 지극히 잘못된 것이며, 그런 점에서 법원의 영장 기각은 당연히 예정된 것이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형법상 뇌물죄에서 뇌물은 반드시 금전, 물품 등 재산적 이익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무형의 이익도 포함하는 개념이며, 술자리, 향응 제공 등도 뇌물에 포함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검사가 검사실에서 피의자와 단둘이 앉아 수사를 하던 중 피의자를 성추행한 것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 상황, 당사자들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연히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

 

또한 검사가 피의자를 전화로 불러내어 함께 모텔로 가서 성관계를 가진 행위를 뇌물공여라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검사가 수사를 받는 입장에 있는 피의자에게 성행위를 요구하는 것은, 비록 가시적인 폭행. 협박 행위는 없더라도 상대방의 심리적인 억압상태를 이용해서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여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강간죄 또는 최소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가 적용되어야 한다.

 

성폭력 범죄로 의율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검찰 일부에서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및 강제추행죄가 친고죄인데 당사자들이 합의하였기 때문에 성폭력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합의는 사실관계에 따라 강요된 측면이 있어 그 효력이 부인될 수도 있으며, 피해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상해가 있는 경우 비친고죄인 강제추행 치상 혐의에 해당할 수도 있으므로, 그것만으로는 성폭력 범죄인 이 사건의 본질을 부인할 이유가 될 수 없다. 아울러 바로 이러한 상황이야말로 성폭력 범죄를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던 형법 및 성폭력특별법 규정이 얼마나 문제인가를 보여주는 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들 법률에 대해서는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친고죄 규정을 삭제하는 개정이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서 검사를 뇌물수수죄로 처벌을 하게 될 경우 피의자도 뇌물공여죄로 처벌할 수도 있는데, 이는 수사를 받으면서 심리적인 억압상태에서 성관계에 응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여성을 이중으로 처벌하는 것으로서 또한 부당하다. 설령 피해여성을 입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의 성격이 뇌물사건으로 규정되면 피해여성은 피해자가 아닌 ‘뇌물공여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타당한 법적용이라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사건을 통해 검찰 조직에 남아 있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적이고 권위적인 수사관행과 기법, 왜곡된 성차별 문화에 대해 반성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이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 전체의 문제로 접근하고 성인지적인 관점에서 검사 및 검찰직원들에 대한 성인지적 직무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아울러 법조인 양성기관인 사법연수원과 로스쿨에서도 주입식 법률교육에 치우치지 않고, 법조인의 인성교육, 인권교육, 성차별, 성폭력 예방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실시하여 성인지적이고 인권감수성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2012. 11. 2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장 주 영

첨부파일

[논평]성추문검사 121127 (최종).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