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주노조 집행부 강제퇴거 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을 규탄한다.
[논평]
이주노조 집행부 강제퇴거 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을 규탄한다.
2012. 8. 23. 헌법재판소는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의 위원장(림부 토르너) 및
부위원장(소부르 압두스)에 대해 2008. 5.경 이루어진 긴급보호 및 보호명령 집행행위와 강제퇴거명령 집행행위가 합헌이라는 결정(합헌의견 5명, 각하의견 1명, 반대의견 2명)을 내렸다.
위 두 청구인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로서, 이주노조의 간부로 선출된 직후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이주노조 사무실 앞과 주거지 앞에서 각각 긴급보호되었다. 청구인들은 이러한 단속이 이주노조 집행부임을 이유로 한 명백한 표적단속이었다고 주장하며 강제퇴거명령 등에 대해
행정소송,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을 제기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조사 완료시까지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유예하라는 긴급구제조치 결정까지 받았으나 소송과 진정 진행 도중에 갑자기 강제출국되었다.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대상자로 의심되는 자를 보호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보호명령서를 발부받아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긴급보호가 가능하다. 이 사건 긴급보호의 경우 청구인들의 소재지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사전에 계획되어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보호명령서를 사전에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긴급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설사 청구인들이 주장한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외국인등록을 하지 않은 외국인에 대한
보호명령서를 발부받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긴급보호한 것이 정당하고,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출입국관리법상 보호 또는 강제퇴거 절차에 적용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법원 판단이 있기 전에 청구인들을
강제로 출국시킨 행위 또한 취소소송의 제기가 처분의 효력이나 그 집행·절차의 속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상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출입국관리법상의 보호명령 또는 긴급보호에 따른 집행행위는
강제퇴거 용의자의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여 외국인보호소로 인치·구금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인신구속’에
해당한다. 따라서 그 집행에 있어서는 헌법 제12조에 따라
영장주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체포·구속적부심사제도
등의 적법절차의 원칙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구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영장제도나 체포구속적부심사제도
등 인신구속의 정당성에 관해 법원의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절차를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출입국관리법상
보호제도의 위헌성과 그로 인해 단속, 보호, 강제퇴거 절차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아무런 통제 장치 없이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점은 널리 지적되어 왔다. 이 사건 또한 이러한 출입국관리법상 보호제도의 미비점을 이용하여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이주노동자에게도 국적, 체류자격 유무와 관계없이 헌법상 신체의 자유, 적법절차 원칙 등의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면서도 출입국관리법상 보호제도가 갖는 인신구속의 실질에 눈감고 이러한 기본권들의 보호범위를 극히 제한적·형식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공허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이번 합헌결정은 이주노조 집행부를 연이어
강제출국 시켜온 대한민국 정부의 오랜 이주노조 탄압행위에 전혀 제동을 걸지 못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적인 단속행위, 자의적이고 선별적인 강제퇴거 집행행위가 아무런 통제 없이 무분별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방치하고 정당화시켜주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이름뿐인 것으로 만들어버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2012년 8월 2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