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미 FTA 발효절차 중단하고 번역오류 공개하라
[논평] 한-미 FTA 발효절차 중단하고 번역오류 공개하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이인형 부장판사)는 2011. 11. 2. (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김선수)이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한-미 FTA 번역오류 정오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협정문의 번역오류로 인한 개정 내용이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공표되면 한-미 FTA 협상에 관한 사회적 합의 형성의 여건이 마련될 수 있어 고도의 공익적 성격이 존재하기”에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내 인준절차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외교부의 주장이 법률상 공개거부 사유인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더구나 “소송 진행 중 미국 내 인준절차는 마무리 되었으며, 협정문안 자체에 관한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협상전략이 노출되거나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판시하였다.
민변은 지난 2009. 6. 3. 한-미 FTA 번역 오류의 재검독 결과의 공개를 요청한 바 있다. 민변의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하여 외교통상부는 6. 17. 정오표의 공개를 거부하였고, 민변이 이에 대하여 6. 28.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단순히 외교통상부는 지난 6월 한글본을 재검독한 결과 잘못된 번역이 166건, 맞춤법 오기 9건, 번역 누락 65건, 번역 첨가 18건, 일관성 결여 25건, 고유명사 표기 오류 13건 등 총 296건의 오류를 찾아내 정정한 뒤 수정 협정문을 공개하였으나, 구체적인 정오표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공개한 바는 없다. 이러한 비공개결정은 국민은 번역오류의 정보를 알 필요가 없다고 국민을 무시하는 사고에서 비롯된 거만한 행동이었다.
아직 한-미 FTA는 발효되지 않았다. 현재 미국은 자국의 한미 FTA 이행법에서 정한 대로, 한국이 한미 FTA 규정에 따라 한국 국내법령을 모두 고쳤는지 검증하고 있다. 이 검증을 마친 뒤에야 양국은 서면 교환 절차를 통해 한미 FTA를 발효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의 법률에 어긋나는 한미 FTA는 무효라는 악법을 고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하고 일방적인 한미 FTA 발효 절차를 중단하라.
현재 한-미 FTA는 정당성을 잃은 한나라당의 단독 강행처리로 인하여 내년 1월 1일 발효를 앞두고 있다.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결정할 중요 통상협정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배정당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는 없다. 게다가 영세 중소상공인, 농민, 노동자에게 미치는 한-미 FTA로 인한 불이익과 피해의 보전의 중요성은 전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그 피해가 무엇인지에 대해 국민적 인식이 지나치게 낮은 상태에서 협정이 추진되었고 결국 강행처리 되었다는 사실이다. 한-미 FTA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정당성을 부여받은 국가결정이 아니다. 이러한 미흡한 준비 속에서 이루어진 한-미 FTA 체제는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하며 이 협정은 발효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헌법과 정보공개법에서 보장한 알 권리와 정보공개의 원칙을 재차 확인한 판결로 민변은 이를 환영하는 바이다. 외교통상부는 이러한 법원의 판결의 취지에 따라 한-미 FTA 번역오류 정오표를 국민에게 즉시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불평등한 발효 절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2011년 12월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김 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