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양승태 전 대법관의 대법원장 지명을 철회하라

2011-08-19 169


<논 평>

 


양승태 전 대법관의 대법원장 지명을 철회하라


 


어제(18일, 목) 이명박 대통령은 양승태 전 대법관을 차기 대법원장으로 지명하였다. 오늘 우리는 양승태 전 대법관이야말로 역대 최악의 대법원장 후보라고 천명하는 바이다.


 


알다시피 삼권분립 체제의 우리 헌정구조에서 사법부는 오로지 헌법과 법률, 정의와 양심에만 의지하여 권력의 무분별한 전횡과 억압을 통제하고 온 사회에 자유와 평등이 넘치도록 하는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장은 이러한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전국의 모든 판사와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주요 공직자들에 대하여 인사권을 행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만큼 대법원장은 헌법과 법률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생각과 국민에 대한 배려와 성찰, 나아가 우리 사회에 대한 건전한 시각과 보편적 양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가 지명한 양승태 전 대법관은 한마디로 정권의 안전판 노릇에 충실하고, 특정한 정치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자, 가진 자, 힘센 자’들을 추종해온 대표적인 법관이다. 며칠 전 BBK 사건을 덮는 데 핵심역할을 하고 정치검찰의 대명사라 할 자신의 심복을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에 임명하더니 사법부의 수장마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자, 자신과 똑 같은 자를 지명한 것이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발간한 긴급조치 위반사건 재판에 관한 보고서에 기재되어 있는 것처럼 양승태 전 대법관은 박정희의 유신헌법을 철저하게 관철하고 긴급조치 위반사건으로 기소된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모조리 유죄를 선고하여 합법이라는 정당성을 부여한 대표적 판사이다. 그 뿐인가. 작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재직시 4대강 반대운동과 무상급식운동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직권으로 고발하는 결정을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정권에 충직한 검찰이 그에 부응하여 기소를 하였지만, 하급심 판사들은 대부분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한 나라의 사법부를 대표하는 자로서 법률적 능력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정치적 결정을 내린 사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양승태 전 대법관의 편향된 과거 행적은 이 뿐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기간임용제를 채택한 사립대학법이 비록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볼 수 없지만 재임용과 관련하여 객관적인 기준의 재임용 거부 사유, 교원의 진술 기회, 재임용 거부 사전 통지, 불복절차 등에 관한 보완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고 이를 반영하여 법률은 개정되었다. 그러나 법률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임기만료로 교수지위는 자동상실’이라는 판결을 내려 사립대학의 전횡과 부패에 항의하다 재임용에서 탈락한 수많은 교수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판결의 주심이 바로 양승태 전 대법관이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해석과 적용에 관한 양승태 전 대법관의 왜곡된 시각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사랑의 몰래산타’ 활동, 청년실업대란 해소요구, 남북간 긴장의 완화와 평화체제를 논의하던 전국 57개 지역 청년회들의 연합체인 한국청년단체협의회를, 나아가 남북정상끼리 약속한 부분을 이행하고자 만든 남북공동선언 실천연대라는 단체를 ‘궁극적으로는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며 냉전 수구적 판결을 하였던 장본인도 양승태 전 대법관이다.


또한 지난 2003년 후배판사들이 법원의 민주화와 과거 행적을 반성할 것을 요구하는 소위 사법파동이 났을 때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사직을 선언하고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음에도 스스로의 선언을 번복하고 법원장과 대법관을 지냈던 인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양성과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과 개방성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발맞추지 못하는 사법부를 개혁할 적임자로서 대법원장이 필요하지, 기득권을 수호하고 정권의 안전판 노릇을 하면서 자신의 입신양명을 노리는 엘리트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는 양승태 전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장 지명을 철회하고,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인사를 새로이 지명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정과 협잡, 퇴행과 꼼수로 점철된 현 정부의 퇴임과 함께 사법부 역시 격랑에 휩싸일 것임을 경고한다.


 


 


 


2011년 8월 1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김 선 수

첨부파일

0819_[논평]양승태 전 대법관의 대법원장 지명을 철회하라_사무_04.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