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북 5.24 조치 전면 철회하라.

2011-05-24 174

[논평] 대북 5.24조치 전면 철회하라.




오늘로 정부가 천안함 침몰사태를 이유로 개성공단을 통한 교역을 제외한 대북교역 및 교류의 전면 중단을 천명한 이른바 5.24조치를 취한지 1주년을 맞이한다.



정부는 5.24 조치로 북한이 매년 3억달러 정도의 소득을 차단당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압박정책으로 인하여 결국 북한이 남한에 굴복할 것이라고 여전히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낙관은 그 사실관계는 물론 정책적 효과면에서도 전혀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사실관계면에 있어서 북한이 매년 3억달러 정도의 소득을 차단당할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즉 북한은 남한과의 교역에서 막힌 소득분을 중국과의 교역액을 늘리는 것으로 상쇄한 것이다. 북한의 대 중국 교역액이 2009년 26억8100만달러에서 작년 34억6600만달러로 29.3% 급증한 것은 이 점을 드러내준다. 남한과의 교역을 중단시키는 것으로 북한의 대외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정부당국의 추정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를 이 통계는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음으로 정책의 효과면이다. 정부는 대북압박정책이 북한의 굴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너무나도 순진한 예측이었다. 지난 5. 24조치 이후 남북관계는 단순한 관계의 단절에서 그치지 않았다. 서로 날선 말의 폭탄을 주고받는 속에서 긴장감을 드높이더니만 결국은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고 지금도 전단살포를 둘러싸고 남북간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굴복을 목표로 한 정부의 5.24조치는 북한을 굴복시키기는 커녕, 남북간의 교류의 역사를 전두환 정권 시절로 돌리면서 한반도의 긴장과 대립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나아가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마저도 금지시켰고, 그 결과 당장 식량이 없어 죽어가는 북한의 어린이 임산부 등을 방관하는 본말이 전도되는 정책적 결과를 야기하였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대북 5.24조치는 전면 철회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첫째, 대북 5.24조치는 북한을 굴복시킬 수단이 되지 못한다. 나아가 대북굴복정책은 남북사이의 평화와 통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북화해정책을 실시한 김대중 정부 시절 두 차례 서해교전에 대하여 북한의 사과를 받아낸 점을 정부는 깊이 돌아보기 바란다. 뿐만 아니라 김영삼 정부 시절 동해안 잠수함 사건에서도 압박과 협상을 병행한 끝에 북한의 사과를 받아낸 점 또한 깊이 참고하기 바란다.



둘째, 5. 24. 조치로 인하여 의도했던 북한의 굴복은 고사하고 중국과 북한이 정치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유착되어 가고 있다. 2009년 52.6%였던 북한의 대중(對中) 무역의존도는 올해 6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중국은 동북 3성(省)을 개발하여 이를 북한의 나선항을 통해 동해로 연결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일 이후의 민족경제공동체 건설에 있어서 지금 5. 24조치가 심대한 난관을 조성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음에 정부는 특히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그 어떤 명분, 그 어떤 정책노선을 내세우더라도 인도적 지원마저 금지시키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대북인권단체 좋은 벗들 이사장인 법륜 스님의 말에 따르면 수도인 평양에서도 식량 배급이 불안정하며 함경북도 주요도시인 함흥의 한 진료소의 경우 1월 내진 환자 180명 가운데 100명이 영양실조 환자였다고 한다. 함흥이 이럴진대 북한의 다른 곳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이 된다. 남한은 쌀을 창고에 쌓아두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굶어죽는 사람이 나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쌀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은 그 지체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열쇠이자, 장차 민족의 미래의 기둥이 될 북녘의 어린이들에 대한 남한의 기여로 기록될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지난 5. 18. 정부의 승인 없이 북한에 밀가루를 지원한 조치에 경의를 표한다.



천안함 사건의 원인은 철저하게 규명하여야 한다. 연평도 포격사태 또한 그 시비를 엄중하게 가려야야 한다. 그러나 설사 정부 주장대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고, 따라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태에 대하여 북한이 사과하여야 한다고 하여도 5.24조치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될 수 없다. 남북간에 발생한 천안함, 연평도 사태는 남북간의 평화유지가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남북간의 평화유지는 끊임없는 대화와 교류속에서 결국은 달성될 수 밖에 없는 것임을 지난 10년간의 남북간의 역사는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조건없이 5.24조치를 철회하고 남북사이의 전면적인 교류와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라. 그리고 즉각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라.






2011년 5월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선수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