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한-EU FTA 국회 비준동의안의 졸속처리를 반대한다
지난 2011. 4. 16. 한-EU FTA 비준동의안은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이하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찬성3(유기준, 김충환, 최병국 의원), 반대2(김동철, 신낙균 의원), 기권1(홍정욱 의원)표로 과반수를 충족하지 못하여 부결되었다. 이러한 부결처리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2011. 4. 18.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이번 4월 임시국회에 비준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김무성 원내대표의 위와 같은 발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한-EU FTA의 비준동의안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 4월 6일이었고, 이때부터 외통위에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만들어져 의원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심의하기 시작했다. 즉 법안심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졸속처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한-EU FTA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한-EU FTA 비준동의안의 국문본과 영문본의 불일치사태역시 한-EU FTA비준동의안이 강행처리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국문본과 영문본의 불일치는 통상교섭본부의 국민에 대한 무시 내지는 안일한 태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국문본을 통해 협정문의 실질내용을 판단한다. 오역된 국문본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더라면 EU국가들과의 교역업체들은 이 협정문을 보고 그릇된 법률적 판단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통상교섭본부가 국민들의 법 생활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는 뜻이다. 또한, 협정을 꼼꼼하게 자체적으로 심사하였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하는 증거인 것이다.
협정의 내용 또한 중소기업, 중소상인, 농민들에게 이익이 되는지 역시 문제이다. 한 예로, 국회가 이미 지난해 11월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을 차례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는 대기업 대형슈퍼(SSM)가 무분별하게 골목으로 진입하여 중소상인들의 상업영역을 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국내입법조치였다. 하지만, 한-EU FTA의 협정문상 서비스 양허표에 따르면, 도매, 소매, 프랜차이징 서비스에 대해서는 유통법과 상생법의 보호 장치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 바가 없으며, 한국은 아무런 제한 없이 EU국가들의 유통회사에 대하여 제한 없는 진입보장을 제공하여야 한다. 즉, 중소상인들의 보호를 위하여 만든 국내입법조치가 유럽 27개국 유통회사에 의하여 중재기관에 제소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실질 내용의 문제점에 대해서 관계부처와의 명확한 합의를 통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한-EU FTA가 졸속처리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통상교섭본부의 독단적 통상협정체결관행은 이미 국회를 무시하는 수준을 넘어서 월권행위에 이르고 있다. EU대표부와 합의로 7월 1일 잠정발효시한을 정하였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협정의 발효시한은 국회의 비준동의권 행사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된다. 통상교섭본부가 발효시한을 결정할 수 없다. 국회의 비준동의권한이 이렇게 통상교섭본부에 의하여 무시되고 있음에도 국회가 ‘국익’을 생각한다는 이유로 비준동의안의 엄밀한 심사 없이 이를 통과시킨다는 것은 국회의 존재이유를 몰각케 하는 것이다.
국회는 양적다수결의 힘으로 몰아붙여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 한-EU FTA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것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각 이해당사자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 보면서 신중하게 합의처리 해야 한다. 야당이 설득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물리력을 동원하여 일방처리 하는 것에 반대하여 기권한 홍정욱 의원의 결단이 빛나는 이유가 이 지점에 있다. 국회는 한-EU FTA 비준동의안의 체계자구의 심사와 내용에 대해서 엄밀하게 다시 검토하여 여야 합의에 의하여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의무가 있다.
2011. 4. 18.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 모임
회장 김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