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국가인권위 사태, 현병철위원장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2010-11-02 152

[논 평]


국가인권위 사태, 현병철 위원장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유남영, 문경란 두 상임위원이 어제 사퇴의사를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최근 상임위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인권위 운영규칙개정안이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게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상임위원의 사태는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식물기구로 전락시킨 정부와 헌병철 위원장에 대한 마지막 경고로 보는 것이 옳다. 정부는 애초부터 ‘인권’을 무시하고 후순위에 두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불온시하였다. 같은 선상에서 인권위의 존재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정부는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를 설치하라는 UN의 권고와 국내 인권단체들의 오랜 열망과 노력에 따라 인권위가 입법, 사법, 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로 설치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정부는 인수위 시절 인권위를 독립기구가 아닌 대통령 직속 기구로 하려다 국내외의 강력한 반대로 실패한 바 있다. 그러나 그 후 정부는 인권위와 국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행안부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인권위 직제령을 개정하여 인권위 조직을 무려 21%나 축소하였다. 이와 같은 정부의 인권위 독립성 흔들기와 홀대는 국제사회에서도 망신거리가 되어 국가인권기구조정위원회 의장이 우리 정부에 우려를 표현하는 서한을 보내오고, 유엔 인권 최고책임자인 인권최고대표 또한 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내 왔다. 지난 3월에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한국의 인권위 문제가 거론되었다.


 


정부의 인권위 독립성 흔들기는 지난 해 안경환 전 위원장의 사퇴와 현병철 위원장 임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안경환 전 위원장은 ‘식물위원장’이라는 말로 정부의 인권위 무시와 냉대, 독립성 훼손을 비판하였다. 정부는 안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새 인권위원장의 자격으로 거론된 인권옹호 경력, 인권감수성, 인권전문성, 인권위 독립성 수호 의지, 국제적 인권 논의에 대한 이해 등과는 전혀 무관한 현병철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국정감사에서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할 정도로 인권위 독립성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없는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는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하여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관한 검찰 수사,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 제청건, 국가기관의 민간인 사찰건 등 인권침해와 직결되는 민감한 사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인권위 운영에 있어서도 현 위원장의 독선과 투명하지 못한 회의 운영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인권위가 행안부의 일방적 조직축소 행위에 대해 제기한 권한쟁의청구마저 헌재에 의해 각하되고 두 상임위원이 사퇴한 지금, 인권위에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 번 사태에 대해 일차적 책임이 있는 현 위원장이 즉시 사퇴하고, 정부는 훼손된 인권위의 독립성을 회복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두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인권감수성과 전문성을 지니고 인권위의 독립성을 회복할 수 있는 인사를 임명할 것을 요구한다. 인권위의 위기는 단순히 한 국가기구의 위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사회 인권의 위기이다. 정부는 이 점을 알아야 한다.


 


 


 


2010년 11월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선 수


 


첨부파일

1102_[논평]국가인권위 사태, 현병철 위원장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_사무_03.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