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기륭전자분회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합의 쟁취를 환영한다

2010-11-01 160

[논 평]


기륭전자분회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합의 쟁취를 환영한다


 


지난 31일 기륭전자는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소속 기륭전자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잠정합의하였으며, 오늘 국회에서 노사합의안에 대한 조인식을 진행하였다.


 


기륭전자는 구로디지털공단지역 중소제조업체 내 불법파견을 상징한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파견노동자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기륭전자는 정규직 노동자 채용 없이 외관상 용역회사와 사내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로만 생산라인을 운용하다 지난 2005년 7월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기륭전자분회 노동자들은 직접 고용을 기대했다. 그러나 기륭전자는 불법파견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납부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면했고, 불법파견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모두 해고해버렸다. 당시 기륭전자분회 노동자들의 불법파견기간은 2년 미만이었다. 파견법에서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근로시킨 경우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거나(개정 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개정 후)는 규정만을 두고 있는데, 이를 보수적으로 해석한 노동부와 법원에 의해 2년 미만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는 철저히 외면 받아 왔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서도 2년 미만의 불법파견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직접 고용의제 내지 고용의무를 부정함으로써 2년 미만의 불법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는 전무한 상태이다.


 


이처럼 법이 외면하는 절망적인 현실에서도 100일이 넘는 김소연 기륭전자분회장의 단식, 괴물처럼 진입하는 포크레인과 경찰병력을 온몸으로 막아낸 송경동 시인의 헌신적 지원 등 기륭전자분회 노동자들의 6년에 걸친 눈물겨운 투쟁이 마침내 2년 미만의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을 요구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이 갖는 역사적 의미라 할 것이다.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의 만연으로 인한 고용불안은 산업현장의 불안을 넘어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것임은 자명하다.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의 문제는 결국 사용자가 직접 고용이 아닌 간접고용을 통해 사용자로서의 노동법적 의무를 면해보려는 속셈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무는 부담하지 않은 채 권리는 모두 갖겠다는 이율배반적 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생산품은 독점하되 그 성과를 배분하지 않겠다는 자본의 끝없는 탐욕은 극단적 사회양극화는 물론이거니와 산업혁명 당시의 비인간적 상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기륭전자분회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합의를 계기로, 정부는 ‘파견업종을 확대하고 기간제노동자에 대한 사용기간 제한을 완화’하려는 퇴행적인 고용전략을 철회하고 2년 미만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상시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이 아닌 직접 고용 원칙의 확립을 통해 고용안정과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고용정책을 고민하길 당부하는 바이다.


 


 


2010년 11월 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 영 국

첨부파일

101101_논평_기륭노사합의.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