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기무사의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옹호한 법원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2010-07-23 160

[논 평]


기무사의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옹호한 법원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오늘(2010. 7. 23.) 10시 의정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임동규 부장판사)는, 2009. 8. 5. 15:00경 평택시 평택역광장에서 당시 민주노총이 적법하게 신고하여 개최된 집회현장을 촬영하면서 민간인에 대한 사찰을 하던 국군기무사 소속 수사관을 폭행을 하고 소지하고 있던 캠코더테이프, 메모리칩, 작전차량증 등을 강취하여 상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강도상해의 공소사실로 재판을 받던 안모씨에 대하여 강도상해죄로 징역 3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하였다(의정부지방법원 2009고합344 강도상해 등).


 


그러나 국군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의 불법성과 재판과정에서 있었던 증거조사 결과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먼저 유죄판단의 전제이자 사건의 원인이 된 국군기무사의 채증활동이 적법한지 여부이다. 국군기무사는 2009. 8. 5. 국가보안법위반 혐의가 있는 휴가 장병 8명에 대한 위 평택역집회 참가 예방 및 관련 자료 수집을 위해 채증을 하였다면서 이것은 정당한 군사법경찰관의 수사권행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당일 국군기무사 수사관이 캠코더로 촬영한 대상은 위 8명이 아니라, 이전부터 수차례 미행하며 촬영을 시도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던 민주노총 금속연맹 소속 구모씨였음이 드러났다. 국가보안법위반혐의자 8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는 자료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도 제출된 바가 없다.


뿐만 아니라 당시 국군기무사 소속 수사관의 소지품들인 캠코더테이프, 메모리칩, 수첩, 주간일정표 등에는 이 사건 이전부터 광범위하게 민간인에 대한 미행과 채증 등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음에도 국군기무사는 군사기밀이거나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이에 대해 해명하기를 거부하였다. 결국 당시 국군기무사 소속 수사관의 활동은 휴가 중인 군장병들의 집회참가 예방 및 관련 자료 확보가 목적이 아니었으며, 종전부터 진행되었던 민간인들에 대한 미행과 채증을 위한 것이었다. 국군기무사 수사관의 활동은 적법한 수사권 행사가 아닌 명백한 불법행위였던 것이다.


 


따라서 집회참가자들이 불법적인 채증을 하고 있던 국군기무사 소속 수사관의 소지품을 확보하여 이를 민주노동당에 넘겨 준 것을 두고 강도로 판단한 것은 법리를 떠나 일반상식에도 반하는 것이다. 당시 집회참가자들은 정체를 모르는 사람이 몰래 집회현장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에 의심을 품고 붙들어서 그 소지품을 확인한 결과 국군기무사 수속 수사관임을 확인하고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을 알릴 필요가 있어 확인한 자료를 민주노동당에 넘겨준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집회참가자들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군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의혹을 제시한 후 자료들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을 통하여 증거를 보전한 후 소지품 일체를 기무사에 반환하였다.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법절차에 따라 증거를 확보하고 이를 다시 반환했는데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가진 강도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전혀 법상식에도 맞지 않는 재판 권한의 남용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폭행을 가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수사관의 진술 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거짓말 탐지기 조사 등 적극적인 조사를 요청하였음에도 이를 묵살하였으며, 재판부는 변호인들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증거조사 요청을 기각하는 등 실체적 진실발견에 대한 의지나 노력 없이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오늘 판결은 합법적 집회에 참가한 시민을 오히려 강도상해의 가해자로, 민간인 집회를 불법으로 사찰하던 기무사 대위를 피해자로 둔갑시킨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하여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 정부 들어서 정부기관에 의한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이 이루어졌다는 관련 피해자들의 증언 및 자료가 속속 제시되고 있어 온 국민을 경악에 빠뜨리고 있다. 국민 모두가 수 십 년간의 희생과 노력으로 어렵게 쌓아올린 민주주의가 보안사 사찰이 횡행하던 끔찍한 과거로 퇴행하는 절망감과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 역시 이명박 정부 들어서 여러 권력기관들에 의한 민간인 사찰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던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국가권력기관에 의한 불법적인 사찰과 인권침해에 대한 시민들의 구체적인 항거와 저항 없이 어떻게 민주주의가 바로 세워질 수 있겠는가? 당시 수사관의 신병과 소지품 확보과정에 다소의 시비가 있었더라도 그것은 군수사기관인 기무사의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에 대한 시민의 정당한 범위 내에서의 대응으로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며, 그간의 법원의 다수의 판결례에서도 확인된바 있는, 불법적 공권력 행사에 대한 정당방위 및 정당행위의 법리에도 부합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우리 모임은 그간 이명박 정부가 자행해온 국가권력기관에 의한 불법적인 사찰이 나라의 기강과 민주질서를 뒤흔들고 위협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사건 판결이 보여주는 극히 퇴행적이며 비상식적이고 본말이 전도된 결론, 그리고 그로 인해 당사자와 그 가족이 입게 될 고통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은 본말을 전도한 재판부의 그릇된 판단을 항소심 절차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할 또 하나의 역사적 책무를 지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의 판결은 제2의 강기훈 사건과 같이 사법부의 오욕으로 남게 될 것임을 분명히 지적해두는 바이다.


 


2010년 7월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선 수

첨부파일

0723_[논평]기무사의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옹호한 법원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_사무_04.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