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검사의 수사서류 열람․등사 거부행위가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을 환영한다.
[논평] 검사의 수사서류 열람․등사 거부행위가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을 환영한다.
용산 철거민 화재참사가 발생한 때로부터 1년 5개월, 용산철거민들에 대한 항소심 형사판결이 선고된 때로부터도 1개월이나 지났다. 오늘에서야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수사서류 열람등사 허용결정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거부한 검사의 처분에 대해 변호인의 수사서류 열람등사권은 피고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상 기본권의 중요한 내용이자 구성요소이며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수단이 된다. 따라서 변호인의 수사서류 열람등사를 제한함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또는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면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하였다.
부언이 필요 없을 만큼 위헌 이유는 간명하다. 변호인의 수사서류 열람․등사권은 피고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상 기본권의 중요한 내용이자 구성요소이며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법치국가라면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수사서류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마땅히 보장하여야 함을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용산철거민들에 대한 1심 형사재판에서, 검찰은 형사소송법 제266조의 4 제5항에서 검사가 수사기록의 열람등사에 관한 법원의 결정을 지체 없이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해당 증인 및 서류 등에 대한 증거신청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을 두고 검사가 그와 같은 불이익을 감수하기만 하면 법원의 열람등사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고 강변하였다. 나아가 검찰은 피고인 및 변호인들이 검사의 수사기록 열람등사 거부와 이를 묵인하는 법원의 행태를 비판하는 행위에 대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모욕하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형사소송법 제266조의 4 제5항은 검사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법원의 열람등사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피고인의 열람․등사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검사로 하여금 법원의 열람등사에 관한 결정을 신속히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의미임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즉 법원이 수사서류의 열람등사를 허용하도록 명한 이상, 법치국가와 권력분립의 원칙상 공권력을 집행하는 검사로서는 당연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며, 이미 수사서류에 대한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결정이 있음에도 검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하는 경우 수사서류 각각에 대하여 검사가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심사할 필요 없이 그 거부행위 자체로써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아야 함을 명시하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만시지탄이다. 용산철거민들에 대한 1심 판결이 종결되기 이전에 위 결정이 나와 수사기록이 공개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형사재판이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수사서류 열람․등사권을 침해하고 진행된 하급심 재판은 그 자체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 용산철거민들에 대한 상고심 재판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원의 수사서류 열람등사 허용결정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강변한 검찰, 그리고 검찰의 피고인들에 대한 기본권 침해행위를 방치한 법원 모두 깊이 반성할 일이다.
2010년 6월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김 선 수